선생님, 참 답답하시네요.
2020년에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코로나로 인해 혼란에 빠졌던 그때, 보건실에 근무하던 나 역시 혼돈 그 자체였다. 그래도 웃을 일은 항상 생긴다. 웃을 일이라고 부르는 게 맞는지, 약간은 슬픈 일이라고 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하여간 이 이야기를 하면 대부분 두 눈을 크게 뜨고 으하하 웃는다. 웃기긴 하니, 하여간 웃긴 이야기는 맞을지도 모른다.
나의 그전 이야기 '인후통이 뭐예요? 처음 들어봤는데.'를 읽어보셨는지. 이 '두통' 사건이 아니었다면 아마 '인후통' 사건은 웃어넘길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연달아 이 사건을 겪고 나서야, 그 말로만 듣던 "요즘 아이들의 어휘력"이 심각한 문제라는 걸 깨닫게 되었고, 결국 전체 교직원에게 메시지를 작성해 보게 되었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최근 코로나의 유행으로... 어쩌고 저쩌고... 우리 학생들에게 두통, 인후통의 의미를 설명해 주시고....... 어쩌고 저쩌고..
이 메시지를 전송한 후, 선생님 몇 분이 황급히 보건실로 들이닥쳤다.
"쌤! 이게 무슨 말이야? 인후통은 그럴 수도 있겠다 싶은데, 두통? 두통은 왜 설명하라는 거야?"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제발 말해줘! 제발!"
마스크 쓰고 다니고, 몇 명 이상은 모이면 안 되고, 피곤한 삶을 살던 이들에게 이런 '에피소드'는 달콤한 디저트가 된다.
"하. 그게.."
"뭔데. 뭔데."
남학생이었다. 수업 시간에 나타난 그 학생은 보건실 문을 벌컥 열고는 인사 한마디 없이 나를 빤히 바라보며 저벅저벅 걸어왔다.
"머리 아파요."
"그래? 요즘 코로나 유행하는 거 알지? 열은 안 나는 것 같아?"
"열은 없어요."
"일단 열 한 번 재볼게."
삑-
열은 없었다. 다른 증상이 있는지 꼬치꼬치 물어보자 그 학생의 인상은 점점 굳어졌고 점점 언짢아 보였다.
"두통은 언제부터 있었어?"
그 학생은 순간 인상을 쓰고 답답하다는 듯 한숨을 쉬며 대답했다.
"아니.. 두통이 아니라, 머리가 아프다고요!!!!!!!"
그 이야기는 곧 학교 안에 퍼져나갔고 선생님들은 조회, 종례, 수업 시간마다 두통, 인후통 ,그 외의 각종 신체 증상을 하나하나 짚어가며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