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aden Apr 08. 2024

MBA 합격, 그 후

균형의 파괴에서 오는 성장

이제 대부분의 Co '26 MBA 합격자 발표가 난 상태다. 커리어 엑셀러레이터 플랫폼-loop의 작년 7명의 소수형태로 모집했던 컨설팅 전 과정도 드디어 마무리되어 가고 있다. 최근 마무리 미팅을 하면서 했던 대부분의 이야기는 아이러니하게도 '불안함'에 대해서였다. "비싼 학비/생활비 펀딩은 어떻게 할지?" "가서 정말 비싼 학비 내고 돌아오게 되는 건 아닐지?" "경기는 정말 졸업할 때 쯤엔 upcycle을 볼 수 있을지?" 컨설팅을 시작했을 때만해도 제발 target school 중 1개만 되도 너무 좋겠다라고 했던 모습과 정말 상반되는 모습이 많았다.


'불안함'은 좋은 징조다. "인간은 누구나 자신만의 지옥을 하나쯤은 갖고 산다"는 말이 있듯이, 늘 인간은 걱정을 만들어내는데 익숙하다. 나 또한 합격 후 본격적인 출국 준비를 할 때 정말 걱정이 많았다. 난 심지어 Class of Covid라 불리는 역대 최악 중 하나의 상황이었다. "가서 in-person 수업은 들을 수 있나?" "비싼 학비내고 굳이 지금 갈 필요가 있나?" "나 같으면 안가겠다" 등. 회사 휴직계를 2년간 내고 마무리 인사를 하러 돌아다니면서 내가 들은 말들이다. 하지만, 난 주눅들긴 커녕 난 오히려 "그래 이렇게 힘든 상황에서 잘하면 더 의미있겠다!" 하며 신나했었던 것 같다.


의미있는 변화는 반드시 본인이 유지하려는 자신만의 '균형'을 파괴할 때 비로소 이뤄진다고 믿는다. 지난 포스팅 '나만의 홈런 만들기' 에서 잠깐 비슷한 내용을 언급한 적이 있다. 누구나 역설하는 '루틴 (routine)'의 중요성을 난 반만 새겨듣는다. 루틴은 어떤 프로세스가 이미 잘 셋업되어 '단지' iteration이 필요한 경우 그 가치가 있을 수 있는데, 우린 대부분 아직 그 iteration에만 집중해야하는 단계는 아닐 경우가 많다. 즉, 우린 더 나은 단계로 넘어가기 위해선 반드시 현재 생산적으로 보이는 착시를 주는 routine에서 벗어나야하고, 이 때불안감을 동반하게 되는 것 같다. 또박또박 지난 몇 년간 안정적인 직장에서 찍히던 월급이 사라질 것이고, F1 비자에 의존하는 외국인 학생 신분으로 타지에서 살아야 한다는 두려움이 당연히 엄습하기 때문이다. $16만불에 육박하는 학비와 $10만불 상당의 최소한의 생활비 역시 현지 취업을 하지 못하면 본인이 고스란히 감당해야하는 빚더미로 여길 수도 있다 (물론 개인별 장학금 여부나 소비성향에 따라 비용은 차이 날 수 있다). 이렇듯 우리가 조금이라도 이미 스스로 만들어 놓은 '균형'을 깨려할 수록 불안은 우릴 옥죄어 온다.


Covid라는 '악재' 하나 때문에 시작하지 않았다면 경험하지 못했을 현재 미국에서의 너무나 값진 직장생활. 어느때나 하지 말아야 할 이유는 각기 다른 형태로 존재한다.


난 이 부분에서 MBA 본연의 가치가 시작된다고 본다. 나아가기 위해 risk를 감수하고, 2년동안 매니징해 갈 수 있는 독립적 의사결정 능력. 단순한 employee에서 벗어나 본인 스스로가 의미있는 경제주체로 올라설 수 있는 기회 (당시 느끼기엔 엄청난 '고통'으로 다가온다)를 MBA 프로그램을 통해 경험할 수 있게된다. 단순히 '취업'에만 너무 집중해 MBA 당위성을 평가하는 경우를 너무 많이 보았고, 대부분 MBA를 고려하는 분들 역시 이런 의구심을 많이 던진다. 물론 금전적인 ROI 너무 중요하고, 가시적인 성과를 2년안에 낼 수 있어야 의미있는 MBA를 했다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좀 더 넓게 볼 필요가 있다. 원하던 학교 합격 후 이제 남은 몇 개월 동안 next step을 어떻게 준비해갈 지 고민하며 걱정을 털어놓는 분들에게 난 지금 본인의 삶의 균형이 MBA를 준비하면서 깨지는 순간부터 이미 '또 다른 성장'은 시작되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 순간을 걱정보단 즐기라고 조언해준다.


동기와(and) 계기가 없으면 어떤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이미 MBA 준비를 시작할 때 '동기'는 발현되었다.  이제는 그 동기가 만들어낸 값진 결과(합격)를 충분히 누리며, MBA 입학이라는 '계기'가 주는 앞으로 일어날 삶의 변화를 가슴을 활짝 열고 맞이할 마음의 준비를 하면 된다. 그리고 지난 약 9개월 동안 일과 MBA 준비를 병행하며 누구보다 열심히 산 본인 스스로를 격려해주고 칭찬해주라고 얘기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