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서부에서 일하며 생활하기
졸업 후 미국에 산 지 3년이 채 다되어 간다.
인생이란 퍼즐이 완성되기 전까진, 우린 지금 찰나의 모습은 이해하기 어렵다.
내게 미국 MBA 과정이 그랬다. 입학하기 전엔 “졸업 후 미국에 남을 수 있을까?” “너무 MBA 하기엔 늦은 나이가 아닐까?” 걱정 태산이었다. MBA 입학하고도 언어/문화에서 오는 차이, 닟선 리쿠르팅 프로세스는 덜컥 겁을 더 먹게 했다.
잡 인터뷰가 있는 날에는 (HR 스크리닝 콜이라도) 초반에는 너무 긴장해 아침에 일어나면 헛구역질까지 하며, 준비한 스크립트를 끝까지 리뷰하며 끝내 인터뷰를 마치는 일이 허다했다.
그런 2년의 MBA 생활은 내게 많은 것을 안겨줬다. 1) Equity Trader -> Industry로의 pivot, 2) 미국 Series D 펀딩을 받은 MedTech 회사의 Exit을 애널리스트로서 경험, 3) 이직에 도전하며 K-culture 붐에 기여할 수 있는 Entertainment 산업에서 일해볼 수 있는 기회, 4) 다문화권에서 일하며 익힐 수 있었던 폭넓은 사고/관점의 확장 기타 등등.
“한국에서 그냥 주식 트레이더로 일하는게 더 안정적이고 좋은거 아냐?” 라고 묻는 사람은 지금도 많다. 물론, 꾸준히 지금까지 한 우물만 팠다면 트레이딩 분야에 전문성은 더 쌓였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에 국한된 내 활동영역은 너무 비좁게 느껴졌고, 얼마든지 나중에 되돌아올 수 있다는 괜한 자신감이 있었다.
그 당시 내 마음과 본능이 이끄는 MBA를 가기로 결정했고, 안정적이어 보였던 직장, 버팀목이 되어주던 가족, 친구들과의 quitting을 실행했다.
처음 모든 걸 겪었을 땐 뭔가 해내야 한다는 압박감에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 스트레스는 많은 것을 성장시켰다. 'No pain, no gain'.
개인적인 변화도 있었다. 다양한 문화권의 친구들과 만나볼 수 있었고, (솔직히) 틈틈이 연애도 많이 해봤다. 그리고 인생을 함께하고 싶은 사람을 서머인턴쉽을 마치고 2학년 때 만나, 지금은 졸업 후 결혼해 헐리우드 사인이 내다보이는 곳에 함께 터전을 잡고 살고있다.
그리고 최근엔 아이까지 이 곳 LA에서 낳게 되었다.
MBA는 커리어 확장 측면에서 더 유용한 학위이자 프로그램이긴 하다. 하지만, 사회경험을 하다 다시 학생으로 돌아온 귀중한 시간을 잘 사용할 지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난 그래서 MBA 합격소식을 알려온 분들과 after call 때 항.상. "여행 많이 다니세요!" 라고 조언한다. 더불어, “친구 연인도 많이 사귀고 시도해보세요”라고 한다.
내게 MBA는 베팅이 아니었다. "큰 금액 투자했으니, 무조건 이런 아웃풋이 나와야해!" 이런 식의 베팅이 되어서는 절대 안된다. 기대가 클 수록 비교하기 쉽상이고, 결국 마음의 상처로 돌아와, 너무 일찍 동력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보단 MBA가 열어주는 새로운 가능성들에 더욱 집중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게 지난 3년간 압축적으로 일어난 일들처럼, 새롭게 열릴 기회들은 그 당시엔 절대 예측하기 힘들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