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11.27~23.12.03
▶횟수: 2회
▶총 거리: 11km
▶평균 페이스: 6'45"
▶총 시간: 1:14:44
지난주에 예상했던 대로 이번 주 달리기는 ㅋㅋㅋㅋㅋ 그래도 기록해 본다.
뜬금없이 잡힌 월요일 회식. 개인 사정이 있는 친구들이 빠지니 남은 인원은 달랑 네 명.
이 중 누구 하나 빠진다고 하면 취소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본인 입사 6주년이자 오랜만에 남편이 아이를 봐주기로 해서 오랜만에 술을 마시다며 신이 난 팀장 앞에서 나를 포함한 나머지 인원들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목요일/ 금요일 지사 회식. 내가 담당하고 있는 지사의 월말 회의에 참석한 것이 화근이었다. 다들 오랜만에 한 잔씩 하자 하니 거절하기 어려웠다. 거절하기 어려운 것도 있었고 오랜만에 지사 직원들을 만나니 나도 반가웠다. 그나마 관리하는 지사 중 한 곳이 지방이라 다행이었다.
그렇게 일주일 회식 레이스를 열심히 달렸다. 그 사이 목감기가 들어 약도 열심히 먹었다. MBTI 'I'가 90프로 이상 나오는 내가 극 'E'로 돌별 할 때가 이럴 때다. 솔직히 내가 왜 이러는지 나도 잘 모르겠다. 정말 집에 가고 싶고 드러눕고 싶은데 한 손에는 맥주잔을 다른 손엔 노래방 마이크를 들고 있었다. 몸 챙긴다고 달려야 한다고 회식 중간에 집으로 온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다. 예전 같으면 끝까지 버텼을 텐데.
월요일 회식 후 화요일, 비 맞은 옷을 입은 듯 몸이 무거웠다. 하지만 이날이 아니면 이번 주는 달릴 수 없다는 생각에 주섬주섬 운동복을 입었다. 5km라도 뛰자는 마음으로 트레드밀 위에 섰다. 평소보다 땀이 많이 났다. 월요일에 마셨던 술이 몸 밖으로 빠져나가는 것 같았다. 6km를 뛰었다. 마치 사우나를 하고 나온 것처럼 몸이 개운해졌다. 수요일, 목이 따가워졌다. 남편에게 아이들 저녁을 부탁하고 약을 털고 오후 7시부터 잠을 잤다. 나 다름 목요일과 금요일 회식을 대비하기 위해 내 몸을 챙겼다. 챙길 수밖에 없었다. 토요일은 친정 사촌 모임으로 또 달려야 했으니.
비록 몸은 피곤했지만 목요일부터 토요일까지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해 행복했다. 그럼 된 거 아니겠는가. 그래 그럼 된 거지라고 생각했는데 일요일 오후가 되니 뭔가 찜찜했다. 화장실 갔다가 덜 닦고 나온 것 같은. 아닌척하려고 했지만 이번 주 이 핑계 저 핑계로 제대로 달리지 못한 것이 내심 신경이 쓰였다. 한 달 전에 약속된 온라인 모임 한 시간을 앞두고 무작정 운동복을 입었다. 시간도 별로 없었고 길게 달릴 체력도 안되어 5km만 달렸다. 달리고 나니 후련했다.
기분이 좋았다.
중요한 것은 시간과의 경쟁을 하는 것이 아니다.
어느 만큼의 충족감을 가지고 42킬로를 완주할 수 있는가,
얼마만큼 자기 자신을 즐길 수 있는가,
아마도 그것이 이제부터 앞으로의 큰 의미를 가져오게 되는 것이 아닐까.
수치로 나타나지 않는 것을 나는 즐기며 평가해 가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제까지와는 약간 다른 성취의 긍지를 모색해 가게 될 것이다.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중에서 187p
긴 레이스를 앞두고 길게 달리는 날도 있을 테고 짧게 달리는 날도 있을 것이다. 이런 날, 저런 날은 있을지언정 달리지 않는 날은 없을 것이다. 그것이면 충분하지 않은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말처럼 이제 나도 수치로 나타나지 않는 성취감을 느끼고 즐길 것이다.
다음 주는 맛있게 김장하고 맵게 달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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