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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땡자 Jul 07. 2024

퇴고의 힘

맷 벨

 여러 차례 글쓰기 수업을 들었다. 숙제는 매번 꼴찌로 제출했다. 마감날이 다가와야 그제야 첫 문장을 썼다. 제출하기 급급해 퇴고란 내 글쓰기에 존재하지 않았다. 요즘 단편 소설 습작하면서 ‘초고는 쓰레기’라는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퇴고를 해봐야겠는 생각만 했을 뿐인데, 우연하게도 딸의 문제집을 사러 간 서점에서 ‘그 초고는 쓰레기다’라는 문구가 적힌 표지를 발견했다. 그 책의 제목은 「퇴고의 힘」, 지금 내게 딱 필요한 책이었다.     


 1장 초고: 첫 번째 원고 이야기를 만들어보자

 2장 개고: 두 번째 원고 거의 다시 써야 한다.

 3장 퇴고: 세 번째 원고 아직, 끝이 아니다.     


 총 3장으로 구성된다. 쓰레기지만 초고를 몇 번 썼고 지금 고쳐 써야 할 초고가 있다. 이 쓰레기를 어떻게든 살려내고 싶어 마음이 급해졌다. 저자의 개고, 퇴고 비법을 쏙쏙 빼먹어야겠다는 생각에 1장보다 2, 3장을 더 집중해서 읽었다. 혹 글을 읽는 분 중 글쓰기를 해 본 적이 없다면, 1장부터 집중해 읽기를 권한다. 그리고 ‘쓰기 시작하라. 그러면 초고가 나올 것이다. 쓰다 보면 초고는 반드시 나온다. (33p)’라는 저자의 말을 전하고 싶다.

 개고나 퇴고를 시작하기 전 일상적 삶을 위한 시간과 예술적 삶을 위한 시간을 가지라고 한다. 그 원고에서 조금 떨어져 내 개인 생활에 집중하고 다른 무언가를 쓰다 보면 그 작품을 선입견 없이 보게 되고 다시 뛰어들게 된다고 한다. 지금 내 상태가 그렇다. 초고를 쓴 지 한 달이 넘어가니 내가 어떻게 썼는지 궁금해지고 다양한 아이디어가 떠올라 덧대어 쓰고 싶어 진다. 이 부분에서 나는 내 초고에 직접적으로 수정하려 했는데 저자는 초고 첫 페이지부터 다시 타이핑하는 것으로 개고를 시작하라고 한다. 확신이 없을 때는 다듬지 말고 고쳐 쓰라고까지 한다. 저자의 말인즉슨 초고를 거의 다 버리고 다시 쓰라는 것이다. 피곤함과 귀찮음이 엄습한다. 하지만 원고를 소리 내 읽기, 한 페이지에 한 장면씩 나누기, 감각 및 상태 서술어 줄이기, 너무 뻔한 단어 조합 피하기, 가장 약한 문장, 강한 문장 표시하기 등 저자가 직접 실천한 실용적인 방법들을 제시하며 힘 빠진 내게 ‘너도 할 수 있다’라고 응원한다. 저자는 첫 장편의 원고로 500페이지를 썼지만 출판사에 넘길 때는 약 300페이지, 출간할 때는 250페이지로 줄었다며, 불필요한 문장과 내용은 이것저것 따지지 말고 잘라내라고 한다. 그렇게 남아 있는 내용이 내 소설이고 독자에게 필요한 건 그것뿐이라며, 잘라냈다고 완전히 버림받는 게 아니니 걱정하지 말라고 한다. 고치고 또 고치는 습관이 몸에 배면 분명 글 쓰는 모든 순간을 즐길 수 있게 된다고 한다. 저자의 말처럼 나도 언젠가 그 순간을 맞이해 웃을 수 있을까?

 

개고 와 퇴고는 용기와 결단력이 필요하고 시간도 많이 든다. 어려운 과정이다. 이 과정을 통해 모든 글쓰기가 완성된다고 믿어보려 한다.     


‘refuse to be done’

아직, 끝이 아니다.     


p.s

퇴고의 힘을 읽었지만 지금 이 글은 초고다.

저자의 말대로 초고와 잠시 거리를 두고 일상적인 삶과 예술적인 삶을 위한 시간을 갖고 8월쯤 퇴고를 해볼 생각이다. 이런 말을 참 잘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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