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기 잡설
올해 1월, ‘매일 꾸준히 뭐라도 쓰자’라는 다짐을 했다. 아이폰 타임랩스로 쓰는 내 모습을 찍고 인스타그램에 릴스를 올렸다. 오늘 기준 총 88개 릴스가 공유되었다. 1월은 연초라, 2월은 명절이라, 3월은 아이들 새 학기라. 핑계를 만들자면 무궁무진하다. 하지만 매일 쓰겠다는 다짐은 실패다. 그래도 ‘꾸준히 뭐라도 쓰자’는 절반쯤은 성공했다. 글자수로 따지만 10자 중 8자는 지킨 셈이다. 이 정도면 80퍼센트 성공이라 우긴다.
일기
나의 일기는 쓰는 시간과 관계없이 항상 반성으로 시작한다는 걸 알게 됐다. 꽤 괜찮은 사람이라 생각하고 살았는데, 일기 속의 나는 the best of 속물이자 찌찔이 중에 상찌질이 었다. 애써 감추고 싶던 내 모습이 쓰기 덕분에 들통나 버렸다. 쓰기는 나를 폭로하고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너는 이런 인간이지만 달라질 수 있는 인간이야.’라고 위로를 해준다. 한 발짝 더 나아가 ‘근데, 너 이것도 했더라. 잘했어.’라고 칭찬까지 해준다. 그럼 나는 금세 기분이 좋아져 ‘알았어. 나 더 잘해볼게. 나 할 수 있어.’라며 다짐한다. 이 글을 쓰다 보니 나의 일기엔 반성이라는 기, 위로라는 승, 칭찬이라는 전, 그리고 다짐이라는 결의 기승전결이 있다는 걸 깨닫는다. (쓰다 보니 ‘왜 쓰는가’의 다른 답을 찾은 듯)
필사
제일 이해하기 힘든 장르가 ‘시’다. 시를 필사하면 시인의 의도와 시의 의미를 알 수 있을까 싶어 시작했지만 의도와 다르게 더 어려워지고 있다. 부에가 났을까 (‘화가 나다’의 전라도 사투리다. 전라도 출신도 아닌데 자주 쓰는 말이다.) 아니면 오기가 생겼을까. 시를 필사하면서 시인에게 ‘OO이란 단어는 왜 쓴 거야?’, ‘이런 시는 나도 쓰겠다.’ 등 질문으로 시비를 건다. 당연히 시인은 답이 없다. 하지만 질문은 사라지지 않고 다시 나에게 묻는다. 그리고 나는 생각한다.
쓰기는 나도 모르게 나에게 솔직해진다.
쓰기는 나도 모르는 내 모습을 보여준다.
쓰기는 나도 몰랐던 내 생각을 들려준다.
쓰기는 진짜 나를 찾게 해주는 내비게이션이다.
그래서 나는 쓴다.
나를 알기 위해서.
오늘 일기는 목표한 것을 달성했으니 반성대신 칭찬으로 시작해야겠다.
내 일기에서 이런 전개라니, 역대급 반전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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