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변호사도 AI로 대체된다고요?

할 수 있는 사람이 살아남는다

by 딩켄드족입니다



요즘 유튜브 쇼츠를 보다 보면

‘AI로 인해 20년 안에 사라질 직업 TOP 10’ 같은 영상이 자주 눈에 띈다.

단순 반복 업무를 수행하는 직군이 상위권에 오르는 건 충분히 예상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의외로 자주 등장하는 직업들이 있다.

바로 약사, 판사, 변호사 같은 전문직이다.

왠지 AI가 침범하지 못할 것 같은 고소득, 고학력 전문직들 말이다.


사실 내 주변에는 이공계 종사자들이 대부분이다.

법조계 사람은 한 명도 없고, 나 역시도 그 세계를 가까이서 본 적은 없다.

그나마 간접적으로 법조인의 세계를 엿볼 수 있었던 건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통해서였다.


우영우는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인물이지만,

‘포토그래픽 메모리’ — 한 번 본 것은 모두 기억하는 천재적 기억력을 가진 주인공이다.

각각의 사건에서 적용 가능한 법조항과 판례를 기억해내며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전개는 꽤 인상 깊었다. 드라마적 과장이 있을 수는 있지만,

정보의 정확한 호출 능력은 실제 법조계에서도 중요한 역량일 것이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 정도의 기억력과 정보 처리 능력이라면, 오히려 AI가 더 잘하지 않을까?


실제로 AI는 방대한 판례 데이터, 법조항, 유사 사례를 인간보다 훨씬 빠르고 정교하게 분석할 수 있다. 기술적으로만 보면, 이미 대체 가능한 수준에 도달해 있는 셈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여전히 약사에게 약을 받고,

변호사에게 상담을 받으며, 의사에게 진단을 받는다. 솔직히 말하면 앞으로도 그럴 것 같다.

AI 변호사, AI 약사보다는, AI를 ‘잘 활용하는’ 변호사와 약사가 중심이 될 것 같다.


보통 이런 주제에서는 책임 주체의 문제가 자주 언급된다.

“AI가 실수하면 누가 책임지나요?”

물론 중요한 논점이다. 하지만 내 생각엔, 그보다 더 본질적인 구조가 있다.


바로 '면허'와 '제도'다.


면허는 단순한 자격증이 아니다.

그건 법적으로 그 일을 '할 수 있는 권리'다.

면허가 없는 사람은, 그 일을 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건 결국 “제한 경쟁”의 구조다.

물론 그 안에서도 치열한 경쟁이 있겠지만,

그 안에 들어간 사람만 경쟁할 수 있다.

그리고 AI 시대에서는 오히려 이 제한된 구조가

생존을 보장해주는 중요한 울타리가 되어버린다.


잠깐 딴 이야기지만,

나는 예전부터 이런 생각을 해왔다.

진짜 부자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을 압도적으로 잘해서 돈을 버는 사람들이다.


축구는 누구나 할 수 있다.

하지만 세계 1등이면 수백억을 번다.

주식도 누구나 할 수 있다.

하지만 압도적인 수익률을 내면 수천억을 번다.


역설적으로, 우리가 흔히 말하는 ‘진짜 부자’들은 오히려 면허가 없다.

‘제한 경쟁’이 아닌 ‘자유 경쟁’ 구조에서,

성과 하나로 살아남은 사람들이다.


그런데 지금 문제는 상위 1%가 아니다.

*그 아래 수많은 ‘노력과 경험으로 쌓아온 중간 인재들’이다. 오랜 시간 갈고 닦아온 숙련, 노하우, 반복된 경험…

이제는 AI 앞에서 너무 쉽게 무력화된다.


엔비디아 CEO 젠슨 황이 2024년 UAE 두바이에서 열린 세계정부정상회의에서 이렇게 말했다.


“컴퓨터 전공 하지 마세요. 프로그래밍을 할 필요가 없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일입니다.

이제 세상의 모든 사람은 프로그래머가 되었고 이것이 인공지능의 기적입니다.”


참으로 역설적이지 않은가?


나도 실감한 적 있다.

박사과정 시절, 논문에 꼭 넣고 싶은 자동 계산 프로그램이 있었다. 코딩은 거의 문외한이었지만, 무작정 MATLAB으로 시작했다. 예제를 찾아 뜯어고치고 조합하면서 한 달 넘게 매달렸다. 매일 새벽 2~3시에 퇴근하던 시절이었다.


그런데 지금 같으면 이틀이면 충분하다.


ChatGPT에 기본 코드 틀을 넣고,

“여기에 이런 기능을 추가하고 싶다”고 입력하면 코드를 만들어주고, 오류 메시지를 복사해서 붙여 넣으면 AI가 다 수정해준다.


기초적인 개념만 있으면, 과거 수십 시간이 걸리던 일이 단 몇 시간으로 줄어든다.


실제로 최근, 그런 방식으로 이틀 만에 프로그램을 만들었고 그걸로 분석한 결과를 바탕으로 SCIE급 논문을 제출했다. 현재는 리비전 중이고, 심사자들에게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았다.


기술은 이제 ‘적당히 잘하는 사람’을 무력화시킨다. 완전한 자유 경쟁 구조에서 상위 1%가 아니라면, 이제 중요한 건 ‘그 일을 할 수 있는 자격이 있는가?'가 아닐까?


면허가 있는 사람들은 서로를 보호하고, 조합을 만들고, 시장을 제한한다. 법과 제도라는 울타리 안에 있기 때문이다.


반면, 누구나 진입할 수 있는 시장은

AI가 등장하면서 ‘Winner Takes It All’,

승자독식 구조로 변한다.


최근 한 학회에서 국내 최고 대학의 50대 교수님이 이런 말씀을 하셨다.

자신이 수년간 연구한 내용을 세부 내용을 잘 몰라도 ChatGPT로 너무나 쉽게 구현할 수 있었다고. 기술 대체는 피할 수 없다고.


상위 1%도 그렇게 말하는데, 평범한 우리는 얼마나 더 위협적일까?


기술 대체는 정해진 미래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내 생각에는 결국 두 가지다.

1. 자유 경쟁에서 절대 대체 불가능한 인재가 되든가,

2. 자유 경쟁이 아닌 ‘제한 경쟁’ 구조 안으로 들어가든가.


실제로 대학에서도 특정 면허가 연계된 학과들이 상대적으로 더 인기를 얻고 있다.

그 전공을 하지 않으면 아예 진입이 불가능한 구조. 바로 제한 경쟁의 울타리다.


엉뚱한 말일지도 모르지만,

내일부터 완전 무인 AI 의료 시스템이 도입된다는 뉴스가 나온다 해도, 의사의 인기는 떨어지지 않을 것이다. 실제로 대한민국의 의대 입시는 사상 최고 경쟁률을 기록 중이다.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면허'라는 제도적 장벽은 가장 마지막까지 무너지지 않을 것 같다.


그런데 향후 20년 내에 AI가 의사, 변호사를 대체하고 사라질 직업이라고?

글쎄… 난 아닐 것 같다.

AI를 ‘잘’ 활용하는 의사, 변호사가 ‘잘’ 나가겠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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