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름
12월이 들어서며 몇 가지 목표를 세웠다. 책 읽기, 5시 기상 등등 취업준비생일 때라면 아무렇지 않게 해냈을 간단한 목표였다. 1년이 지난 지금은 힘든 목표가 됐다. 오히려 게을렀던 군대 이전 상태로 돌아가기 바빴다.
유튜브에 빠져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내 뇌는 더 갈망했다. 아무 생각 없이 아무 의미 없는 영상을 소비하며 코로나 핑계로 멈춰버린 일상을 탓했다. 추운 겨울을 탓하고, 가득 찬 설거지통을 탓하며, 빈 냉장고를 탓했다.
이뤄질 수 없는 목표라 생각해도 의미 있게 한 페이지를 쓰려했던 과거의 서점은 달성해버린 목표에 안주하며 더 이상 뛸 생각은 하지 못하고 예전의 관성으로 다시 돌아가고 있다. 점점 하얬던 페이지가 그리워서 일까.
지금의 목표에 의미를 부여하는 건 결국 나 자신인데, 책에 제목을 지어주고 소제목, 본문, 결론으로 한 권을 진득이 써내린며 느꼈던 힘듦, 기쁨 등의 감정 자체로만으로도 너무 행복했는데, 무뎌지고 죽어버렸다.
직업적인 커리어는 또 한 권의 책이지만, 이것만으로는 채울 수 없는 허전함이 강력하다. 퇴근하면 아무 쓸모없는 사람이 되는 느낌이 싫어 술을 마시는 어른을 보는 나는 아직 어린아이인가 보다. 워라밸이 뭘까.
내적 동기(목표), 외적 동기(물질)가 부족해서일까. 역시 나는 자연적인 현상이라 생각하기로 했다. 힘을 줘 변화를 일으킨 과거와 다르게 힘을 주지 않아 원래 상태로 돌아온 관성에 게으름의 의미를 뒀다.
관성은 힘을 주지 않으면 되돌아 간다. 마치 습관처럼. 이래서 힘을 주지 않아도 계속 움직이는 습관을 기르라고 하나보다. 그 방법을 찾아보면 참 여러 가지를 시도하고 과학적으로 증명하며 야!너두를 외치고들 있다.
나는 야!너두를 외치는 분들의 결과, 습관을 보며 오!너도라는 감탄사만 외치고 있었다. 알고 있었다. 결국은 내 의지력이었다. 의지력(意志力) 한자를 보자면 이렇다. 여기도 힘(力)이 들어간다. 뭐든 힘이 필요하다.
관성을 깨기 위해선 의지력이라는 힘(力)이 필요했다. 멍청하게 줄줄 내려쓰는 글 속에서 습관적 관성에는 힘(力)이 필요하다는 걸 깨닫고 있다. 혼자서 피식 웃으며 답은 동기가 아니라 힘(力)이었다.
10 문단으로 끝나는 이 글이 다시 움직이게 했다. 결과적으로 관성은 깨졌고, 뉴턴의 제2법칙으로 넘어가기 위한 도약점이 되었다. 답은 내 안에 있었고, 이렇게 12월의 셋째 주는 7가지 글이 탄생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