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번째 이야기
내 남자친구는 요리를 좋아한다.
가끔 인스타그램에 남자친구가 만든 요리를 올리곤 하는데 지인들이 묻곤 한다.
혹시 남자친구가 셰프예요?
그러면 나는 늘 이렇게 대답했다.
그런 건 아니고 그냥 요리를 즐겨하긴 해.
그런데 그가 정말 프로가 되려고 하고 있다.
나는 그런 그를 제일 가까운 곳에서 응원하고 싶다.
1. 남자친구 와타루
내 남자친구는 일본인이다. 출신은 삿포로. 춥고 맥주가 맛있는 곳에서 태어났다.
이름은 와타루.
와타루는 요리 솜씨가 프로급인 어머니의 영향으로
그저 먹는 걸 좋아하던 소년에서 누군가를 위해 맛있는 음식을 만들기 좋아하는 청년으로 자랐다.
와타루는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복어조리사 자격증을 따고 싶어서 일본의 복어요리 체인점에 취직했다.
어딜 가나 그렇겠지만 엄격한 위계질서에 매일을 어질어질 휘청거리다가 겨우 자격증을 따고
기다렸다는 듯이 회사를 그만뒀다.
그 후에 도쿄에서 홋카이도까지 자전거 여행을 떠나 그대로 홋카이도의 오비히로에 정착하게 된다.
왜냐하면 여행 중에 돈을 다 써버려서 돌아 올 경비도 없어 돈을 벌어야 했기 때문이란다.
우연히 들린 카페에서 농장주인을 소개받아 두세 달간 농작물 재배를 하고 집에 돌아갈 돈을 모았는데...
이 곳 생활에, 사람들에게 너무나 많은 정이 들어버렸다.
맑은 공기, 맛있는 음식, 사람들과의 끈끈한 우정 같은 게 아무래도
늘 바쁘고 모든 게 빠르게 돌아가는 도쿄의 생활과는 전혀 달라서 새로웠던 것일까.
그의 요리 생활이 시작된 것이 오비히로, 정확하게 말하자면 타이키초에서의 생활부터라고 한다.
삿포로에 있을 때는 어머니가 늘 만들어주었고
도쿄에 있을 때는 일이 바빠서 제대로 된 요리를 할 시간도 기력도 없었다.
그런데 시골에 와보니 시간은 물론 창작욕구를 자극하는 신선한 식재료들이 여기저기 널려있으니 그에게는 정말 이곳이 천. 국. 이었다.
일을 마치고 오면 4-5시 씻고 저녁과 다음 날 가져갈 도시락을 준비한다.
직접 챠슈(チャーシュー 중국식 돼지고기구이)를 만들기도 하고 봄에는 산나물을 캐와서 텐뿌라를 만든다.
그리고 일본식 소주나 맥주를 마시면서 천천히 식사를 한다.
그의 옆에는 그의 반려견 토모요가 있다.
나를 만나지 않았으면 어쩌면 그의 생활은 지금도 이렇게 평화롭게 흘러가고 있었을 수도 있다.
3년 전, 우리는 만났고 그는 타이키를 떠나 반년의 호주 생활을 거쳐 도쿄에 왔다.
그리고 그에게는 꿈이 생겼다.
자신의 가게를 차리는 것.
맛있는 음식과 즐거운 시간을 공유할 수 있는 그런 공간을 만들고 싶다고 한다.
도쿄? 삿포로? 타이키?
아니면 한국?
아직은 잘 모르겠다.
그래도 그는 오늘도 하루하루를 꿈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그리고 나는 그런 그를 응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