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째 이야기
와타루는 오늘도 요리를 한다.
메뉴는 감자 챠슈 크로켓 혹은 고로케.
깨끗하게 씻은 감자를 삶아서 잘 으깨준다.
여기에 직접 만든 챠슈의 건더기랑 수프를 넣어서 크로켓의 속을 만든다.
동글동글 먹기 좋은 크기로 반죽해
밀가루, 달걀, 빵가루 순으로 옷을 입혀준다.
맛있게 튀겨진 크로켓은 맥주와의 궁합이 좋다.
살짝 구운 식빵 사이에 양배추와 크로켓을 넣어 만든 샌드위치도 맛이 기가 막힌다.
2. 데이트에 도시락을 싸오는 남자
우리가 아직 사귀기 전, 아니 사귀고 나서였나?
언제였는지는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나에게 있어서 잊을 수 없는 에피소드가 있다.
나는 그 당시 카나가와현의 어느 동네에서 자취를 하고 있었고
와타루는 홋카이도, 타이키 쵸의 한 목장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퇴근하고 지친 몸을 이끌고 집으로 오니 작은 택배박스가 날 기다리고 있었다.
뭐하다가 이제 오니? 하는 것처럼 덩그러니 놓여서.
이게 뭐지? 하면서 상자를 열어보았는데 알 수 없는 것들로 가득 차 있었다.
1. 정체불명의 병
2. 정체불명의 병 하나 더
3. 정체불명의 봉투
내 머릿 속은 물음표로 가득 찼다.
그때 싸구려 수첩의 한 페이지를 뜯어 쓴 메모가 눈에 띄었다.
삐뚤빼뚤한 글씨로 하나하나 사용법이 적혀있었다.
피식하고 웃음이 났다.
1. 대파 수프
감기 예방에 좋으니 시간 없을 때 뜨거운 물 부어서 마시기!!
2. 고등어 훈제 페이스트
딱딱한 빵이나 야채스틱에 발라먹으면 맛있어.
3. 슈톨렌
단 거 좋아한다길래 빵도 한번 만들어 보았는데....
아무튼 바쁜 일상 속에서도 건강을 챙기면서 생활합시다!
대충 이런 느낌?
20대 여자에게 보내는 러브레터의 내용이너무나도 허를 찌르는 반전이었다.
사실 나는 아직 그때 음식에 대한 관심이 삶을 100이라 했을 때 고작 15 정도밖에 없었다.
그래서 나는 대파 수프도 고등어 페이스트도 뭘 어떻게 먹어야 될지를 몰라
몇 번만 예의상 먹다가 냉장고 속 어딘가에 그대로 방치해 두었다.
중학교도 졸업 안 한 애한테 고등학교 문제집을 준 꼴이었다.
그 한참 뒤에 와타루가 집에 놀러 와서 제일 먼저 한 게 냉장고 확인(내 식생활 관리 담당이었기 때문에)
이었는데, 그대로 남아있는 음식들을 보고 많이 서운해했었다.
지금 생각하면 참 못된 짓을 했구나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와타루는 포기하지 않았다.
그 후에도 와타루는 몇 번이나 음식을 택배로 보내주었고(다 먹었다고 꼭 연락을 했다),
데이트할 때는 도시락을 싸오곤 했다.
몇 년간 장거리 연애를 했었는데,
도쿄에 올 때도 커다란 보온도시락에 반찬을 가득 담아 왔고,
내가 타이키 쵸에 놀러 갔을 때에도 공항에서 집까지 가는 거리에 배가 고프진 않을까
도시락을 준비해 왔다.
그 덕분 일까. 나도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맛있는 음식을 진심으로 즐기고 감사할 줄 알게 되었다. 조미료 범벅의 가짜 음식과 진짜 음식을 구별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만드는 사람의 정성과 노고를 이해하게 되었다.
필요한 영양소는 영양제로 보충하면 된다는 로봇 같은 생각을 가졌던 내가
이렇게나 변한 건 그의 영향이 크다.
요즘도 와타루는 종종 데이트할 때 도시락을 싸온다.
그러면 나는 또 처음 와타루가 보내준 음식들을 떠올리면서
마음 한 구석이 따뜻해짐을 느낀다.
그리고 처음 느꼈던 그 신선한 충격을 잊지
말자고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