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올림픽 자원봉사 기록_1장

첫 만남은 계획대로 되지않아

by 재아로하자



7월 18일

내 인생 두 번째, 샤를드골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좁은 이코노미가 사람 미치게 한다는

뒷 좌석 아주머니의 노랫소리가 잦아들 때 즈음

마지막 기내식이 나왔고

그 후로 한 시간 뒤, 약 14시간의 비행이 끝났다.


피곤한 몸과 수하물을 끌고

바닥에 붙어있는 택시 스티커만 홀린 듯이 따라

택시 승강장으로 향했다.

혼자인 덕에 여러 사람을 제치고 먼저 택시에 탑승할 수 있었다.

공항에서 숙소로 가는 길은 초입부터

막히기 시작했고 공항을 벗어나지도 못했는데

미터기엔 20유로가 찍혀있었다.


'한국에서 그냥 공항 픽업 서비스(보통 13만 원선)를 신청할 걸 그랬다.'

'몸이 피곤하더라도 우버나 볼트(앱에 표시된 금액은 70유로 정도)를 부르는 장소를 찾을 걸 그랬다.'

'아니야, 우버를 불렀더라도 길이 막히는 데에는 장사 없지 않나?'

굴러가지 않는 바퀴와 눈치 없이 올라가는

미터기 숫자 때문에

의미 없는 후회와 합리화를 반복했다.


택시는 약 1시간을 넘게 달려

숙소 Vitry-Sur-Seine에 도착했다.

택시 아저씨는 길이 막혀서 골목길로 다니느라

왼쪽 오른쪽 홱홱 꺾으며 운전해서 미안하다고 했다.

그러곤 105유로가 나온 택시비를 90유로만 받겠다고 하셨다.

이런 호의는 처음이라 호의를 호의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다른 꿍꿍이가 있는 건지 본능적으로 의심했다.

나쁜 버릇이었다.


아저씨의 친절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집 입구가 어디인지 헷갈려하는 나를 위해 길 가던 사람을 붙잡고 위치를 대신 물어봐주었고,

내가 대문의 비밀번호를 누르고 안으로 들어가는 것까지 확인해주셨다.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간 대문 뒤에서

차를 빼기 위해 뛰어가는 아저씨의 뒤통수에 대고 내가 할 수 있는 최대의 감사 표현인

Merci Beaucoup!( 멕시 보꾸 )를 던지고

숙소를 향해 캐리어를 끌었다.







7월 19일

19일 9시는 내 근무지인 Stade de France에서 Transport Team의 교육이 있는 날이었다.

이 교육을 들으려면 AD(Accréditation) 카드를 소지하고, 자원봉사자 유니폼을 입어야 했다.

나는 18일 오후 6시에 프랑스에 도착했기 때문에

오늘 아침 8시에 AD센터가 오픈함과 동시에 AD카드와 유니폼을 수령하고

그 길로 교육을 들으러 가야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세웠다.


아침 6시 40분,

방에서 준비를 마치고 거실에 나와보니 집주인분께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젯밤 내 계획을 듣더니 버스와 지하철 타는 길을 알려주겠다고 하셨기 때문이다.

집에서 가까운 곳에 버스정류장이 있었다.

멀리서 내가 탈 버스가 왔고, 아저씨는 집으로 돌아가지 않으셨다.

버스를 함께 타셨다. 당황했다.

달리는 버스에서는 버스 내부도 짧게 설명해 주셨다.

(덕분에 프랑스 버스에는 핸드폰을 충전할 수 있는 포트가 있다는 것도 알게 됐다.)

그리곤 트램으로 환승하는 곳까지 같이 동행해 주셨다.


나는 또 내가 할 수 있는 최대의 감사 표현인

Merci Beaucoup!로 아저씨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덕분에 따뜻해진 마음을 안고 8시 10분 전 센터에 도착했다.

센터가 열리기 전이었지만 꽤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있었다.


그래도 30분 안에는 유니폼까지 받고 교육 들으러 출발할 수 있겠지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웬걸, 2시간 반이 넘도록 나는 대기줄에 서있어야 했다.

나와 같은 처지에 있던 사람들이 화가 나서 안전 요원에게 따지기 시작했다.

불만, 혼란으로 순식간에 시장통이 되어버린 센터를한 확성기가 진압했다.

확성기 소리가 나는 곳으로 사람들이 모여들었고

공지를 듣기 위해 잠잠해졌다.

알아들은 단어를 조합해 보니 확성기는

'테크니컬 한 문제, 내일 다시 오세요'라고 말하고 있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마이크로소프트사의 기술적인

문제로 프랑스 전역의 전산이 마비되었고

AD카드 배부가 일시 중단됐던 것이었다.


결국 AD카드도, 유니폼도 수령하지 못하고 교육도 들으러 가지 못했다.

하지만 기술적인 문제 때문이었으니

내일 다시 받으러 가면 되겠지 생각하며

오후 10시에 기절하듯 잠들었다.


두시간동안 서있었던 출구와 대기하는 사람들




7월 20일

새벽 4시, 맑은 정신으로 잠이 깼다.

모기가 발을 물어 간지러운 탓에 깬 것도 있었지만 한국 시간을 보니 오전 11시였다.

'시차 적응이 덜됐구만,, '


다시 잠들고 뭉그적거리다 파리에서 공부하는

프랑스어 선생님과 연락이 닿아

마레지구에 있는 쌀국수 맛집에 갔다.

한국인들에게 소문이 난 집 같았다.

내 뒤로 한국인 두 명이 기다리고 있었고 우리가 먹고 일어난 자리에 한국인들이 앉았다.


선생님과 헤어진 후 오후 4시, 다시 AD센터에 방문했다.

올림픽과 패럴림픽 모두 근무 할 예정이라

2장의 AD카드와 2장의 교통카드_나비고를 받았다.

(지급된 나비고 카드로 올림픽 기간동안 무제한으로 버스와 지하철을 이용할 수 있다)

AD센터에서 도보로 5~10분 정도 거리에 있는 유니폼 배부 센터에는

초록색으로 점철된 유니폼이 사이즈별로 분류되어있었다.

디자인이 기능성에게 많은 능력치를 양보 한 옷이었다.


옷을 모두 배부받고 우연히 만난 한국인 자원봉사자와 함께 더위를 피하고자 근처 카페에 들렀다.

오후 5시밖에 되지 않았는데도 잠이 쏟아졌다.

한국 시간을 확인해 보니 오전 12시였다.

'시차 적응이 덜됐구만,,'


결국 저녁을 포기하고 근처 서점에서 책을 한 권 산 뒤에

집주인이 바캉스를 떠나 한산한 집에 들어왔다.

더위와 시차적응으로 진이 다 빠졌었다.


다행히 18일부터 오늘까지 30도로 올라간 온도가 내일부터 다시 26도로 내려간다고 한다.

선선한 여름 파리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