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lowcarver Jul 15. 2023

퇴근길 단상

오랜만에 글을 쓰고 싶었다.


퇴근길, 문득 켠 밀리의 서재에서 정세랑 작가의 책을 발견하고 다운 받아서 읽기 시작했다.

그간에 여기저기 짤막하게 올린 글을 모은 엮음집 같았는데, 짧은 글들이 퇴근길에 부담 없이 읽기 좋았고, 쉽게 술술 읽혔다. 그간 써온 SF 소설들과는 달리, 현실에 기반한 직접 겪어본 경험담 같기도 한 진솔하고 담백한 글들이 마음에 와닿았다. 쉬우면서도 마음에 들어오는 글을 읽다 보니 나도 오랜만에 글을 쓰고 싶었다. 늘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마음 한편에 있고, 종종 실행에 옮기기도 하지만, 시간에 쫓겨 또는 글쓰기의 한계에 부딪혀 끝맺지 못한 글들은 서랍에 조용히 쌓여만 갔다. 그냥 어떻게든 끝을 맺자. 퇴고 같은 건 생략하고 뭐라도 마무리를 지어보자 생각하지만, 그 조차도 쉽지 않았다. 처음에는 생각의 흐름에 따라 타닥타닥 쓰던 타이핑도 조금 지나면 서성서성,,, 자판의 어딘가를 머뭇거리다가는 글을 서랍에 넣고 만다. 종종 마음에 마구 떠오르던 생각들, 길을 가면 갑자기 떠오르는 강렬한 생각들도 쓱,, 어디론가 사라지고 만다. 쓰고 싶고, 남기고 싶었다. 나의 생각, 나의 경험, 나의 일상들을.

오랜만에 깔끔하게 읽히는 글을 접하며, 다시금 쓰고 싶다고 생각한다. 주변을 돌아보며 사람들을 풍경을 바라보며, 내가 무언가를 느끼고 깨닫기를 소망해 본다. 직장에 복귀한 지 2주일. 꽤나 정신없었던 육아휴직 기간이 여유로웠다 생각이 들 만큼, 바쁘고 쫓기고 피로한 일상 속에서 무언가 남기고 싶었다. 정작 나는 없는 나의 바쁜 하루 속에서 나의 작은 조각 하나라도 찾아볼 수 있는 그런 글을.

매거진의 이전글 사랑하는 존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