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황PD Sep 11. 2015

환상을 구체화하다, 피규어 #2 - 분류

적당히 구분해 본 피규어 카테고리

피규어는 그 종류만 해도 상당히 많다. 


여러분이 초심자라 가정해도 리얼하게 생긴 놈과 머리만 큰 놈, 또 그 중간 사이즈인 놈들 정도는 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피규어는 종류가 워낙 다양화 되어 있고 반다이나 타미야가 주도하는 프라모델과 달리 특성과 취향에 따라 다양한 업체가 세부 카테고리를 이끌고 있어 카테고리로 만드는 것이 쉽지 않다. 


아마 이렇게 정리를 하더라도 빠지거나 안 맞는 부분이 분명 존재하겠지만 빠른 이해와 덕질 보급에 도움이 된다면 딴지 걸릴 각오하고 큰 범위에서 나눠보도록 하곘다. 




SD 타입


SD라는 말은 ‘SuperDeformed / 슈퍼디포르메’의 약자로 ‘크게 변형된’이라는 어원을 갖는다. 


그만큼 전통적인 캐릭터의 형태(보통 8등신)와는 확연히 다른 독특한 모습을 가졌다고 할 수 있다. SD 캐릭터는 주로 2등신 혹은 3등신으로 머리가 비정상적으로 큰 형태이며, 여기에 팔다리도 극단적으로 짧다. 인간으로 따지면 가장 못난이같은 비율이지만 이게 묘한 매력을  풍기는지라 많은 사람들이 SD 피규어를 찾는다.

천하의 살인귀들도 SD화되면 귀여움을 피할 수 없다


이 SD 피규어의 대표적인 제품으로는 ‘넨도로이드’를 들 수 있다. 


‘넨도로이드’는 일본의 굿스마일컴패니가 만든 제품으로 2006년에 처음 발매됐다. 현재까지 아이언맨부터 하츠네 미쿠까지 350종이 넘는 제품이 출시됐으며 미소녀류가 주로 많다(그리고 동물류). 넨도로이드는 기존에 SD가 갖고 있던 통념, 즉 많은 부분이 생략되어 디테일이 부족하다라는 점을 과감히 뒤집은 세밀한 조형을 그 무기로 한다. 


나아가 각 부위 별로 수많은 파츠와 소품을 갈아 낄 수 있어 이용자가 자신의 취향에 맞게 다양한 표정과 동작을 연출할 수 있다는 것이 또 하나의 큰 장점이다. 넨도로이드 팬들의 연출 사진을 보면 마치 캐릭터가 3D 애니메이션으로 살아 있는 것처럼 다양한 표정을 짓고 동작을 구현한다. 워낙 발색과 조형이 좋아 적당히 폰카로 찍더라도 흐뭇한 미소를 짓게 하는 게 바로 넨도로이드이다.

심장을 쿵하기 위해 태어난 마성의 넨도로이드들 

이 밖에도 팬슨웍스(일본), 키드로봇(미국) 등 다양한 회사에서 소프트비닐 SD 피규어를 출시하고 있다. 

원피스의 간지횽아들도 SD로는 별 수 없다 ( Panson Works)




리얼 타입


‘핫토이’ ‘엔터베이’ ‘사이드쇼’ 등의 브랜드를 주축으로 하는 리얼 타입 피규어는 사진으로 찍어놓으면 실물과 구분이 안 될 정도의 리얼하고 세밀한 조형을 그 핵심으로 한다. 


12인치 피규어(또는 ⅙ 피규어)가 주를 이루며 대략 30cm 정도의 높이라고 보면 된다. 과거 하스브로가 만들던 ‘장난감스러운’ <지아이조>가 그 원형이지만 점차 발전에 발전을 거듭해 현재의 막강 디테일의 제품으로 진화했다(물론 가격도 그만큼 진화했다). 


요새는 ‘핫토이’ 사의 제품이 대세라고 할 수 있는데, 그 발전의 중심에는 홍진철 이사와 고준, 최율리, 김형언(어니) 등 한국인 원형사들의 뛰어난 조형 기술이 있다. 특히 어니 님은 이소룡 조형으로 이름을 널리 알렸으며(당시 엔터베이 소속) 이소룡의 유족들이 퀄리티에 감탄해 초상권을 내준 일화는 매우 유명하다.

이런 표정까지 재현해 버린다....(당산대형 버젼)

사실상 12인치 시장을 평정해버린 핫토이는 주로 터미네이터, 아이언맨, 다크나이트, 프레데터 등 헐리우드 액션 / SF영화 관련 제품을 제작한다. 개인적으로 터미네이터 제품을 하나 갖고 있는데, 가죽 재킷과 벨트는 물론 피까지 세밀하게 재현한 로봇팔을 보고 감탄을 금치 못했다. 여기에 샷건과 권총 등 무기류도 별도의 피규어로 팔아도 될 정도의 정교함을 자랑한다. 

주지사님도 미쿠미쿠

요새 나오는 제품들은 여기에 눈알까지 조작할 수 있는 기믹이 들어 있어 더욱 세밀한 표정 설정이 가능하다. 바디의 가동성은 상대적으로 떨어지나 요새 아예 포즈를 잡아서 나오는 제품군이 있는 등 지속적인 업그레이드가 이루어지고 있다.


하나의 예술 작품으로서도 충분한 가치를 하는 이 리얼타입 피규어들의 유일한 단점은 ‘가격’인데, 퀄리티와 함께 점점 단가가 올라가 지금은 20만원 을 호가한다. 물론 희소성에 따라서 그 몇 배를 지불해야 손에 넣을 수 있는 경우가 많다. 그래도 정말 좋아하는 캐릭터라면 한두 개 정도 사도 절대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보통 한두 개로 끝나지 않는 게 문제지만.

전설의 이 분도 리얼하게 만나볼 수 있다




미니 뽑기 타입


미니 뽑기 타입은 좀, 조심해야 한다. 


아주 가볍게 시작하기 좋은 대신 서서히 당신을 옭아맬 무서운 중독성을 지녔기 때문이다. 

게다가 더 위험한 건 비단 피규어샵 뿐 아니라 팬시용품점이나 서점 등에도 곳곳에 잠복해 있다는 점. 귀엽다고 손댔다가 정신 차려보면 큰 피규어 사는 것 못지않은 아니, 그 이상의 증식력에 지갑을 탈탈 털릴 수도 있다.


이는 크게 두 종류로 나눌 수 있는데 하나는 소위 ‘가챠폰 (또는 가샤폰)’이라고 하는 캡슐 뽑기 머신에서 뽑는 타입을 들 수 있다. 

일본에선 심심찮게 이런 곳을 발견할 수 있다

캡슐에 들어 있는 만큼 상당히 작고 가격 역시 약1000~2000원 정도 선으로 상대적으로 디테일은 떨어지는 편이다. 하지만 고양이나 변기 미니어처 등의 독특한 소재와 실용적인 요소(연필꽂이나 핸드폰 스탠드 등)를 도입해 마니아층으로부터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일본에서선풍적인 인기를 끈 ‘컵 위의 후치코’ (베츠니님)



다른 하나는 작은 박스 안에 특정 주제에 관련된 미니 피규어가 들어 있는 '블라인드 박스'로, 종류마다 다르나 대략 6종부터 24종이 모여 풀셋이 된다. 

이렇게 한 테마로 구성된 제품이 랜덤하게 들어 있다

이 풀셋을 ‘홀박스’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콩글리쉬라고도 하나 나름 통용되는 용어이니 기억하자. 가격은 대략 4000원에서 15000원 사이이다. 


누구나 한번 쯤 봤을 이 '베어브릭'도 블라인드 박스 형태의 랜덤 피규어



이 두 종류 공통점은 역시 ‘선택권’이 없다는 것이다. 


박스(혹은 캡슐) 안에 뭐가 들어 있는지 모르기 때문에 일단 사서 뜯어봐야 한다. 손쉽게 예상되듯이 같은 놈이 여러 번 나와서 좌절하는 경우도 발생하는데, 뭐 어쩔 수 없다. 바로 중고나라나 카페에다가 팔거나 원하는 것으로 교환하는 수밖엔. 그렇기 때문에 이런 종류의 피규어를 공식 명칭으로 ‘트레이딩 피규어’라고 부른다.

이 트레이딩 피규어은 워낙 방대하기 때문에 나중에 따로 한번 다뤄보도록 하겠다.




캐릭터 재현 타입


캐릭터 재현 타입은 애니메이션이나 영화의 캐릭터 자체 또는 포즈를 최대한 비슷하게 재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제품군이다.


카이요도라는 회사에서 제작하는 ‘리볼텍’이라는 브랜드는 리볼버 조인트라는 기믹을 이용해서 아주 다양한 포즈, 예를 들면 달리는 자세나 레슬링 기술을 거는 자세를 마음껏 재현할 수 있게 해놓았다. 매끄럽게 마감된 고정 피규어에 비하면 다소 관절들의 질감이 거칠지만 애니메이션이나 영화에서 보았던 자세를 그대로 재현할 수 있다는 것은 큰 매력이다.

가동성의 승리! 리볼텍 스파이더맨
센스만 좀 있다면 손쉽게 다양한 포즈를 연출할 수 있다


리볼텍 정도는 아니지만 대신 원형의 맛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상당히 좋은 가동성을 유지하는 ‘피그마’ 라는 브랜드도 있다. 마치 캐릭터를 3D 영상으로 재현한 것 같은 훌륭한 발색과 비율을 자랑하며 적절한 가동성까지 더해져 (최소한 일본에서는) 현재 가장 인기 있는 피규어 브랜드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가동성 보다는 재현율에 초점을 둔 피그마
화사한 컬러와 적절한 비율이 마치 방금 애니에서 튀어나온 느낌을 준다 (피그마)


이외에도 메디코스 사의 초상가동, 반다이의 로봇혼,S.H.피규어아츠, 알터 등 다양한 브랜드가 있는데 전체적으로 손이 닿는 가격대(4~7만원)에 좋은 퀄리티를 보여주고 있어 인기가 높다. 다만 가동성과 캐릭터 싱크로율은 정비례 관계가 아니므로 어느 쪽에 비중을 두느냐에 따라 선택하는 것이 현명하다.






사실 피규어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지금 얘기한 피규어 구분 방식보다는 레진, 콜드캐스트, PVC 같은 재질을 통한 구분이 더 보편적일 것이다. 다만 여기서는 좀 더 가벼운 구분을 시도해보았다.


피규어의 종류가 다양한 이유는 간단하다. 사람들이 피규어를 통해 추구하는 목표가 다르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캐릭터를 있는 그대로 간직하고 싶어하고 누군가는 ‘장면’을 간직하고 싶어한다. 또 누군가는 스토리를 간직하고 싶어한다. 거꾸로 다양하게 해석된 피규어를 통해 콘텐츠의 숨었던 재미를 발견하기도 한다. 


사람마다 기준이 다르긴 하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피규어의 가격 자체가 다소 비싸게 느껴지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자신이 숨졸이면 봤던 그 추억을 간직하는 비용이라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 납득이 되지 않을까?....안되려나? 하하.





매거진의 이전글 책을 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