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의 로망, 프라모델 #1 : 추억

조립은 가슴이 시킨다

by 황PD

기억해보면 남자아이들과 여자아이들의 놀이가 갈리기 시작하는 시점은 ‘조립식 장난감’을 만지기 시작하면서부터가 아닐까?


귀엽게 움직이는 장난감 강아지나 딱지, 비누방울처럼 비교적 중성적(?)인 놀이를 지나 합체 로봇, 조립식 장난감으로 넘어오는 시점부터 확실히 남자아이들만의 공감대가 형성됐던 느낌이다.


인형 옷을 갈아입히고 인형 머리를 빗기는 것을 즐기던 여자아이들과 달리, 남자아이들은 그냥 봐서는 짐작도 안가는 플라스틱 조각을 설명서대로 맞춰서 로봇이나 탱크를 완성하는 것이 최강의 즐거움이였다.


1980~90년대에 어린 시절을 보냈던 나는 <보물섬>이나 <선가드> <다간X>등의 국산 복제 프라모델을 주로 갖고 놀았는데 되돌아 보면 상당히 조악한 퀄리티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일본에서 만든 금형을 적당히 복제해서 만들다 보니 군데군데부품이 들어맞지 않는 것은 일상다반사였고, 힘을 줘서 끼워 넣으려고 하면 부러지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2-1.JPG 뭔가 묘하게 후지면서 애뜻한 표지 (쿨럭님 블로그에서)


그나마 동봉되었던 치약 모양의 튜브형 본드로 간신히 모양을 잡곤 했지만 이마저도 뒤가 터지거나 모자라게 되면 별도의 접착제를 사서 적당히 마무리하는 수밖에 없었다. 기본적으로 플라스틱 재질이 좋지않아 뿔처럼 솟은 부위나 조립을 위해 볼록 튀어나온 부분이 잘 부러지기 때문에 ‘순간접착제’는 조립하는 데 필수 요소였다.


그러다 보니 만드는 동안은 손에 딱딱한 훈장같은 접착제 자국이 얼룩덜룩 남아 있곤 했다. 뿐 만 아니라 깨끗하게 니퍼로 끊어낼 재간이 없어 가끔 손을 베기도 했는데,이런 역경들을 이겨내고 설명서의 마지막 페이지를 끝마쳤을 때의 뿌듯함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가끔 장난감 전시관이나 옛날 문방구에서 오래된 프라모델을 마주치기라도 하면 ‘저런 촌스러운 걸 좋아했던 말이야?’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한편으로는 어린 시절 끙끙거리며 만들던 추억을 떠올리며 흐뭇한 미소를 짓게 된다.


2-1-1.jpg 어린 시절의 추억, 보물섬을 화려하게 되살려낸 조나단님의 작품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렇듯이 나도 중학교 고등학교를 지나면서 프라모델에서 점점 멀어지게 됐고 대학교 때는 술마시랴 동아리 활동하랴 하며 거의 머리 속을 떠나고 말았다.


그러다가 게임 회사를 들어간 뒤 주변에 프라모델을 하는 동료가 생각보다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 (참고로 게임 업계라는 것은 일반 회사에비해 매우 ‘덕’스러운 업종이다).


정훈씨는 왜 그렇게 프라모델을 좋아하세요?
만들 때 손에 딱 떨어지는 느낌이 좋아요. 그리고 도색하면 완전 멋져지거든요 ㅎㅎ


말만 들어서는 와닿지 않던 동료의 콜렉션을 우연히 직접 볼 기회가 있었는데, 무지했던 내겐 그야말로 슈퍼파월 컬쳐 쇼크였다. 내가 어릴 때 알던 그 조잡조잡하던 것이 아닌 거의 실제 로봇의 압축 수준인 작품을 보고 육성으로 “헐!” 소리를 뿜을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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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74_Wi3MYGWSOCHcwMbi_l.jpg 동료의 프라모델 콜렉션 중에서

와 이거 완전 매력 돋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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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황PD 가슴 속에는 프라모델의 불씨가 하나 톡, 하고 떨어졌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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