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를 하면 늘 어떤 패턴이 있다.
누군가를 사귀기 전에는 "나는 못 만날 거야." 전전긍긍하며 불안해한다. 그러다 어찌저찌 우연과 인연이 쌓여 연애가 시작되면, 미친듯이 빠른 속도로 뜨거워진다. 마치 운동장에서 날려버리는 로켓처럼 하늘 위로 붕 떠오르는 기분. 나는 그 기분을 정말 좋아한다. 그리고 100일쯤 지나면, 둘 중 하나는 뜨거운 구간에서 떠나 발을 땅에 붙인다. 안타깝지만, 그건 내가 아니다. 늘 더 오래 남아있고 싶어서 밍기적 대는 건 나였다. 다시 원래 트랙으로 돌아가려는 공기의 흐름을 나는 부정하고 있다. 처음이라 너무 즐거웠던 순간, 도파민이 폭발하는 기분. 그 로켓 구간이 끝났다는 걸 인정하지 않으려 하늘 위에 머무르고 싶다. 사실 상대가 너무 좋아서라기보다는, 연애 초반의 자극에 익숙해진 몸이 나쁜 버릇이 들었다. 자주 만나고, 자주 연락하고, 함께하는 순간이 많으면 그 때의 흥분이 유지될 거라 믿으면서.
그러다 상대가 다시 원래의 운동장의 트랙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는 걸 보면, 거절당한 듯한 기분이 들고 자괴감이 몰려온다. 사실 그가 무작정 아무런 대책 없이 평생 나랑 놀 사람이라면, 내가 애초에 좋아할 사람도 아니었겠지.
결국, 내가 그 순간에 머물러 있으려 했던 건 상대가 너무 좋아서가 아니다. 단지 그 뜨거웠던 열기에서 빠져나가기 싫었을 뿐. 사실 나도 알고 있다. 이제 만남에서 ‘처음’의 모든 행동들은 반복에 불과하고, 그만큼 재미있던 그 구간은 이미 지나갔다는 것을. 만약 내가 그만큼의 재미를 다시 느끼고 싶다면, 새로운 인연을 찾아 다시 뜨거웠던 연애 초반을 반복하는 수밖에 없겠지.
아니야, 정신 차리자. 덜 재미있더라도 원래 내가 달리던 트랙으로 돌아가야 한다. 약간 먼지가 쌓인 그 길을 다시 닦고 보수하면서, 운동도 하고, 식습관도 정리하고, 내 일상을 되찾는 게 지금 내가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