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한 연봉이외에 반드시 확보해야할 조건(직위, 근무시간, 근무장소, 스톡옵션, 해외연수 등)이나 기타복지혜택들은 무엇인지에 대해 정리해본다.
"목표가 불분명한 자는 협상테이블에서 상대방과 협상을 하지못하고 자기 스스로 타협을 하게된다." 가장 먼저 명확한 목표를 설정하기 바란다.
2. 회사내부 정보수집
협상에 있어서 정보력을 협상력과 직결된다.
회사 입장에서는 연봉협상에 앞서 정보를 선점하기 위해 세가지 정보를 요구한다.
1. 이전 직장 근로소득원천징수영수증 제출
2. 최근 3개월 급여 내역서 제출
3. 희망연봉 제시
사실 이것만으로도 이미 협상의 구도는 불리해진다. 회사는 이렇게나 구체적인 정보를 확보하고 협상을 시작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당하고만 있을 수는 없다. 확보가능한 정확한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기본적으로 지인들을 최대한 활용하고, 블라인드 같은 회사내부 정보를 익명으로 공유하는 사이트를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이를 통해 회사의 기존 전임자는 어떤 경력/스펙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었는지, 전임자가 받은 연봉수준은 어떤지, 회사의 직급별 연봉기준은 어떻게 되는지, 내부 연봉기준을 벗어나 연봉조정을 할 수 있는 여지가 어느 정도 있는지 등을 확보할 수 있다면 연봉협상에 있어 정보력에서 밀리지 않고 협상을 진행할 수 있을 것이다.
3. 회사가 제시하는 기준에 대한 반박 기준점 제시
"죄송하지만 내부연봉기준에 따라 10년차 과장직급 직원에게 드릴 수 있는 금액의 한도가 정해져 있습니다. 회사에 근무하고 있는 기존 직원들에게도 모두 이 기준에 맞춰서 급여가 지급되고 있습니다."
회사측 인사담당자가 활용하는 전형적인 협상전략이다. 협상학에서는 이를 앵커링 이펙트(Anchoring Effect: 배가 항해를 하다가 닻을 떨어뜨리면 닻이 떨어진 지점에서 멀리가지 못하고 정박하게 되는 상황에서 유래된 협상용어)라 하는데, 기준점을 선점하여 상대방을 심리적으로 압박하는 전략이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 단계에서 수긍하고 회사측 요구안을 그대로 받아들인다.
하지만 반드시 그래야할 이유는 없다. 회사의 연봉기준이 정해져 있다고 하더라도 내부 결재를 받아 예외를 인정해줄 수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또한 근로계약 시 연봉 및 근로조건에 대해 제 3자에게 알리면 안된다는 비밀유지조항이 있기 때문에, 회사에서 근무하고 있는 근로자들은 내 연봉이 구체적으로 얼마인지에 대해서 알 수도 없다. 즉, 굳이 내가 회사의 연봉협상 가이드라인을 100% 수긍하지 않아도 되며, 조정의 여지가 없지 않다는 것이다.
다만 이때, 상대방이 제시한 '회사 내부기준'을 깰 수 있는 반박 기준점이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반박 논리는 이런 형태일 것이다.
"현재 다니고 있는 회사에서 받고 있는 연봉이 0000만원 입니다. 저는 현재 회사와 트러블이 있어 이직을 생각하는 경우는 아니기 때문에 현재 받고 있는 연봉에서 최소 10%도 인상되지 않는다면 사실 굳이 이직을 하지 않아도 됩니다."
'회사 내부기준'이라는 기준점을 '기존 연봉 대비 10%인상'이라는 기준점을 내세워 반박하고 있다. 이 정도의 인상요구는 업계에서 흔히 통용되는 수준의 요구로 회사측 인사담당자의 입장에서도 지나친 요구라는 생각은 들지 않을 것이다. 결국 자신의 가치를 본인조차 자신있게 이야기하지 못한다면, 아무도 본인의 가치를 먼저 인정해주려 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4. 인사담당자가 결재를 득할 때 활용할 수 있는 근거자료 제공
실제 연봉협상 테이블에, 회사의 연봉결정권한을 가진자가 직접 등장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대부분은 회사의 인사담당자가 회사의 내부연봉기준에 맞는 연봉을 숙지하여 협상테이블에 나오고, 구직자의 반응을 확인하여 의사결정권자(인사본부장, 경영지원본부장 등)에게 보고하여 확인을 받는 절차를 거친다.
이 경우 회사 내부 연봉기준보다 높은 연봉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협상테이블에 나온 인사담당자가 회사의 의사결정권자에게 이를 보고하여 결재를 받아낼 수 있도록 적절한 근거자료를 제시해야 할 것이다. 협상테이블에 나온 인사담당자도 상사에게 결재를 득해야 될 것이고, 그에게 '이 정도 사유와 근거가 있으면 상사를 설득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세일즈 직군이라면 기존 직장에서 어느 정도의 세일즈 퍼포먼스를 냈는지, 연구원이라면 어떤 연구에 참여해서 어떤 연구결과물이 나왔는지, 개발자라면 어떤 프로젝트에 참여해서 어떤 기여를 했는지, 기술자라면 어떤 기술과 경험을 가지고 있는지 등에 대한 객관적 증빙자료를 마련해서 제공해야 할 것이다. 이것은 자신이 주장하는 본인의 가치가 공허한 주장으로 들리지 않게 하는 최소한의 노력이다.
5. 첫 제안에 반응하지 말라
절대로 상대방의 첫 제안에 즉시 YES를 하지말라. 비즈니스 협상에 있어 상대의 첫 제안에 YES를 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이것을 아는 상대방은 당신이 본인이 제시한 첫 제안에 반박한다면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를 미리 생각해두고, 이를 감안한 차선의 옵션을 먼저 제시하게 된다. 이 때 우리는 어떻게 대응하는게 좋을까.
"저희가 제시할 수 있는 금액은 0000만원 입니다." 라고 할 때, 일단은 시간을 끄는 것이 필요하다.
"알겠습니다. 제가 생각했던 것과는 조금 차이가 있네요. 일단 제가 한번 기민해보고 이번주 수요일까지 회신드려도 될까요."
그리고 나서 어떤 제안을 할 것인지 정리해본다.
일반적으로 생각해볼 수 있는 몇가지 옵션들은 아래와 같다.
1) 연봉인상을 위해 상대의 제안에 반박하며 더 높은 연봉을 제시한다.
2) 연봉 이외에 근로조건이나 복지혜택 등을 요구해서 실리를 챙긴다.
3) 조건부로 회사측 요구를 수용한다. (일단 받아들이되 일정 수준 이상의 성과를 보이면 연말 성과급/승진 보장 등)
6. 궁극적으로는 본인의 가치를 올리는게 최선의 협상전략
슬픈 이야기지만, 사실 회사를 상대로 이렇게 협상을 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는 사람은 전체 근로자 중 10%도 안 될 것이다. 대부분의 경우는 회사가 '갑'이고 구직자는 '을'이며, 회사가 제시한 연봉을 그대로 받아들인다.
왜 그럴까? 협상에 있어 갑을관계는 협상결렬대안(BATNA: Best Altenative To Negotiated Agreement)의 확보유무로 결정된다. 즉, 협상결렬대안이 있는 자가 '갑', 그렇지 못한 자가 '을'이 되는 것이다.
실업률이 역대 최대치를 갱신하고 있는 요즘, 구직 시장에서 회사는 협상결렬대안이 많다. 화려한 스펙을 보유한 구직자들 조차 취직이 안되어 고민하고 있는 상황에서, 회사 입장에서는 협상이 결렬되더라도 얼마든지 다른 옵션들을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서글프게도 구직자는 그럴 여유가 없다. '불리한 조건이더라도 일단 취직(이직)을 하고 보자.'라고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따라서 협상기술을 고민하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 기본적으로 회사측과 대등한 포지션에서 협상테이블에 앉아 협상을 진행할 수 있도록 자신의 가치를 충분히 끌어올려서 '굳이 여기가 아니라도 다른 회사를 선택할 수 있어'라고 생각할 수 있도록 협상결렬대안을 확보하는 것이 궁극적인 협상전략일 것이다.
지인 중 한명은 미국계 제약회사의 임상실험관리 책임자 포지션으로 이직할 때, 한국 식약청과 미국 FDA의 감사를 성공적으로 처리한 경험을 객관적으로 증명하여 동일한 연차로 근무하는 다른 근로자들보다 훨씬 유리한 조건으로 이직을 할 수 있었다. 당시 업계에서 미국 FDA 감사를 받아 본 경험자를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었고, 회사측에서는 이런 대체불가능한 경험/역량을 갖춘 인재를 찾기 힘들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이직자가 제시한 조건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7. 논의된 사항은 반드시 이메일로 받아둘 것
애써 연봉협상을 해두고,
"죄송하지만 회사 사정으로 이번 채용은 진행하기 어렵게 되었습니다."
"논의드렸던 내용과는 달리 회사내부 결재과정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은 부분이 있어 연봉조건이 일부 변경되었습니다. 양해부탁드립니다"
와 같은 어이없는 이야기를 듣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연봉협상과정에서 논의된 내용을 이메일로 보내달라고 하는 것이 필요하다.
"확정적인 채용여부 및 금일 논의된 연봉 및 근로조건을 이메일로 정리하여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협상은 서로가 만족하는 합의점을 찾기 위한 의사소통과정이다. 그리고 합의점이 찾아졌다면 반드시 마침표를 찍어두어야 한다. 정식 계약서를 체결하기 전까지, 얼마든지 합의 내용이 변경될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이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 어떤 식으로든 합의된 내용 및 채용여부에 대한 확답을 받아둘 필요가 있다.
[참고 사이트] 팟캐스트 킹스스피치
얼마 전 에스팀엔터테인먼트와 팟캐스트 킹스스피치에서 연봉협상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조금 더 자세한 내용은 팟캐스트 '킹스스피치'를 들어보세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