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지에 몰린 워싱턴의 상황에서 트럼프는 무엇인가 폭발적인 성과를 가지고 가거나 아무것도 가지고 가지 않아야 했다. 물론 스몰 딜(Small Deal)도 가능했을 것이다. 하지만 내 생각에는 트럼프는 빅 딜(Big Deal)이 필요했을 것이다. 만약 트럼프가 스몰 딜을 가지고 귀국했다면 오히려 그는 맹비난당했을 것이다."
The president’s embattled position in Washington meant he had to deliver something spectacular in Hanoi or nothing at all. ... “Probably a smaller deal was possible,” Yun said. “But in my view Trump had to have a big deal, with Cohen going on in Washington. If he brought home a small deal he knew he would be heavily criticised.”
트럼프의 협상결렬에 대해 외신들은 대체로 오히려 결렬이 낫다는 분위기다. 어설픈 합의(Small Deal)보다는 차라리 결렬(No Deal)이 더 나았다는 것이다.
되짚어보면 이번 협상의 가장 결정적인 변수는 타이밍이었다. 역사적인 서명식이 진행되고 세계의 모든 언론들이 스포트라이트를 모아서 자신을 비추고, 자신이 만들어낸 하노이 선언을 긴급 타전해야 하는 상황에서 하필 본인의 개인 변호사였던 마이클 코언이 의회 청문회에서 폭탄을 터뜨렸다. 그리고 본인이 베트남에서 김정은과 협상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미국 언론들은 1면 기사로 오히려 코언을 조명하고 있었다.
트럼프 입장에서는 마이클 코언으로 오염된 국내 정치 상황에서, 이를 단숨에 뒤집을 정도의 메가딜이 아니라면, 양국의 서명식은 묻힐게 뻔하고, 그렇게 묻혀버리기에는 북미정상회담은 너무 아까운 카드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딜을 결렬 시키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 트럼프는 확대정상회담 테이블에 북한이 가장 싫어하는 Bad Guy를 투입한다. 바로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다. 잔뜩 기대하고 있는 김정은위원장의 얼굴에 찬물을 끼얹을 역할로 이보다 더 좋은 Bad Guy는 없다. 일부 언론은 볼턴때문에 협상이 결렬된 것이라 언급하지만,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
트럼프는 얼마든지 볼턴을 컨트롤 할 수 있고, 딜을 성사시킬 의도였으면 협상 테이블에서 그를 배제할 수 있었다. 하지만 트럼프는 확대정상회담에서 의도적으로 볼턴을 투입했다. 사전에 협상결렬을 예상하고, 본인은 인심을 잃지 않으면서도 딜을 깰 역할로 볼턴을 투입한 것이다. (북한에서는 2명만 배석을 했는데, 미국에서는 굳이 볼턴을 포함시켜 3명을 배석시켰다. 프로 협상러인 트럼프가 애초에 딜을 성사시키려 했다면 절대로 이런 그림을 만들지 않았을 것이다)
결국 협상은 결렬되었다. 트럼프는 곧바로 배트남을 떠났다. 김정은위원장은 배트남에서 남은 일정을 소화했지만 충격에서는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위원장은 뼈아픈 경험을 했다. 무엇보다 매몰비용이 너무 커져버렸다. 지금 상황에서 다시 미국과의 거래를 끊을 수는 없다. 그러기에는 너무 멀리왔고 국내 정치 상황도 너무 부담스러우며 지금껏 너무 많은 것을 투자했다. (심지어 이번엔 버거운 몸을 이끌고 66시간동안 기차를 타고왔지 않는가. 에어포스트원을타고 날라가버린 트럼프를 보고 상당히 빡쳤을 것이다ㅋ)
Art of the Deal(거래의 기술)이라는 책을 쓴 트럼프는 Art of the No Deal (협상결렬의 기술)을 선보이며 유유히 협상테이블을 빠져나갔다. 그리고 그는 매몰비용이 너무 커져버려 거래가 성사되지 않으면 안되는 김정은을 상대로 자신에게 가장 유리한 타이밍에 다시 협상을 재개할 것이다.
이렇게 으니는 협상을 배워나간다. 집에가서 이세돌이 알파고와의 대국이후 동료 프로기사들과 모여 밤을 새우며 복기를 했듯이, 김영철 리용호와 모여서 트럼프의 협상전략에 대해 영상으로 보며 찬찬히 복기를 해보길 바란다. 확신컨대 10년 뒤 김정은은 전세계에서 협상을 가장 잘하는 지도자 중 한명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