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내 감정을 예약해둘 필요가 있습니다.
일을 하다보면 상대방의 치졸함이 드러나거나, 의도적으로 나를 자극한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습니다. 이럴 때 나 역시 내 감정과 분노를 표현해서 ‘이번에는 제대로 쏘아주겠다’라고 생각하며, 즉각적으로 전화를 하거나 메시지를 보내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 순간 우리는 일종의 후련함을 느끼지만, 사실 돌아서고 나서는 찜찜한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감정 톤을 조금만 낮출껄…
감정이라는 것이 하루에도 열 두 번 오르락 내리락 하기 때문에, 그 감정의 정점에서 커뮤니케이션을 하면 자칫 내가 전달하는 메시지 자체가 오염될 수 있습니다. 그럴 때 제가 활용하는 방법이 있는데 바로 내 감정을 예약해서 전달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말보다는 글로 마음을 전달합니다. 그리고 문자나 메신저보다는 이메일을 작성합니다. 아무래도 이메일은 조금 더 묵직하고 정제된 느낌이 전달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내 감정상태에 따라 이메일의 내용이 변하지 않도록, 이메일 작성을 해 둔 뒤 내일 오전 10시로 예약을 걸어 둡니다. 그리고 퇴근할 때 메일을 한 번 더 읽어보고, 다음날 출근해서 차 한잔 하면서 다시 한 번 읽어봅니다. 그래도 괜찮으면 보내기를 누릅니다. 그렇게 보낸 이메일은 실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후회도 남지 않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때로는 내 감정을 바로 전달하지 않고 예약해둘 필요가 있는 것 같습니다.
중요한 내용일수록, 그리고 중요한 관계일수록 더욱 그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