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주주권_회계장부열람권을 활용하여 경영자를 압박하라_류재언변호사
제법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는 "A 스타트업"의 주주 C씨가 서초동 사무실로 찾아왔다.
"변호사님, 그동안 정말 많이 참았는데 너무나 답답해서 변호사님 블로그를 보고 찾아왔습니다. 대표가 점점 이상해지고 있어요. " 자초 지종을 들어보니 답답할만도 했다.
온라인 마케터로 인정받으며 일하고 있던 C는 어느날 지인의 소개로 A스타트업의 대표이사 B를 만나게되었는데, 그 후로부터 몇차례 대표이사 B가 C씨를 만나서 C를 설득시켜 C는 결국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A스타트업에 온라인 마케팅 담당자로 합류 하게되었다. 합류할 때의 조건은 대표B로부터 A 기업의 보통주식 8%를 양수받는다는 조건이었다.
실제로 C가 A스타트업에 합류한 이후 얼마되지 않아 B와 C는 "주식양도양수계약서"를 체결하였고, C는 대표이사 B가 가지고 있던 구주를 8% 양수받았다. A 스타트업에 당장 엄청난 매출이 발생되고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멋진 비전을 제시하는 대표이사 B의 가능성에 이끌려 합류하게 되었고, C는 팀에 합류 이후 본인의 온라인마케팅 역량을 십분 발휘하여 A스타트업이 운영하는 각종 SNS상의 지표들을 눈에 띄게 성장시켜나갔다.
회사는 점점 더 알려지고 있었고, 매출도 점점 커지고 있었다. 이제는 정말 무엇인가 해볼 수 있겠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그 무렵부터 대표이사 B는 이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욕심과 거만한 태도들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또한 '무슨수를 써서라도 매출을 끌어 올려야 한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고, 함께 일하는 직원들을 노골적으로 무시하는 듯한 어투가 잦아졌다.
설상가상으로 SNS 상에서 반응을 끌어올려야 한다며 저작권 사용 허락을 받지 않은 이미지들을 무단사용해서라도 무조건 '좋아요'와 'Follow'숫자를 늘리라고 압박하는가 하면, 스톡옵션을 준다는 조건으로 그동안 정당한 보수도 지급받지 못하고 일해왔던 경력직 직원들에게, 투자를 고려하는 분이 스톡옵션주는 걸 반대하여 스톡옵션 지급이 현실적으로 쉽지않을 것 같다는 식의 말바꾸기도 시작하였다.
소위 말해 이제 기업이 성장해가고, 투자도 받을 것 같고, 돈이 좀 벌릴 것 같으니, 그동안 숨겨왔던 B의 욕망어린 본성이 드러나고 있는 것이었다.
# 스타트업기업: A, #대표이사: B, #소수주주: C (마케팅),
#소수주주: D(디자인담당) & E(개발담당)
이러한 상태가 그동안 수개월동안 계속되었다고 했다. C뿐만아니라 다른 주주인 D와 E도 급속도로 B에 대해 반감을 가지게 되었고, D는 수차례 B대표와 부딪히기도 하였다. C의 입장에서는 더 이상은 이 상태로 독단적이고 위법적인 경영을 하는 B를 두고볼 수 는 없다고 판단하고 참다참다 변호사 사무실에 오게 된 것이었다.
독단적/위법적 경영을 하는 대표이사를 상대로 구체적인 Action을 취하기 전에, 반드시 고려해야할 부분은 '과연 이를 통해서 내가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명확히하는 것이다.
동일한 상황에서도 내가 상정할 수 있는 목표는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다.
1) 대표이사직에서 사임케 한다.
2) 대표이사에게 심리적 압박을 주고 견제 세력이 있음을 확실히 각인시킨다.
3) 대표이사를 압박하여 스톡옵션을 부여하게 만든다.
4) 대표이사를 압박하여 나의 연봉/지분을 추가적으로 확보한다.
5) 내가 가진 지분을 최상의 조건으로 처분하고 회사와의 관계를 정리한다.
본인이 처한 상황에 본격적인 액션을 취하기 전에 명확한 목표를 설정하지 못한 자들은, 상황이 변하고 상대방이 강하게 나오면 "스스로 타협"하는 비겁한 스탠스를 취하게 된다. 중요한 협상, 중요한 리걸액션을 취하기 전에 반드시 해야할 첫번째 스텝은 "명확한 목표 설정"이다.
협상에 있어, 1:1 로 합의가 성사되기 힘들 때에는, '숨은 이해당사자'들을 활용하여야 한다.
객관적으로 소수지분권자인 C가 상대적으로 다수지분권자이자 대표이사인 B와 맞서기 위해서는 여러가지 방법을 동원하여 본인의 무기를 준비하여야 하여야 하는데, 가장 먼저 할 수 있는 일은 '연대'를 하는 것이다.
우선은 B를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주주들이 있는지,
그리고 두번째로 B를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이사들이 있는지,
세번째로 B를 부정적으로 판단하는 직원들이 있는지를 파악하고,
네번째로 B에게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자(예컨대 투자자)가 누구인지를 파악하고,
그들과 구체적인 연대의 방법을 생각해본다.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겠지만 만약 다른 주주들과 연대하여 주주총회 특별결의 요건인 66.7%의 지분을 확보할 수 있다면, 상법에 따라 아무런 이유없이도 B를 이사직에서 해임시킬 수 있다. (이사직에서 해임시키면, 당연히 대표이사직도 유지할 수 없게 된다. 대표이사는 회사의 이사들 중 회사를 대표하는 권한을 가진 이사이기 때문이다.)
상법 제385조(해임) ①이사는 언제든지 제434조의 규정에 의한 주주총회의 결의로 이를 해임할 수 있다. 그러나 이사의 임기를 정한 경우에 정당한 이유없이 그 임기만료전에 이를 해임한 때에는 그 이사는 회사에 대하여 해임으로 인한 손해의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그리고 만약 본인이 연대를 하여 '이사의 과반수'를 움직일 수 있다면 이사회를 통해 B를 '대표이사직에서 해임'시키는 것도 가능하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정도의 지분을 확보하기가 쉽지는 않고, 또 이사회를 움직이기도 쉽지않은 상황이더라도,
소수지분권자들을 최대한 모아서 대표이사에게 특정 사항을 요청하면 그 발언과 요청의 무게감은 현저히 달라진다. 예컨대 8%의 지분권자가 홀로 싸우는 것보다, 8%지분권자 3명이 합쳐서 24%의 지분권자들이 단체로 싸우는 것이 훨씬 더 위협적일 것이다.
뜻을 함께 하는 주주들들이 힘을 모았고, 명확한 목표를 세팅했다면,
지금부터는 본격적인 전쟁을 앞두고 우리쪽의 무기들을 마련해야 한다.
법률적 분쟁은 곧 증거싸움이다.
우리는 대표이사가 경영을하면서 납득할 수 없었던 비위행위들을 구체적으로 나열하고, 이에 대한 증거들을 수집하여야 한다. 예컨대 대표이사가 법인자금을 개인적으로 유용한 정황이 포착되었다든지, 부당한 뒷거래를 통해 백마진 등을 받았다든지, 지식재산권의 사용 허락을 받지 않은 컨텐츠를 불법적으로 사용했다든지, 임금을 체불했다든지, 주주총회나 이사회 결의를 거치지 않고 주요결정을 독단적으로 했다든지, 법인의 자금을 무단차용했다든지 등 여러가지의 상황들을 가정해볼 수 있다.
그리고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구체적인 증거들을 확보해서 정리해보자. 온라인 상에서 떠돌고 있는 자료이면 캡쳐를 해두고 링크를 저장해두고, 법인카드와 관련된 자료라면 카드영수증등을 확보하고, 이메일등에 남아 있는 비위행위에 대한 구체적 정황 등도 출력하여 보관해둔다.
주식회사에 있어서 주주는 생각보다 많은 권한을 가지고 있다. 설령 내가 10%이하의 소소주하라고 하더라도 본인이 가진 주주로서의 권한을 잘 활용한다면 의미있는 결과를 이끌 수 있다.
특히 본격적인 소송이 시작되기 전 변호사들이 경영자들을 압박하기 위해 실무상 가장 많이 활용하는 주주의 권리는 바로 "주주의 회계장부열람권"이다.
상법상 주식의 3%이상을 가진 주주는 합당한 이유를 근거로 서면을 통해 법인의 "회계의 장부와 서류의 열람 또는 등사를 청구"할 수 있으며, 이를 청구할 때 회계 장부 뿐만아니라 경영진의 구체적인 비위행위에 대한 합리적 의심이 있을 경우에는, 법인통장거래내역, 법인카드사용 내용, 주주총회회 및 이사회 의사록, 주요 계약서 등까지 열람등사 청구하여 경영자를 강하게 압박할 수도 있다.
상법 제466조(주주의 회계장부열람권) ①발행주식의 총수의 100분의 3 이상에 해당하는 주식을 가진 주주는 이유를 붙인 서면으로 회계의 장부와 서류의 열람 또는 등사를 청구할 수 있다. ②회사는 제1항의 주주의 청구가 부당함을 증명하지 아니하면 이를 거부하지 못한다.
물론 경영자입장에서도 회계장부의 열람등사 청구에 '정당한 이유가 없음'을 근거로 소수주주의 청구를 거부할 수는 있지만, 이 경우 주주 입장에서는 경영자의 비위행위 또는 위법한 행위에 대한 구체적인 증거를 첨부하여 법원에 "장부열람허용 가처분 신청"을 하여 법원의 결정으로 필요한 서류를 열람등사할 수도 있으므로 쉽사리 이를 거부하기도 힘들다.
회계장부 뿐만아니라, 법인계좌거래내역 또는 법인카드까지 공개를 당하게되면 경영자 입장에서는 사실 치명적인 약점들이 포착될 수 있다. 예컨대 법인카드사용 또는 통장거래 등이 공개되면 소수주주는 대표이사의 업무상횡령 또는 배임을 문제삼을 가능성이 커지고, 이 경우에는 민사소송 뿐만아니고 형사적으로 대표이사를 압박하고 이를 근거고 이사직에서 해임시키는 결의까지 가능해지게 되는 것이다.
그럼 주주의 회계장부 열람권을 어떤식으로 활용할 수 있을까?
소수주주는 내용증명을 통해 대표이사에게 회계장부 열람권을 행사할 수 있다.
내용증명
수신인: ooo
발신인 ooo
제목: 정관 및 장부 등 열람등사 청구
발신인은 (주)ooo 의 주주로서 상법 제 466조(주주의 회계장부열람권)에 근거하여 회사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정관 및 장부 열람 및 등사를 청구하는 바입니다.
1. 열람 등사할 정관, 장부 및 서류의 특정
2. 열람 등사의 청구 이유
3. 결어
만약 수신인이 본 내용증명을 송달받은 날로부터 14일 이내에 위와 같이 청구한 정관 등을 의뢰인에게 제공하지 않는다면 발신인은 법적인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음을 알려드리오니 업무에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중요한 것은 타이밍이다. 상대방에게 가장 치명적인 타격을 줄 수 있는 시점에서 이러한 내용증명이나 법적인 조치를 취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기업이 투자를 받기 직전에 이러한 내용증명이 들어오거나 장부열람가처분 또는 업무상배임횡령 수사가 들어오면 치명적이다. 투자계약서 상에는 일반적으로 현재 진행되고 있거나 예상되는 소송을 명시하는 조항이 있는데 이를 공개하게되면 투자자들에게 아주 부정적인 인상을 주게되고 잘못하면 투자계약 건이 없었던 일로 될 수도 있다.
소수주주가 가진 권한을 가지고 경영자를 효과적으로 압박하였다면, 이제는 본인이 애초에 목표로 삼았던 것을 얻어내기 위한 마지막 작업이 필요하다. 하지만 절대 서둘러서도 안되고 또 본인이 더 절박하다는 모습을 보여서도 안된다. 다만, 애초 구체적인 목표로 설정한 것을 다시 한번 되새기면서, 이를 이루어 내기 위한 마지막 액션을 취할 필요가 있다. 특히 또 한번 말로만 얼버무리고 시간만 끄는 애매모호한 입장을 종결짓기 위해서 가능하다면 대표로부터 약속받은 내용을 합의서 또는 각서의 형태로 문서화 시키는 과정이 꼭 필요하다.
세계 최고의 협상학교수인 와튼스쿨의 스튜어트 다이어몬드 교수는 "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가"에서 이렇게 이야기 했다. "협상에서 하는 모든 행동, 몸짓, 하나까지도 오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전략이 되어야 한다."
주식회사의 지분을 나누는 행위는, 피를 나누는 가족이 된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지분을 나누어 줄 때는 굉장히 신중해야 한다. 내가 주주총회 보통결의 요건(과반확보) 또는 특별결의 요건(2/3확보)을 갖추었다고 하더라도 소수지분권자에게 상법상 부여된 권리가 결코 만만치 않으며, 이를 이용해서 경영진을 흔들 수 있는 방법은 아주 다양하다.
상법상 주식의 1%이상의 주주에게 부여된 권한
위법행위유지청구권(상법 제402조, 제542조 제2항)
대표소송제기권(상법 제324조, 제403조, 제415조, 제542조 제2항)
상법상 주식의 3%이상의 주주에게 부여된 권한
임시총회소집청구권(상법 제366조, 542조 제2항)
주주제안권(제363조의2)
집중투표청구권(제382조의2)
회계장부열람권(제466조)
회사의 업무·재산상태 검사를 위한 검사인선임청구권(제467조 제1항)
이사 · 감사해임청구권(제385조 제2항, 제3항, 제415조)
청산임해임청구권(제539조 제2항, 제3항)이 있다.
#스톡옵션을 주는 방안도 고민해볼 수 있다. 상법상 스톡옵션 부여 후 행사 때까지는 적어도 2년의 시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스톡옵션부여계약서에는 스톡옵션부여철회 사유들이 명시되어 있다. 즉 법인의 주식이 확정적으로 제 3자에게 넘어가기 전까지 적어도 2년간은 그 사람을 지켜볼 수 있고, 그 사람이 스톡옵션부여계약서 상에 명시된 의무를 지켜야 하는 것이다. 이 경우 검증되지 않은 자에게 곧바로 주식을 부여하는 것보다는 훨씬 덜 리스키 할 것이다.
회사의 설립자들, 특히 설립단계에서 지분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게된 대표들이 갖는 전형적인 오류는 회사의 재산을 본인의 재산이라고 간주하는 것이다.
'어차피 내가 설립한 회사이고, 내가 성장시킨 회사인데 뭐. 이 회사는 내꺼다!'
기본적으로 이런 마인드를 가지고 있는 경영자들은, 회사돈을 본인돈 쓰듯이 쓰는 버릇들이 있고, 이런 행동이 계속될 경우 무시무시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실제로 스타트업 대표들이 법인계좌에서 사적으로 법인자금을 유용하고 또 법인카드로 쇼핑도 하다가, 업무상 횡령 혐의로 수사를 받는 사례들을 적지 않게 봐온 나로서는 일부 대표들의 이런 안일한 마인드가 안타깝기 그지 없다.
법인은 자기 개인과는 전혀다른 법인격체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법인돈은 자기 돈이 아니다. 아무리 대표라고 하더라도 월급이나 성과급을 통해서 또는 적법한 절차에 의한 배당을 통해서만 정당한 대가를 받을 수 있다.
만약 복잡한거 계산하지 않고 본인이 번 돈을 본인 마음대로 쓰고 싶다면 법인설립을 하지말고, 애시당초 개인사업자로 사업을 하라. 그렇지 않고 법인 설립을 했다면 절대로, 무슨일이 있더라도 법인재산과 본인재산을 분리해서 생각하라. 그렇지 못했을 경우 큰 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적어도 본인이 타인과 함께 사업을 함에 있어 꼭 지켜야한다고 생각하는 원칙을 만들고 이를 지켜라. 스타트업 코파운더들간의 또는 대표와 직원들간의 수많은 분쟁들을 보면 공통된 원인이 있다.
이는 바로 '원칙의 부재, 욕심의 발로'
만약 주주가 수명이라면 주주들간에 꼭 지켜야할 원칙들을 '주주간 계약서'의 형태로 만들어두고, 만약 주주가 본인 1인이라면 본인 스스로 회사를 경영함에 있어서 그리고 직원들을 대함에 있어 꼭 지켜야할 원칙들을 세우고 이를 일관되게 지켜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이러한 원칙이 없을 때, 그리고 자기 내면의 욕심들이 부풀어 오를 때, 사고는 터진다.
現 법률사무소율본 변호사 (기업전담팀)
글로벌협상연구소장
하버드로스쿨 협상전문가과정(PON) 수료
前 홍콩BASF 아시아본부법무실
한국바스프주식회사법무실
김앤장법률사무소실무수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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