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의 길고 긴 한국에서의 여독이 덜 풀렸는지 낮잠도 자고, 느긋느긋 생활하며 지냈다.
5일 동안 발 디딜 곳이라고는 고작 아파트 헬스장인 내가 삼시세끼 집밥을 해 먹고, 내 손으로 아이들 간식을 만들어 챙기고, 심지어 커피까지 집에서 즐기니 신랑은 그 마음이 오래가길 바란다고 기원했다.
누구를 위한 집순이 모드인가,
집에서 복닥대다 보면 손 하나 까딱하기 싫은 날이 있다.
그런 날, 엄마를 도와준다며 반찬을 나르다가 다 엎는 실수를 하는 아이. 이 무슨 운명의 장난인가 (양육하다 보면 운명의 장난 같은 순간이 하루에도 열두 번 더 지나간다.)
순간 엄마를 도와주고 싶은 예쁜 마음은 보지 못하고 엎어진 반찬들만 원망스럽다.
예쁜 마음을 보지 못했지만 연기는 할 수 있으니 로봇처럼 연기를 하고 마음을 꾹꾹 눌렀다.
("괜찮아요? 많이 놀랐쬬?") 이렇게 하는 거였나,
로봇연기를 하다 보니 조금씩 늘고 있고, 연기에 맞는 감정도 소화하게 된다.
활동 반경이 넓어질수록 사건 사고는 정비례한다고 생각되기 때문에 항상 바쁜 아빠를 열외 시키고 혼자 아이들 둘과 함께하는 외출이 조금 망설여지는 요즘.
남이 타준 커피를 한잔 느긋하게 마시고 싶었지만 아이가 오픈된 빵들을 찔러보는 바람에 빵을 넘치게 구매하게 되거나, 일부러 로스팅하는 카페를 찾아가 향기로움에 취하고 싶었으나 커피 볶는 소리가 시끄럽다며 사장님께 잔망스러운 소리를 하는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은 연기력과 에너지가 갑절로 필요하다.
AB형으로 자기주장이 뚜렷한 기복 심한 두 녀석을 상대하며 육아서를 거침없이 읽고 배우고 실천하는 엄마가 되어있는 나에게 위로되던 한 줄.(아, AB형의 피를 가진 두 남매를 키우느라 다른 혈액형 아이들은 어떤지 모르겠으나, 둘 다 혈액형이 AB형이라고 하니 왜인지 나를 측은하게 바라보는 눈빛을 많이 느낀다.)
'부모에게 쉽게 순종하는 아이들이 심리적으로 건강하다고 보기는 어렵다'(무언가 안정되지 못한 불안감이 그런 순종하는 인격의 소유자에게 늘 붙어 다닌다나)고 말씀하신 작가님의 말을 빌어 스스로 느끼고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빼앗지 않기로 다짐했으니 애들 둘 데리고 다니는 건 마음을 좀 비우고 나와봐야겠다.
오늘도 수많은 연기를 소화한 나는 수상 소감을 준비하고 잠에 들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