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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늦깎이 Dec 05. 2022

시간이 흐른다고 저절로 미래가 되진 않는다

피터 틸 <제로 투 원>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스타트업의 비기(祕技)

"어떻게 하면 되는지 사람들이 이미 알고 있는 일을 다시 해봤자 세상은 1에서 n이 될 뿐이다. 그러나 뭔가 새로운 것을 창조하면 세상은 0에서 1이 된다"


일론 머스크와 함께 '페이팔(PayPal)'을 성공시킨 창업가이자 페이스북, 스페이스엑스 등에 일찌감치 돈을 넣은 눈 밝은 투자자,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영향력이 크다는 소위 '페이팔' 마피아의 수장. 피터 틸이 쓴 <제로 투 원>(원제: Zero to One)은 스타트업계에서 <하드씽> <린스타트업> 등과 함께 '고전'의 반열에 오른 책이다. 일론 머스크를 비롯한 수많은 스타트업 CEO들이 자신의 책장에 이 책이 꽂혀 있다고 말한다.


많은 사람들이 성공한 창업가이자 투자자인 피터 틸의 노하우를 배우고자 이 책을 펼친다. 실제로 틸은 자신의 두 차례 창업과 수 백건의 투자 경험을 통해 알게 된 경험을 이 책에 담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경험이 성공의 절대 공식이 될 순 없다고 말한다. 소위 성공한 기업들은 저마다 세상에 없던 것을 만들어내는 혁신을 이뤄낸 곳들인데, 각기 다른 방식으로 일궈낸 혁신을 어떻게 공식으로 만들 수 있겠냐는 것이다.


그는 성공한 사람 혹은 기업에 대해 "어떤 공식을 따라 해서가 아니라 사업을 생각할 때 가장 기본적인 원칙에 충실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이 책이 다루고자 하는 것은 '린스타트업'과 같은 방법론이라기보다는 '원칙'에 가깝다.


책의 제목인 <제로 투 원>은 무(0)에서 유(1)를 창조하는 것을 말한다. 이미 있는 것을 개선해 경쟁에 앞서가는 것은 기껏해야 1에서 n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전에 없던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어내면 0에서 1이 된다. 그는 서문에서 "이 책은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회사를 만드는 방법에 관해 다룬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어떻게 새로운 것을, 0에서 1을 만들 수 있을까. 여기엔 '기적'이 필요하다. 그러한 기적을 가능케 하는 것은 바로 기술(technology)이다. 기술이란 '새롭고 더 나은 방식으로 무언가를 가능하게 해주는 모든 것'을 가리킨다. 그는 "기술이 기적인 이유는 '더 적은 것으로 더 많은 일을' 하게 해 주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기술'과 더불어 0이 1이 되기 위해 필요한 또 다른 요소는 '계획'이다. 틸은 "아무도 미래에 대한 계획을 세우지 않는데, 무슨 수로 미래가 더 나아질 수 있단 말인가"라고 반문한다. 실제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데 낙관적인 미래가 저절로 열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의 말처럼 "역사가 흐른다고 새로운 기술이 저절로 나타난 적은 없었다." 


이 책의 한 챕터 제목처럼 '스타트업은 로또가 아니다'. 비록 스타트업을 성공시키는 공식 같은 것은 없지만 '과거'에서 배우고 앞서 0에서 1을 만들어낸 스타트업의 사례 등을 연구해 미래를 면밀히 계획한다면 분명 성공의 확률을 높일 수 있다. 이 책은 스타트업을 성공으로 이끄는 나름의 비기(祕技)를 담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피터 틸이 직접 썼다는 점이다. 그 점만으로도 찬찬히 뜯어보고 음미해볼 이유가 충분하다.  



남들이 찾지 못한 비밀을 발견하라


"정말 중요한 진실인데 남들이 당신한테 동의해주지 않는 것은 무엇입니까?"


이 책의 첫 장에 등장하는 질문이다. 저자가 실제 채용 면접 때 자주 하는 질문이기도 하다. 이런 질문을 하는 이유는 '통념'과 반대되는 생각을 묻는 질문에 훌륭한 대답을 할 수 있는 사람은 남들보다 미래를 잘 들여다볼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성공한 기업, 나아가 위대한 기업을 만들기 위해선 먼저 남들과 다른 질문을 던질 수 있어야 한다. 틸은 "세상이 어떻게 움직이는지에 관해 누구나 생각할 수 있지만 아무도 미처 발견하지 못한 숨겨진 비밀을 발견할 때 위대한 기업이 만들어질 수 있다"(137P)고 말한다.

이러한 숨겨진 비밀은 찾아다니지 않으면 발견할 수가 없다. 그는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는 것'과 '아무에게나 말하는 것' 사이의 가장 적절한 중도의 길, 그게 바로 회사"(141P)라고 말한다. 모든 위대한 기업들은 남들에게는 감추고 있는 숨겨진 비밀을 토대로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책에서 틸은 자신이 세운 '페이팔'이란 회사가 어떤 비밀을 토대로 만들어졌는지 살짝 소개한다. 페이팔은 닷컴 버블이 한창 차오르던 1999년 가을 이메일로 결제하는 상품을 출시했다. 문제는 수익을 창출할 만큼의 충분한 고객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페이팔 경영진은 사업이 성공하려면 최소 100만명 이상의 사용자를 끌어들여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를 위해 신규 가입자에게 무조건 10달러를, 이들이 친구를 소개할 때마다 10달러를 주는 '현금' 마케팅을 실시했다. 도무지 지속 가능하지 못할 것 같은 성장 방식이었지만 페이팔 경영진은 이런 '어마어마한 비용이 말이 된다'고 생각했다. 대규모 사용자를 확보한 뒤 약간의 수수료를 부과하면 수익을 낼 수 있다고 확신한 것이다.


여기에 더해 페이팔 경영진은 '닷컴 버블'이 머지않아 터질 것임을 예상했다. 버블이 터지면 현금 마케팅에 필요한 투자금을 더 이상 확보할 수 없다고 보고 빠르게 움직였다. 월스트리트저널(WSJ) 같은 언론을 활용해 자신들의 가치를 실제보다 매력적으로 보이도록 부풀렸고(?) 버블 붕괴 직전 1억 달러의 투자금을 모집하는 데 성공했다. 이 중엔 막무가내로 500만 달러를 송금한 뒤 (투자금을 돌려주지 못하도록) 잠적해버린 한국 기업도 있었다고 한다.


이처럼 페이팔은 자신들의 목표를 이루려면 '자금이 추가로 필요하다는 사실'과 '곧 인터넷 열풍이 사그라질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결국 적시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해 버블 붕괴 시기를 통과함으로써 성공적인 기업으로 남았다. 남들과 다른 질문을 던지고 미래를 더 잘 들여다본 덕분에 승자가 될 수 있었던 것이다.


경쟁하지 말고 독점하라


"행복한 기업들은 다들 서로 다르다. 다들 독특한 문제를 해결해 독점을 구축했기 때문이다. 반면에 실패한 기업들은 한결같다. 경쟁을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49P)


피터 틸은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하고 로스쿨을 졸업한 '문과' 출신이다. 그래서인지 책 곳곳에 인문학적 소양이 묻어 나온다. 톨스토이의 소설 <안나 카레니나>의 첫 번째 문장에 빗대 성공한 기업들을 설명한 구절이 대표적이다. 그는 이 책에서 성공한 기업과 실패한 기업의 특징을 독점 체제를 구축했는지 여부로 가늠한다. 다만 여기서 말하는 독점이란 고전 경제학에서 말하는 독점기업이 터무니없이 가격을 올려 이익을 극대화하는 상태가 아닌 '창조적 독점'을 의미한다.


창조적 독점이란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서 모든 사람에게 혜택을 주는 동시에 그 제품을 만든 사람은 지속 가능한 이윤을 얻는 것을 말한다. 그는 "창조적 독점기업들은 세상에 완전히 새로운 종류의 풍요로움을 소개함으로써 고객들에게 '더 많은 '선택권을 제공한다"고 말한다. '더 나은 사회를 만들 수 있는 강력한 원동력'으로서의 독점인 것이다.


틸은 독점에 대한 인식을 바꿀 것을 주문한다. 그는 진보의 역사는 더 나은 독점기업이 전임자의 자리를 대체한 역사이며 독점은 진보의 원동력이라고 주장한다. 실제로 역사상 가장 성공한 기업들은 독점기업이다. 컴퓨터 운영체계를 독점한 마이크로소프트, 확고한 팬덤을 구축한 애플, 검색엔진에서의 구글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반대로 한때 SNS 세계를 독점하는 듯했던 페이스북(메타)은 젊은층을 끌어들이지 못하고 시장점유율이 하락하면서 흔들리고 있다. 독점에서 점차 멀어지면서 추락하고 있는 것이다. 그의 말처럼 '독점은 모든 성공적 기업의 현 상태'다.


반대로 '경쟁'은 소모적이고 기업의 경쟁력을 갉아먹는다. 틸은 경쟁자를 이길 수 없다고 판단되면 합병하는 편이 낫다고 조언한다. 실제로 스스로도 그러한 선택을 했다. 그가 페이팔을 출시하자 일론 머스크의 엑스닷컴이 턱밑까지 추격해왔다. 선수는 선수를 알아본다고, 닷컴 버블이 붕괴할 것을 우려한 이들은 2000년 2월 50대 50의 합병을 성사시키고 한 식구가 되었다. 닷컴 버블이 붕괴하기 불과 한 달 전이다. 그는 "경쟁을 가치의 표식으로 보지 않고 파괴적인 것으로 인식할 수 있다면, 이미 어지간한 사람들보다는 분별이 있는 것"(61P)이라고 말한다.


작게 시작해서 독점하라


일단 소모적인 경쟁에서 벗어나 독점기업이 되면 반쯤 성공한 것이다. 하지만 독점 기업이 위대한 기업이 되려면 미래에도 살아남아야 한다. 틸은 "위대한 기업을 결정하는 것은 '미래에' 현금 흐름을 창출할 수 있는 능력이다"라고 말한다. 상장 당시 적자를 기록하고 있던 트위터의 시가총액이 꾸준히 돈을 벌고 있는 뉴욕타임스의 시가총액을 10배 이상 넘어설 수 있었던 이유다.


그렇다면 먼 미래에도 많은 돈을 벌어들일 것을 예상되는 회사를 어떻게 알아볼 수 있을까. 틸은 아래와 같이 크게 4가지 특징으로 이를 요약했다.


독자 기술: 다만 최소한 경쟁사보다 10배 이상 뛰어나야 진정한 독점적 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 아무것도 없던 곳에 가치 만들면 이론상 증가폭은 무한대로, 10배의 개선을 이루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완전히 새로운 무언가를 고안해내는 것이다.

네트워크 효과: 더 많은 사람이 사용할수록 제품을 더 유용하게 만들어준다. 다만, 네트워크 효과를 누리려면 초창기 사용자들에게도 제품이 가치가 있어야 한다. 페이스북이 대표적인 사례다.

규모의 경제: 독점기업은 규모가 커질수록 더 강해진다. 고정비가 분산되기 때문이다.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면 추가 비용은 제로에 가깝다. 이러한 이유로 '서비스' 회사는 독점기업이 되기 어렵다.

브랜드 전략: 자기 브랜드에 대해선 누구든 독점권을 가진다. 튼튼한 브랜드 구축은 독점기업 될 수 있는 강력한 수단이다. 애플이 대표적.


위 4가지 가운데 전부는 아니더라도 일부를 확보했다면 다음엔 '신중하게 시장을 선택하고, 의도적으로 시장을 확장'하는 작업을 해야 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작게 시작해서 독점화'하는 것이다. 작은 시장이 지배하기가 쉽기 때문이다. 틸은 "신생기업에게 완벽한 표적시장은 경쟁자가 없거나 아주 적으면서도 특정한 사람들이 적은 규모로 모여 있는 시장"이라고 말한다.


틈새시장을 만들어 지배했다면 이젠 관련 있는 좀 더 넓은 시장으로 사업을 확장해야 한다. 이러한 전략으로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가 '아마존'이다.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는 '온라인 소매점을 모두 먹어버리는 것'을 비전으로 삼았지만 출발점은 '인터넷 서점'이라는 틈새시장에서 찾았다. 이후 CD, 비디오, 소프트웨어 같은 인접시장으로 시장을 확대한 끝에 애초 목표했던 온라인 소매시장 전체를 장악하는 사실상의 독점기업이 되었다.


틸은 이처럼 작게 시작해서 '인접 시장으로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라면 시장을 파괴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경쟁은 피할수록 좋기 때문이다. 정말 중요한 것은 미래에 현금 흐름을 창출하는 것이지 피를 흘려가며 싸움에서 이기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스타트업은 로또가 아니다


"대담한 계획 없이 재현만 해서는 결코 0에서 1이 될 수 없다.(106P)"


이 책에서 지속적으로 강조하는 것은 미리 계획하지 않으면 성공적인 기업도, 꿈꾸는 미래도 만들 수 없다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저자는 닷컴 버블 붕괴 이후 스타트업 경영의 '바이블'이 돼버린 '린스타트업' 방식을 배척한다. 린스타트업에 따르면 스타트업은 불확실한 미래를 예측할 것이 아니라 소위 '최소기능제품(MVP)'을 만든 뒤 시장의 반응을 살피며 남들보다 반 발짝씩 앞서가야 한다.


하지만 틸은 기존 방식을 조금씩 수정해 나가는 방식으로는 "지역 시장에서 최고가 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세계 최고가 될 수는 없다"고 단언한다. 회사를 성공시킬 계획 없이 어떻게 회사가 성공할 것이라고 기대하느냐고 반문한다. 기업을 성공시키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은 '똑똑한 디자인(계획)'이란 것이다.


똑똑한 계획을 통해 위대한 기업을 만든 대표적인 기업가는 스티브 잡스다. 틸은 "잡스가 디자인한 가장 위대한 작품은 그의 사업이었다"며 "'최소기능제품'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고 말한다. 실제로 잡스는 PC를 잇는 차세대 이동식 기기의 효시가 될 것으로 보고 아이팟을 '기획'했다. 그러한 장기적인 계획을 사람들이 이해하는 데에는 시간이 필요했지만 이미 잡스는 대부분의 사람들 눈에 보이지 않던 비밀을 토대로 제품을 기획했고 결국 시장을 독점했다.


똑똑한 계획과 함께 그는 성공적인 기업을 만들기 위한 몇 가지 원칙을 소개한다. '기초부터 망친 신생기업은 되살릴 수가 없다'로 요약될 수 있는 소위 '틸의 법칙(Thiel's law)'이 그것이다. 구체적으로 공동창업자를 신중히 고르고 이들이 엇박자를 일으키지 않도록 소유권, 점유권, 통제권을 잘 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CEO의 연봉이 적을수록 회사는 더 좋은 성과를 낸다는 것 등이 포함된다.


또한 회사의 비전을 공유하는 뜻이 맞는 사람들로 팀을 꾸리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페이팔 마피아처럼 충성심이 높은 '마피아' 같은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채용만큼은 절대로 아웃소싱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특히 조직이 성장하면 채용 시 '20번째 직원은 왜 우리 회사에 합류할까'와 같은 질문에 회사 스스로 답을 내놓을 수 있어야 한다.


테슬라는 왜 위대한 기업인가


현실에서 0에서 1을 창조하는 회사는 어떻게 다를까. 책에서는 성공적인 기업을 만들기 위해 모든 기업이 반드시 답해봐야 할 7가지 질문 <아래 참고>을 제시한다. 실패 사례로 여타 청정기술 기업들을, 성공 사례로 테슬라를 예로 들어 설명한다.


1. 기술 (획기적 기술을 만들어낼 수 있는가?)
2. 시기 (이 사업을 시작하기에 지금이 적기인가?
3. 독점 (작은 시장에서 큰 점유율을 가지고 시작하는가?)
4. 사람 (제대로 된 팀을 갖고 있는가?)
5. 유통 (제품을 만들기만 하는 게 아니라 전할 방법을 갖고 있는가?)
6. 존속성 (시장에서의 현 위치를 10년, 20년간 방어할 수 있는가?)
7. 숨겨진 비밀 (다른 사람들은 보지 못하는 독특한 기회를 포착했는가?)


잘 알려졌다시피 피터 틸과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는 페이팔에서 함께 근무한 소위 페이팔 마피아다. 하지만 합병을 통해 한 식구가 된 두 사람은 친밀한 사이라기보다는 '오월동주(吳越同舟)'에 가까웠다. 실리콘밸리 투자가로서 페이팔에도 투자했던 음재훈 씨에 따르면 "머스크가 신혼여행을 간 사이 피터 틸을 필두로 한 구 페이팔 경영진이 쿠데타를 일으켰고, 결국 이사회를 설득해 머스크를 회사에서 쫓아냈다"고 한다. '[음재훈의 실리콘밸리 인사이더] 한국에도 ‘테크 마피아’가 무럭무럭 자라나기를' 참고 


하지만 개인적인 감정과는 별개로 틸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테슬라에 7점 만점에 7점을 줬다.


기술: 다른 회사들이 의지할 만큼 훌륭

시기: 2010년 미국 에너지국에서 4억6500만 달러 확보

독점: 자신이 지배할 수 있는 작은 하위 시장(고가의 전기차 스포츠카 시장)에서 시작

사람: CEO가 완벽한 공학자인 동시에 세일즈맨

유통: 유통체인을 직접 소유함으로써 고객 경험을 통제하고 브랜드 강화. 장기적으로 비용 절감

존속성: 선발주자이면서 가장 빠르게 움직임으로써 경쟁자들과의 격차가 점점 더 커질 것

숨겨진 비밀: 청정기술이 환경적 의무라기보다 '사회적 현상'이란 숨겨진 비밀을 바탕으로 고유한 브랜드 구축


이 책이 처음 나왔을 때 테슬라는 힙한 전기 스포츠카를 만드는 회사에서 고급 세단으로 영역을 확장해나가고 있었다. 책이 처음 출간된 지 8년이 지났지만 당시의 분석은 여전히 유효해 보인다. 아니, 점점 더 예측이 아닌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스스로 생각하는 사람만이 더 나은 미래를 만들 수 있다


이 책의 마지막 장(맺는말)의 제목은 '시간이 흐른다고 미래가 되지 않는다'이다. 틸은 사람들이 마치 현재보다 나은 낙관적인 미래가 거저 주어질 것처럼 생각하는 현실을 개탄한다. 이처럼 미래를 낙관만 할 뿐 아무도 계획하고 노력하지 않는다면 결국 한정된 자원을 놓고 사람들은 다시 싸움에 나설 수밖에 없고, 그러한 미래는 낙원이 아닌 파멸에 이른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란 얘기다.


물론 래리 커즈와일처럼 '특이점'(singularity; 새로운 기술이 너무나 강력해서 지금 우리가 이해하는 한도를 뛰어넘는 상황)이 현재의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인류가 새로운 기술을 창조함으로써 훨씬 더 나은 미래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틸은 "아무리 많은 추세가 이어진다고 해도 미래가 저절로 일어날 수는 없다"고 반박한다.


결국 우리가 희망하는 낙관적인 미래가 도래하기 위해선 누군가는 치열하게 고민하고 계획해 새로운 기술에 바탕을 둔 창조적인 기업을 만들어내야 한다. 그런 일을 할 수 있는 적임자가 바로 창업자다. 그는 "단 한 사람뿐인 독특한 창업자는 권위 있는 결정을 내릴 수 있고, 강력한 개인적 충성을 얻어낼 수 있으며, 몇십 년을 내다본 계획을 세울 수 있다"며 "우리에게는 창업자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피터 틸은 더 나은 미래를 만들기 위해선 창업자가 필요하다고 말하지만, 창업자의 요건을 나열하진 않는다. 대신 "더 나은 미래를 만들고 싶다면 지금 우리가 노력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가 창업가는 선택받은 소수에게 부여된 '자격'이 아니라 누구든지 될 수 있는 '상태'라고 생각한 것이라 해석하고 싶다.


그는 책을 마치면서 0에서 1을 만들어낼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 더 나은 미래를 만들기 위해 꼭 필요한 요건이 "스스로 생각해보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 책은 성공적인 스타트업을 만들기 위한 비기이기 이전에 스스로 생각해보는 연습을 하기 위한 자습서인지 모르겠다. 굳이 스타트업에 관심이 없더라도 누구에게든 일독을 권하고 싶다.


처음 고대인들의 눈에 비친 세상이 낯설고도 신기했던 것처럼,
새로운 눈으로 세상을 볼 때만이 우리는 세상을 재창조할 수 있다.
피터 틸, <제로 투 원> 25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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