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비호감 1호, 가장 맘에 들지 않는 집사다

스무 살 스물한 살 고양이

by 바스테트 bastet

발톱을 자르는 게 문제였다. 초코는 봄베이캣과 코숏의 믹스 고양이인데 덩치에 비해 발이 컸고 발톱이 우람했다. 8개월 동안 함께했던 러블 윙키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 강도의 발톱을 가졌다. 게다가 녀석이 얼마나 발톱 자르는 것을 거부하던지... 발바닥만 만지면 소스라치게 놀라며 소리를 질렀다.

처음부터 초코는 아주 자기주장이 강한 아이였다. 싫은 건 죽어도 싫고 절대 용납하지 않는 고양이.


윙키는 애교가 많고 나의 팔목을 베개 삼아 자는 아이였다. 이름을 불러도 오지 않는다는 것이 고양이의 특징이라는데 웬걸? 윙키는 자다가도 이름을 부르면 몸을 일으켜 종종거리며 뛰어온다. 처음부터 그랬다. 귀찮고 싫어도 살살 달래면 모른 척 참아주는 고양이라니! 가끔 고양이인척 하는 사람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고양이 탈을 쓴 사람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아주 특이하고 말하자면 별종 개냥이였는데 우리는 이미 윙키에게 익숙한 터라 초코가 더 힘들었을 것이다.


초코는 안기는 걸 좋아하지 않았다. 만지는 걸 싫어하고 몸을 뺐다. 가장 좋아하는 누나에게도 10초를 조금 넘기면 몸을 뒤틀기 시작하고 30초까지가 맥시멈이었다. 그러면서도 사람 손바닥은 스스로 찾아 핥고 싶어 했었고. 아마도 처음 맡아 길러준 집사가 우유를 손바닥에 흘려 핥아먹게 한 것이 아닌가 싶다.


함께 살기 시작하고 몇 주가 지났을 무렵 남편과 딸은 모두 극렬하게 거부하는 초코를 이기지 못했으므로 내가 악역을 맡아야 했다. 더 두면 발톱이 너무 자라 휘면서 발가락을 찌를 위기였다.

그날, 거부의 소리를 우렁차게 내는 아이를 꼭 안고 발톱을 자르다가... 결국 피를 보았다.

식구들까지 초코와 합세하여 나를 노려보며 소리를 지르며 울고 불고... 나는 그렇게 아예 초창기부터 초코에게는 비호감 1호, 가장 맘에 들지 않는 집사가 된 것이다.


녀석의 날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아 며칠 전에 발톱을 잘라주었다. 몇 년 전부터 안기는 걸 잘 참는 고양이가 되어버려서 안아주는 건 괜찮았지만 발을 만지자 싫은 티를 냈다. 낑낑거리며 나중은 성질도 한 번 냈지만, 그래도 착하게 참으며 앞발 뒷발 모두 잘 잘랐다. 녀석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하여튼 이 여자 엄마는 처음부터 맘에 들지 않더라니.' 그랬을까? 아님 내 속삭임을 이제 알아들으니 '아 귀찮지만 참아줘야지. 나를 위해 그런다잖아... ' 했을까? 스무 살 아가는 지금 아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