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은, 머무름.

#47

by 빨간우산

여행은 속도가 아닌 머무름이다. 어떤 풍경에도, 장소에도, 느낌에도 머무르지 못하고 '그 다음, 그 다음'을 종용하며 속도를 내는 여행만큼 따분한 여행은 없으며, 그것은 여행이라기보다는 과제를 수행하는 게임에 가깝다. 그런 여행은 과제 수행으로 얻은 몇 개의 부상과 사진을 남기지만, 낯선 세계를 만났을 때의 신비로운 감흥과 몸의 감각, 마음을 가로지르는 긴 여운과 같은 '경험'은 빼앗아간다. 여행이란 것이 새로운 경험을 몸과 마음에 쌓는 과정이라고 한다면, 속도의 여행은 여행을 다녀왔지만 여행은 하지 못한 여행과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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