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의 인간

#58

by 빨간우산

오늘날,

모든 인간관계는

'거래'가 되었다.


단순한 물질 거래의 문제가 아니다.

감정과 관심, 배려와 마음까지

모두 거래를 위한 '혜택'으로 취급되고 있다.

심지어 소셜 미디어의 '좋아요'마저 그렇다.


"넌 무엇을 어디까지 줄 수 있니?"

이것이 오늘날 타인을 대하는 태도이며

타인이 내게 바라는 관계의 속사정이 되고 있다.


타인을 '혜택'으로 바라보는 태도엔

한 인간으로서의 타인과 그의 삶에 대한 진정한 관심은

이미 증발되고 없다.


그리고,

거래로만 앙상하게 이어지는 관계는

어쩔 수 없는 권략의 불균형을 낳게 되고

관계는 갑과 을의 역할로 구분되기에 이른다.


결국 사적인 모든 관계에서도

갑과 을의 흥정은 기본값이 되었다.


이제

사랑도 우정도

흥정하고 거래해야 하는 품목이 되었다.


그래서

우리는 무엇을 얻었는가?


누구에게도

무엇에게도

마음을 놓을 수 없음으로

얻은 것은 공허함이며,


불안과 외로움은

떠안아야할 부채로

내게 남은 유일한 진짜 감정이 되었다.



누구랑 있으면 좀 나아 보일까?
누구랑 짝이 되면
그렇게 고르고 골라 놓고도
그 사람을 전적으로 응원하지는 않아.
나보단 잘나야 되는데
아주 잘나진 말아야 돼.
전적으로 준 적도 없고,
전적으로 받은 적도 없고.

다신 그런 짓 안해.
잘돼서 날아갈 것 같으면 기쁘게 날려 보내 줄 거야.
바닥을 긴다고 해도 쪽팔려 하지 않을거야.
세상 사람들이 다 손가락질해도
인간 대 인간으로
응원만 할거야.
부모한테도 그런 응원 못 받고 컸어, 우리.

- 박해영, [나의 해방일지] 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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