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인생의 중대한 결정을 앞두고 있다면 신중하고 차분하게 충분히 생각해보고 결정을 내려야 할 것이다.
하지만 만약 그런 선택이라는 것이, 여행지에서 어디를 가볼까, 식당이나 카페에서 무엇을 먹을까, 오늘은 누굴 만나서 놀까, 와 같은 실패해도 인생에 큰 문제가 되지 않는 것들이라면 그냥, 별 생각없이 신중할 필요도 없이 기분에 따라 즉흥적으로 선택해도 되지 않을까.
세렌디피티라는 말이 있다. 뜻밖의 우연이 가져다 준 행운이나 인연을 뜻하는 말이다. 우리가 인생에서 마주치는 대부분의 행복은 아마도 세렌디피티에서 찾을 수 있는게 아닐까, 한다. 무언가를 한껏 기대한 후에는
웬만해서는 충분히 만족스럽지 않기 마련이지 않은가.
그리고 한편으론 뭔가 대단한 걸 찾거나 발견하지 않아도 그만이기도 하다. 애써 가본 여행지가 별로였거나, 신중하게 고른 음식이나 음료가 입에 맞지 않거나, 누군가를 만나 보낸 하루가 기분을 망쳐놓았을지라도, 사실 그건 '실패'라는 말을 쓰기에도 민망한 그냥 살다보면 일어날 수 있는 해프닝 아니겠는가. 그리고 그런 실패를 통해 '아, 난 이런 걸 안좋아하는구나'라며 나에 대해 더 알게 될 수도,
혹은 '아, 이럴 땐 이렇게 하지 말아야지'하는 현명한 선택을 위한 방법을 깨달을 수도 있다. 심지어 그마저도 아닌, 정말 아무 것도 얻지 못한다 해도 인생에 아무런 지장도 없지 않는가. 다만 그것이 별로였다는 기분을 되새김질하거나 선택을 잘못했던 과거의 시간에 빠져들거나 하는 식으로 후회와 자책으로 스스로를 몰아가는 미련함이 오히려 실패로부터 아무런 것을 얻지 못하게 하는 더 큰 실패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잘못된 선택이란 실패가 아니며 애초에 '잘못된' 선택이란 건 없다. 그저 그때 그렇게 선택한 사실만이 있을 뿐. 중요한 건, 인생의 수많은 선택을 통해 조금이라도 더 나를 알게 되며 조금이라도 더 현명해지는 성장이 있을 뿐이다.
혹은 그렇지 못한 정체에 머물거나.
그 성장이 돌아가는 길인가 질러가는 길인가 라는 질문도 의미가 없다. 왜냐하면 모든 성장이란 다 돌아가는 길이기 때문이다.
다만 돌아가되 성장하는 사람과
돌아가서 제자리를 맴도는 사람의 차이만 있을 뿐.
그러니, 마음을 좀 내려놓고 덜 신중하게 그저 기분에 따라 큰 고민없이 툭툭 선택해도 되지 않을까.
인생이란 그렇게 대단한 게 아니다. 그저 그런 시시콜콜한 선택들이 모여 이루어지는 것. 중요한 건 선택 자체가 아니라 선택한 이후의 경험에 대해 내가 대하는 태도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