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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프도록 아름다운 영화

샬롯 웰스, 『애프터 썬』

by 빨간우산

느린 호흡과 영상 미학으로 보는 영화.


딴생각이 들게 만들 정도로 사물과 풍경, 인물을 길-게 응시하는 롱테이크의 연속으로 이어지는 영화. 사건과 서사는 최대한 배제된, 그야말로 느리고 정적인 시선. 그 시선을 통해 무엇을 볼 지는 관객의 몫.


스토리가 아닌, 인물의 심리가 반영된 화면 구성과 전개를 같이 호흡하며 따라가야 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영화 보기의 방식으로 본다면 너무도 지루할 수밖에 없는. 하지만 일단 이 영화의 호흡에 익숙해지고 나면, 아무런 사건도 벌어지지 않는 이 영화의 고요가 얼마나 내적 치열함을 담고 있는지 그 불안과 고독의 깊이에 서서히 젖어들게 된다. (단, 인내심을 가지고 중반부를 넘어서야 영화의 호흡과 인물의 정서에 비로소 참여할 수 있다. 다만 딴생각이 들게 할 정도로, 아무 사건도 벌어지지 않는 길-고 정적인 화면이 연속된다는 게 함정. 함정을 잘 넘어가는 게 관건인 영화.)


이 영화가 어떤 영화인지는 쉽게 정의할 수 없다. 한 소녀의 성장 드라마일 수도, 소외감을 다룬 퀴어 영화일 수도, 인간의 실존적 고독을 담은 심리 영화일 수도 있지만, 그 어떤 수식도 이 영화의 깊이와 여운을 담기엔 부족하다. 다만, 이 영화의 높은 완성도를 이렇게는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슬프도록 아름다운 영화. 신기하게도 슬픔과 아름다움이 동전의 양면처럼 한 몸으로 주조된 영화.


어른의 세계가 감당해야 하는 외로움과 상실을 아이가 흉내 내듯 배워가면서 성장하며, 그런 어른의 세계로 슬프지만 의연하게 걸어 들어가는 쓸쓸하지만 그래서 그토록이나 빛나게 아름다운 성장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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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영화라면 그야말로 '예술'이라고 부를 만하다. 한 편의 詩와 같은 영화랄까.




각본: 샬롯 웰스

감독: 샬롯 웰스

출연: 폴 메스칼, 프랭키 코리오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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