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자존과 사랑이 얽힌 실타래

송혜진, <은중과 상연>

by 빨간우산

이 드라마가 얼마나 좋은지, 얼마나 대단한 작품인지 구구절절이 설명하는 일은 보잘것 없다. 이런 대단한 작품을 보고 나면, 왠지 겸허한 마음이 된다. 이런 작품을 만든 사람과 이 시대를 같이 살고 있다는 것에 감사하게 될 정도로. 작품의 완성도를 지켜내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타협하지 않기 위해 끝까지 싸워준, 작품에 참여한 모든 이들에게 고마움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요즘 같은 숏폼 디지털 시대에 특별히 스펙터클한 사건도 없이 인물의 갈등과 감정만으로 15부의 드라마를 만들어 간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으리라) . 그들의 노력이 한 방울 한 방울 모여 이토록 거대하게 파도치는 바다와 같은 놀라운 작품이 완성되었다. 인간이라는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의 동물을 이렇게 깊고 넓은 바다의 그릇에 담아낸 이 드라마에 경의를 표한다. 특히 복잡하고 알 수 없는 인간의 심연을 막힘없는 이야기와 깊은 통찰의 대사로 풀어낸 송혜진 작가에게 기립박수를 보낸다.


타인을 향한 질투와 시기, 미움과 분노는 언제나, 사랑받지 못함으로 인한다. 받아들여지지 못했다는 절망감, 홀로 남겨졌다는 소외감, 나도 너를 사랑하고 싶다는 외로움... 그리고 그 아픔과 상처를 감추기 위해, 우리는 끊임없이 가시 돋친 말로 자신이 입은 상처를 되돌려준다. 하지만 그렇게 지킨 자존심의 끝에 남는 건 무엇일까? 우리는 무엇을 지키기 위해 그토록 자존심에 매달렸던 걸까? 우리는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결국 내 마음을 거슬러 반대로 말한다. 사랑하고 싶다는, 사랑받고 싶다는 바램을 반대로 하는 말. 우리가 칼 같이 뱉었던 그 반대의 말들로 지킨 자존심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이었을까? 그래서 끝내 우리는 누구에게 받아들여질 수 있을까? 그 모든 상실과 상처, 외로움과 아픔을 누구와 같이 나누고 누구로부터 위로받을 수 있을까? 우리에겐 그 '누구'가 꼭 있어야 하는 건 아닐까? 우리는 사랑할 누군가, 그래서 비로소 사랑받을 수 있는 누군가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우리에게 필요한 건, 자존이 아니라 사랑이 아닐까? 사랑을 통해서야 비로소 자존도 얻어질 수 있는 건 아닐까?



극본: 송혜진

연출: 조영민

출연: 김고인, 박지현 외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