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베카 밀러, [매기스 플랜]
사람과 사람이 친해진다는 건 쉬운 일이다. 아주 약간의 호의와 웃음만으로도 우리는 마음을 열 준비가 되어 있다. 하지만 가까워지면 질수록, 같이 보내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서로에게 바라는 게 많아질수록, 우리는 그렇게 친하게 지낼 수만은 없게 되기 마련이다. 그렇지만 우린 여전히 잘 지내고 싶고, 그렇기 때문에 그래도 아닌 '척', 아니어도 그런 '척' 하곤 한다. 그건 속임수라기보다는 상대에 대한 예의이자 배려이기도 하다. 그래서 상대가 기쁘다면 나도 기쁘다.
그래도 언제까지 그렇게 '척'하며 살 수는 없다. 아니 그러면 그럴수록 그 '척'하는 순간들은 늘어만 간다. 결국 그러다 보면 내가 사라지고 만다.
그래서 먼 사이는 쉬워도 가까운 사이는 어렵게 마련이다. 반대였다면 참 좋았겠지만, 안타깝게도 신은 우리를 그렇게 만들지 않았다. 아마도 어렵게 상대를 알고, 어렵게 상대와 가까워지고, 어렵게 상대와 잘 지내야만 상대가 소중한 줄 알게 되기 때문에 그런 게 아닐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대와 잘 지내는 것보다 중요한 건 내가 나로서 사는 삶이다. 그러면서도 상대와 잘 지낼 수 있을 때, 그게 더 아름다운 관계 아닐까? 어렵겠지만 말이다.
영화 [매기스 플랜]은 그런 어려움을 쉽게 풀어내어 보여주는 영화다. 영화에서 매듭을 슬기롭게 잘 풀어나가는 매기를 보면 사랑스럽지 않을 수가 없다. 매기를 연기한 배우 그레타 거윅이 만든 [레이디 버드]도 한번 봐야겠다는 마음이 든다. 그리고 이 영화의 백미를 하나 더 뽑자면, 에단 호크의 찌질한 남자 연기. 정말이지 찌질한 남자 역할의 배우로는 해외에선 에단 호크, 국내에선 이선균을 따라갈 사람이 없는 듯하다. 하하.
"그래서, 당신이 정말 원하는 게 뭐야?"
"솔직하게 사는 거야. 솔직해지는 거."
- 레베카 밀러, [Maggie's Pl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