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박정민은 말했다.
어느 날 거울을 봤는데
그 얼굴이 너무도 익숙해서 두려웠다고.
어디서 본 얼굴을 하고 있었다고.
그 말이 오래 남았다.
창작은 결국, 내 안의 빛을 꺼내는 일이다.
연기든, 사진이든, 글이든.
한번 꺼낸 빛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계속해서 꺼내다 보면
내 안은 점점 어두워진다.
사진을 찍을 때,
처음엔 구도를 흉내 낸다.
좋은 사진을 베끼며 배우지만,
어느 순간 그 너머를 바라보게 된다.
내 눈으로 본 세상,
내가 찍고 싶은 마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그때부터는 내 안에 든 것만큼 찍을 수 있다.
고갈된 시선으로는 아무것도 담을 수 없다.
그래서 ‘잠깐 떨어져 있기’가 필요하다.
사람들로부터, 일로부터, 나로부터.
움직이지 않고, 말하지 않고,
다만 조용히 내 안에 다시 빛이 고이길 기다리는 시간.
겉으론 멈춘 것처럼 보여도
그 시간은 퇴보가 아니다.
복원이다.
고장 난 감각이 서서히 회복되고,
잊고 지낸 감정이 가만히 떠오르고,
새로운 인상과 경험이 가슴에 박힌다.
빛은 조급하게 차오르지 않는다.
그래서 그 잠깐은 때때로
아주 긴 시간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그렇게 충분히 떨어져 있을 때,
다시 돌아온 나는
어디서 본 얼굴이 아니라
처음 만나는 나의 얼굴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