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고사를 앞두고...
75분의 강의시간.
영어로 이루어지는 통계과목이라서 워낙 어려워하는 학생들.
해주고 싶은 이야기들, 나누고 싶은 대화들이 많다는 것을 알지만,
수강계획을 지켜야만 한학기 진도를 끝낼 수 있다는 압박에,
짧은 수업 시간동안 할 수 있는 이야기는 실로 많지 않다.
첫 수업.
숙제로 '본인이 생각하는 대학 생활'에 대해 적어내라고 했다.
- 준비되지 않은 자유
- 지난 12년의 결과
- 사람간의 거리를 배우는 시간
- 내가 누구인지를 알게 되는 곳
90명의 학생들이 쏟아낸 수많은 대답들.
하나하나 이야기들 들어주고,
때로는 치열하게 대화하고, 소통하고 싶지만,
스스로의 우선수위에서 밀리고 만다.
한명한명의 얼굴과 눈빛에서,
예전의 나를 찾게 된다.
강의 내용보다, 배워야 하는 이유를 설명해주고,
때로는 보다 더 중요한 이야기들을 전해주고 싶고,
아주 가끔은, 과거의 나로 돌아가 그들 속에서 머물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현실의 벽에 부딪친다.
외국에서 살았던 과거의 이야기.
인지과학, 통계, 심리학의 이야기.
교수, 연구원, 시간강사의 이야기.
그리고 앞으로의 이야기들.
조금씩 풀어나가는 이야기와 대화들은,
과거의 나와 나누는 미래의 이야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