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가지 Jul 13. 2020

엄마 육아, 아빠 육아는 다르지 않다.

엄마, 아빠 뇌의 차이가 그렇게 중요할까?

엄마가 하는 육아와 아빠가 하는 육아는 다를까요? 육아와 관련된 글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주제입니다. 이 주제로 여러 매체에 실린 글들을 살펴보면 아빠 육아는 엄마 육아와는 다른 장점들이 있기 때문에 엄마 육아와 마찬가지로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특히 뇌의 차이를 강조하는데 대부분의 글에서 엄마와 아빠의 뇌가 다르며, 좌뇌가 발달한 남성인 아빠는 논리와 체계에 대한 이해력이 높고, 우뇌가 발달한 여성인 엄마는 공감능력이 높아 이 둘의 육아 방식은 다를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빠도 육아에 참여해야 아이의 뇌가 골고루 발달한다는 거죠.


아빠 육아의 장점으로 말해지는 것들은 대략 이렇습니다. 아이의 사회성 발달에 좋고 자존감을 높여준다. 정적인 놀이를 선호하는 엄마와 달리 아빠와의 신체활동은 아이의 에너지를 맘껏 발산하며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된다. 또 어떤 연구 결과를 언급하며 아빠의 육아 참여도가 높을수록 아이가 커서 행복하고 사회적으로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도 자주 나옵니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이렇습니다.


이런 얘기들을 접할 때마다 맴도는 몇 가지 생각들이 있었는데 이번 글에 어느 정도 정리해보고자 합니다.


먼저 엄마 육아와 아빠 육아의 차이가 그렇게까지 중요할까라는 의문입니다. 차이가 있더라도 이걸 남녀의 차이로 봐도 될지 확신이 안 섭니다. 예를 들면 신체활동을 굉장히 싫어하는 아빠와 굉장히 좋아하는 엄마를 비교한다면 이 경우에도 위에 언급한 아빠 육아의 장점이 적용될까요? 모험심 강한 엄마와 안정을 추구하는 아빠의 육아는 어떨까요? 어떤 성향에 있어서 남자와 여자의 차이가 여자끼리의 차이 또는 남자끼리의 차이보다 항상 더 크다고 볼 수 있을까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너무나 많고, 이렇게 따져보면 위에 언급된 장점들은 아빠 육아만의 장점이라고 보기 힘들어집니다. 


그렇다면 아빠 육아는 특별한 장점이 없으니 필요 없을까요? 성별에서 오는 장점이 아닐뿐이지 장점은 있습니다. 아빠가 육아에 참여할 때의 장점은 엄마 육아와 달라서가 아니라 한 명이 하는 육아와 두 명이 하는 육아의 질적인 차이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2명이서 해야 할 일을(사실 3명이서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만) 엄마 혼자 하는 것과 아빠와 함께 둘이서 하는 것의 차이. 두 명이서 하면 혼자 할 때보다 노동량에 대한 부담도 덜어지고, 또한 아이는 자라면서 주변 대상들과 상호작용을 하며 경험을 쌓는데, 어릴 때 그 대상이 한 명일 때보다 두 명일 때 더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겠죠. 이는 아이의 발달과정에 더 좋은 영향을 끼치고요. 


그러니까 아빠 육아는 엄마 육아가 채워주지 못하는 부분을 채우기 위해서 필요한 게 아니라 그냥 필요한 겁니다. 애초에 두 명 이상의 노동력이 필요하고 아이의 다양한 경험을 위해서요.


바로 앞에서 어떤 성향에 있어 남녀의 차이가 같은 성별에서의 차이보다 항상 크지는 않을 거라고 얘기했습니다만 육아에 있어서 어떤 전형적인 남녀의 다른 행동양식들이 보이는 것도 사실입니다. 저는 이 차이가 부과된 노동의 양이 달라서 생긴다고 생각합니다.


예를들면 주부인 엄마들이 아이와 몸으로 놀아주는 것을 힘들어한다면 그 이유는 아이와 몸으로 놀아주고 바로 뒤에 또 집안일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서일 겁니다. 예를 들어 엄마가 놀이터에서 오후 4시에 아이와 놀아주고 있는데 저녁식사를 6시에 한다고 가정해 봅시다. 6시에 식사를 하려면 늦어도 5시 30분에는 준비를 시작해야 할 텐데 메뉴에 따라서는 더 일찍 시작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게다가 놀아주러 나오기 전에도 다른 집안일을 하다가 나왔을 가능성이 큽니다. 아이와 놀아주기 전에 이미 지쳐 있는 거죠. 그리고 할 일은 보통 계속 있습니다. 휴식 시간도 필요한데 그 사이사이에 아이와 놀아줘야 하니 정적인 놀이를 선호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일정이라면 아빠도 마찬가지로 신체활동에 소극적으로 대할 겁니다. 정적인 놀이를 선호하는 건 성별에 따른 차이보다는 당사자가 이미 지쳐있고 잠들기 전까지 할 일이 계속 있기 때문에 체력을 배분하는 행위에 가깝다는 거죠.


엄마 육아, 아빠 육아의 차이점에 대한 글들을 보다 보면 어떤 음모가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아빠들에게 육아를 그냥 해야 한다고만 말하면 안 하니까 아빠 육아에 억지로 차별화된 장점을 만들어 참여를 독려하는 거죠. 엄마 입장에서는 아빠에게 육아를 부탁하기 좋은 근거가 생기는 거니까요.

그냥 가지고 있는 뇌로 할 일을 합시다.


아이 엄마가 그려준 미화된 그림


작가의 이전글 육아가 힘든 이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