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카페
다시, 파리의 봄.
조금은 진득한 비가 내린다. 한동안 추위에 떨다 갑자기 찾아온 따뜻함이 빗물과 함께 섞여 파리에 내린 탓일까. 따뜻한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할 때, 나는 파리를 걷기 시작한다. 올해는 2월임에도 낮 기온이 20도를 넘어서는 날이 있었다. 풍경은 영락없는 겨울의 파리였는데 그 속에서 몇몇의 사람은 반팔을 입은 채 걷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Plat du jour ; 오늘의 요리.
파리를 여행해 본 누군가라면 알겠지만, 파리의 식당에서는 Plat du jour라는 단어를 쉽게 마주칠 수 있다. 매일의 음식이 바뀐다. 그 날의 재료에 따라, 분위기에 맞춘 음식을 먹을 수 있다. 외식을 하게 된다면, 그리고 메뉴가 훤히 들여다보이는 단골식당을 찾게 된다면 나는 망설임없이 Plat du jour 하나를 주문한다.
Café du jour ; 오늘의 커피.
나의 산책 끝에는 늘 다른 커피들이 있다. 즐겨 마시는 건 몇 가지로 한정되어 있으나 산책한 곳, 카페의 장소, 날씨, 그 날의 분위기에 따라 커피의 맛은 항상 다르다. 그래서 나는 그것들을 오늘의 커피로 지칭한다.
하루는 좋아하는 커피를 다 마시지 못할 만큼 끝 맛이 씁쓸했던 날이 있었고, 또 어떤 날은 쓰디쓴 에스프레소를 무엇보다 달달하게 마신 기억이 있다. 파리를 적시는 비는 커피를 조금 쓰게 만들었고, 봄날의 햇살이 커피 위에 머물던 날은 더 짙은 향을 풍겼다.
그것들을 핑계 삼아 나는 날이 좋으면 좋은 이유로,
안 좋으면 안 좋다는 그러한 핑계로 파리의 여러 카페를 간다.
그 날의 커피를.
이 장은 파리에서 오늘의 산책을 기록하는 페이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