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의 보통날
아침, 여섯 시 반.
커다랗고 붉은색으로 칠해진 문을 열고 거리로 나와 옅게 올라온 볕으로 채워진 거리를 내달린다. 거리의 소음보다는 하늘의 새소리가 더 크게 울리는 시간.
집에서부터 뛰어 노트르담을 지나 퐁데자르를 가로질러 반대편 바닥에 그어진 선을 밟는 순간. 그 짧은 순간을 위해 파리에서의 이른 아침을 시작한다. 가는 길 내내 평지만 있으면 좋겠지만 센강까지 와서야 겨우 평지로 내 닿고 이전까지는 가파른 오르막길과 내리막을 번갈아가며 달린다. 꼭 우리 내 인생처럼.
달리는 거리에는 여러 개의 빵집이 있는데 그중, 노란 집과 퐁네프 사이의 절반쯤 동키 빵집이 있다. 사실 내가 붙인 이름인데 가게의 큰 유리창에 나귀 한 마리 그림이 붙어 있어 그곳을 단순히 동키 빵집이라 부른다.
가끔 스스로에게 잘하고 있어, 토닥이는 시간이 이곳을 뛰어 지날 때이다. 가장 가파른 오르막의 시작점이기도 하고, 속으로 '빵집보다 더 빠른 하루를 시작하고 있다니!' 왜냐하면은 동네의 빵집은 아침 일곱 시가 되어야 문을 연다. 하지만 이것의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동키의 내밀한 세상은 이른 새벽부터 시작되니깐 말이다.
잠에 들기 전 쌀을 세척 후 예약 취사를 누르면 되는 과정과 동일한 게 아니라면 분명 누군가의 새벽으로 빵은 구워진다. 빵집의 주방은 아주 이른 새벽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가끔 하는 새벽 산책 통해 알게 되었다.
세상에서 가장 맛있다는 프랑스 빵. 평소에 빵을 좋아하지만 애석하게 건강에 관심을 가진 후 자연스레 멀리 두었다. 그래도 가끔 새벽길에 만나는 그 제빵사들이 풍기는 분위기가 참 좋다.
이른 새벽, 푸석이는 머리칼을 쓸어 넘기며 어두운 거리로 나올 것이다. 쌀쌀한 바람에 옷을 더 단단히 여미고 빵집의 주방에서 하루를 위한 준비를 할 것이고 반죽을 힘껏 치댈 것이고 모양을 잡은 후 오븐에서 적당한 열과 시간으로 가열할 것이다. 그렇게 제빵사의 새벽으로 채워진 고소한 빵은 누군가의 아침 식탁에 올라 기분 좋은 아침을 선물한다.
제빵사 고유의 시차로 살아가며 마음을 반죽해 빵을 만든다. 갓 구워 나오는 빵만큼 마음을 따뜻이 데워주는 게 또 뭐가 있을까. 나는 시를 위해 여행하는 사람이 무엇과 비슷하냐 물으면 파리의 제빵사와 같다고 말한다. 여행하는 사람은 특유의 마음을 잘 포장한 뒤 고향을 나선다. 그럼 시를 위해 여행하는 사람은 그 마음을 언제든 누군가에게 내어 줄 수 있는 사람.
당신에게 나는 제빵사와 같은 마음의 시차로 살았다. 뭉클하던 밤이 지나고 이른 새벽. 나는 동키의 주방으로 향한다. 아침에 일어나 당신과 함께 앉을 식탁을 위하여 어둡고 빈 거리로 나왔다. 그리고 마음을 반죽하기 위해 빵집을 찾았다. 나의 마음이지만 여전히 서툴다. 어설프게 크로와상처럼 만들어보기도 하고 평소 잘 먹는 빵오쇼콜라처럼 달달한 것을 넣어 부풀려도 본다. 조금은 늦게 구워진 빵을 선반 위에 올려두었더니 더 이상 그 빵을 찾는 사람은 없었다.
나를 사랑하는 방법은 어렵지 않다. 반죽의 크기가 마음과도 같다면 소량의 효모에도 쉽게 부풀어 오른다.
여전히 공기가 무거운 새벽, 나는 동키의 세상을 위해 나선다. 그 세상은 마음을 구울 수 있는 주방을 가지고 있다. 곧 찾아올 우리의 아침. 식탁 위 구워진 마음을 올릴 수 있게 마음을 반죽하며 파리에서의 이른 새벽을 내일도 오늘처럼 맞이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