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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제혁 Sep 17. 2020

장폐색 환자사망 의사 구속시킨 판결 유감

 대장암으로 인한 장폐색이 의심되는 환자에게 장정결제를 투약해 사망에 이르게 한 의사가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지난 9월 10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의사 A 씨에게 금고 10개월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을 하였다.

 이 기사를 읽고 소화기내과의사를 천직으로 생각한 나는 충격에 빠지고 말았다. 사실 자신의 직업을 천직으로 여기는 사람이 많지는 않을 것이다. 2016년 4월 12일 세계일보 실린 기사에 따르면, 직장인 106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70.1% 가 ‘천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했다고 한다. 췌담도 내시경, 위내시경, 대장내시경 등을 통해 환자를 치료해주고, 보람을 느끼는 나같은 사람은 운이 좋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런 천직이라고 생각한 직업을 계속 해야 할지 의문이 들 정도로 이번 기사는 충격적이다.
 판결문을 보면, 재판부는 “장폐색이 있는 환자에게 보호자에게 충분한 설명 없이 장정결제를 복용했다가 환자가 장천공에 의한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사망했다. 부분폐색의 경우에도 장정결제를 투약하면 대변이 한꺼번에 밀려 내리게 하므로 장폐색을 악화시켜 완전 폐색으로 발전할 수 있다. 암이 발병한 부근인 맹장은 대장벽의 두께가 얇아 허혈과 천공이 쉽게 발생하는 곳임에도 쿨프렙 투약에 관해 의사지시기록지에 금기사항 없음으로 기재했다. 실제로 쿨프렙을 투약한 간호사나 당직의사 등 의료진에게 장폐색과 관련한 주의사항을 알리지 않았다.” 고 밝혔다. 그리고 증거인멸, 도주의 위험 등의 가능성이 있다고 하여 의사는 법정구속된 상태이다.

 대장암. 말 그대로 대장에 암이 생긴 것이다. 대장은 둥근 원형의 관으로 암은 대장 내부에서 커지면서 자라게 된다. 암이 대장을 완전히 막는 경우는 매우 드물며, 장이 막혀서 장폐색이 x-ray 에서 보인다고 하더라도 장이 완전히 막히지 않았기 때문에 장정결제가 암 사이로 빠져나가서 장정결이 잘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나는 대장암이 의심되는 환자가 내원하면, 장정결제를 대부분 투여하고 대장내시경을 했다.

 혹자는 되물을 수 있다. ‘대장암이 의심되면 장정결제를 꼭 먹어야 하나요?’ 내시경을 할 때 장정결이 되어 있지 않으면 대변 등으로 인해 시야가 제한되어 게실 (장 따위의 관상(管狀)인 장기의 벽의 일부가 밖으로 나와 주머니 모양으로 확장된 곳) 등이 있을 때 잘못된 길로 내시경이 들어갈 수 있어 천공 (장기의 일부에 어떤 병적변화가 일어나거나, 또는 외상에 의하여 구멍을 만들어, 장기외의 부분과 통하는 것) 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내시경에 숙련되어 있는 전문가도, 대장정결이 잘 되어 있지 않으면 대장내시경을 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다. 나 또한 장정결이 잘 되지 않은 환자에 대한 내시경검사에 대해 부담이 많다. 그렇다고  수술 전에 내시경을 미리 보지 않는다면, 대장암 부위만 수술 했다가, 다른 부위에 암이 있을 시, 추후에 또다시 수술을 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나 또한, 대장암의 부분 폐색이 있는 환자에게 환자의 상태를 보면서 장정결제를 조심스럽게 먹이고, 장정결을 한 후 내시경을 했으며, 다른 부위에 있는 암 및 용종을 내시경으로 제거한 경우가 흔하다.

 어떤 분들은 이렇게 물을 것이다. “대장암이 의심되면 바로 수술을 하면 되지 않나요?” 대장암이 의심된다고 모두 수술을 한다면, 수술이 필요없는 사람들까지 수술을 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것이다. 최근에 진료했던  환자 중엔, 복부 CT 에서 횡행결장에 대장암이 의심된다고 하여 대장내시경을 하였으나, 암은 없었고, 작은 용종들만 있어 내시경으로 제거를 하였다. CT 검사만으로 모든 병변을 발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또한, 대장암 4기인 환자들에게 수술적 치료를 하면 안 되는 것은 대부분의 독자들이 아실 것이다. 아무리 대장이 막혔다고 하더라도 4기 암 환자에게 수술을 하는 건 환자에게 큰 고통만 주고 수술이 잘 안 끝날 가능성이 있으며,  위험이 높아 외과 의사선생님들도 수술을 하기 꺼려한다. 그런 환자에게는 대장암 사이에 금속 스텐트를 넣으면, 수술하지 않고도, 환자의 여명을 늘릴 수 있다.

                 A:대장암병변 B-C:금속 스텐트 삽입 D:스텐트 삽입후 다량의 변이 내려오는 모습 (출처:World J Gastrointest Endosc.)

 의사들은 아파서 진료를 보기 위해 온 환자에게 항상 선의를 갖고 진료 및 치료를 한다. 하지만, 의사 또한 사람이기에, 모든 치료를 성공할 수는 없다. 담도의 담석을 제거하는 췌담도 내시경 또한, 전문가들의 성공율은 100% 가 아니고 95% 정도이다. 나 또한, 대부분의 시술이 성공을 하지만, 100명 중 1명만 실패해도 스트레스를 받는다. 환자를 빨리 낫게 하지 못해 안타깝기 때문이다. 매우 드물게 시술이 잘못 될 경우 천공이 발생하기도 한다. 환자들을 위해서 최선을 다해도 실패할 수 있는 데, 실패했다고 해서 의사를 감옥에 가둔다면, 어느 의사가 필수진료를 하겠다고 할지…  걱정이며, 나도 이 판결결과를 보면서 위축되었다.
  어느 정도 과실이 있다면, 배상은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법정구속을 하는 것은 필수과 의사로서 같은 일이 생길 수 있다고 생각이 들어 마음이 무거워진다. 이제 대한민국의 소화기내과 의사들이 대장암환자를 진료할때, 과연 최선의 진료를 다할 수 있을 지 걱정이며, 결국은 환자가 최선의 진료 및 치료를 못 받을 가능성이 있다.
  이 일을 계기로, 의료사고에 대한 대책이 세워져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대한민국의 의사와 환자의 관계는 계속 멀어질 것이며, 필수과에 대한 의사들의 지원은 갈수록 줄어들 것이다. 의료사고에 대한 대처에 변화가 있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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