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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NORESQUE Apr 10. 2017

류이치 사카모토의 <분노>

마치 요트가 가른 바다의 물거품처럼 미세하게 떠리는 음률과 감정

믿음과 불신 사이, 배반당한 마음, 그리고 동요하는 감정. 하나의 사건 세 명의 용의자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영화 <분노>는 미궁과도 같은 작품이다. 영화가 진행될 수록 누가 범인인가의 그림은 흐릿해진다. 처음엔 타츠야가, 그 다음엔 타시로 그리고 마지막엔 나오토가 범인인 것만 같다. 그야말로 오리무중. 그리고 이렇게 깊은 안개 속을 류이치 사카모토의 음악이 가른다. 영화는 사건이 발생하고 난 후부터 시작하지만 류이치 사카모토의 음악은 사건이 발생하기 전과 후를 잔잔한 선율과 깊은 울림으로 연주해낸다. 이미 일어난 사건의 진동에 조심스레 다가가는 느낌이다. 마치 요트가 가른 바다의 물거품처럼 음 하나하나가 미세하게 떨린다. 그리고 이러한 떨림은 극중 인물들의 감정을 헤아려보게 한다. 믿음과 불신, 그리고 분노가 뒤섞인 혼란을 류이치 사카모토의 선율이 깊숙이 찌른다. 특히나 동거인 나오토를 믿지 못했던 유마의 마지막 신에 흐르는 '믿음'은 믿음과 불신 사이의 연약한 마음을 울게한다. 우리는 믿음 앞에 당당할 수 있는가. 분노라는 감정은 어디에서 기인하는가. 이상일 감독의 이같은 질문을 류이치 사카모토는 새삼 묻는다. 근래 들었던 영화 음악 중 가장 마음을 움직인 앨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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