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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NORESQUE Apr 06. 2017

끝나지 않는 미야자키 하야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죽느니 하고 싶은 걸 하다 죽는 게 낫다

3년 전 미야자키 하야오는 은퇴를 선언했다. 더이상 수십명의 스태프를 끌고 작업할 체력이 없다는 게 이유였다. 그런데 그는 지난 해 단편 영화를 만들기로 한다. 그것도 CG로 말이다. 미야자키 하야오는 CG는 커녕 컴퓨터도 쓰지 않는 애니메이터 작가다. NHK에서 제작한 다큐멘터리 <끝나지 않는 미야자키 하야오>는 그가 은퇴 이후 단편을 결심하고 제작해 나가는 과정을 담았다.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가장 마음이 움직였던 대목은 그가 인공 지능으로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움직이게 하는 기술과 처음 대면한 장면이다. 그는 머리로 움직이는 CG 캐릭터를 보고 '불쾌하다. 이런 걸 만드는 사람에게 혐오를 느낀다. 아픔을 모르고 이런 그림을 만든다는 건 무례다'라고 말했다. 이는 아날로그를 고집하는 그의 철학 때문이기도 하지만 점점 다가오는 아날로그의 최후 그리고 CG의 공습에 대한 두려움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리고 더이상 영화를 만들 수 있을까에 대한 불안감의 반영이기도 하다. 올해 그의 나이는 일흔 여섯이다.


미야자키 하야오가 장편 영화 제작을 그만두기로 한 건 절대적으로 체력의 한계 떄문이다. 한 편 제작의 3~5년 걸리는 일을 그는 이제 멋대로 벌릴 수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그가 새로운 장편 영화의 '그림 콘티'를 그리는 장면을 보여준다. 3년을 제작 기간으로 잡고 그와 그의 프로듀서 스즈키 토시오는 다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죽느니 하고 싶은 걸 하다 죽는게 낫다"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말처럼 그에게 영화는 삶을 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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