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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NORESQUE Mar 30. 2017

고외하는 방랑자의 길

오다기리 죠

오다기리 죠는 머무르지 않는다. 이상일 감독의 2005년도 영화 <스크랩 헤븐>에서 그는 일본의 화장실을 돌며 테러를 일으켰고, 오토모 카츠히로 감독의 2006년 영화 <무시시>에선 산에서 산으로, 마을에서 마을로 떠돌았다. 뉴욕을 방황했던 <해저드>, 애리조나 사막에서 헤맸던 <빅 리버>, 돌아온 고향 집에서 발을 돌려 다시 유랑의 길을 떠났던 <유레루>와 <피와 뼈> 등 그의 필모그래피에는 방황과 고독, 그리고 고뇌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다. 그리고 올해 3월에 개봉한 두 편의 영화 <오버 더 펜스>와 <행복 목욕탕>. 여기에서도 그는 한 자리에 머무르지 않는다. 야마시타 노부히로 감독의 <오버 더 펜스>에선 잘 다니던 도쿄의 회사를 관두고 하코다테로 건너왔고, 나카노 료타 감독의 <행복 목욕탕>에선 운영하는 목욕탕을 제쳐두고 가출을 한다. 그래서 <행복 목욕탕>의 앞부분, 오다기리 죠는 없다. 


오다기리 죠는 멈춰있지 않다. 1999년 연극 <DREAM OF PASSION>으로 데뷔해 지금까지 총 50편의 영화에 출연했는데 여기엔 주연과 조연, 인디영화와 대중영화가 마구 뒤섞여있다. 그의 필모그래피엔 김기덕 감독의 <비몽>과 유쾌하고 코믹한 드라마 <시효경찰>이 공존하고, 더러 까메오 출연도 있다. 2000년 전대물 드라마 <가면 라이더 쿠우>에 출연하면서 그는 "난 주연 타입은 아니다. 조연 쪽이 재밌고 좋아한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역할의 질량보다 무게를 중시한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더불어 그는 연출도 한다. 어릴 적 편모 가정에서 자란 탓에 영화관에서 살다시피 했고 그렇게 영화 감독의 꿈을 꾸었다. 2003년 단편 <바나나 껍질>을 시작으로 2005년 <페어리 인 메소드>를 연출했고 드라마 <시효경찰>에서 8화를 담당하기도 했다. 위아래 좌우로 유영하는 폼세가 드넓은 날개를 달고 힘차게 유영하는 새를 닮았다. 


오다기리 죠는 엉뚱하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오른쪽 턱 아래 난 점을 가리키며 "오다기리에 점이 붙은 건지, 점에 오다기리가 붙은 건지 모르겠다. 아마 점에 오다기리가 붙은 것 같다"고 말했다. 언뜻 우스개소리로 들리지만 이는 그가 연기해온 역할이 자신에게 어떤 의미였는지, 자신이 역할에 어떻게 접근했는지를 넌지시 일러준다. 오다기리 죠는 철저히 역할 앞에서 자신을 자제한다. 역할이라는 점에 매달리는 것이다. 코미디 영화와 드라마인 <인 더 풀>과 <시효경찰>에서 그는 웃음 뒤에 가려진 비밀로 설명되는 인물이었고, 아오야마 신지 감독의 영화 <새드 베케이션>에선 자신을 버리고 웃음으로 고독을 위장했다. 하지만 역할이라는 점은 오다기리 죠를 감추지 못한다. 오다기리의 영화엔 그만의 기운이 스며있다. 특히나 국내에서 거의 같은 시기에 개봉한  <오버 더 펜스>와 <행복 목욕탕>에서 그는 다르지만 같은 사람이다. 기술 직업 학교에서 목수 일을 배우는 <오버 더 펜스>의 시라이와는 지금까지의 삶을 포기하고 어중간한 삶을 살아가는 인물이고, <행복 목욕탕>의 카즈히로는 자신의 삶과 마주하지 못한 채 어영부영 삶을 이어가는 철부지 아빠다. 하지만 서로 다른 이 두 역할에서 오다기리 죠는 자신만의 음영을 드러낸다. 끊임없이 방황하고 고뇌하는 숙명의 배우라는 존재가 그의 인물들엔 늘 있다. 


오다기리 죠는 머문다. 그에게 만약 터닝 포인트가 있다면 그건 아마도 <오다기리 죠의 도쿄타워>일 것이다. 그는 영화 개봉 즈음의 어느 인터뷰에서 <오다기리 죠의 도쿄타워>를 최종적인 골(Goal)이라고 표현했다. 릴리 프랭키의 자전적 소설을 영화화한 이 작품은 미술을 배우기 위해 도쿄로 상경해 한다던 공부는 하지 않고 빈둥대는 나(오다기리 죠)와 그런 나를 홀몸으로 기르는 엄마(키키 키린)의 이야기다. 편모 가정에서 자란 그의 가정사와도 겹치는 부분이 있다. "언젠가는 어머니와 나의 이야기를 해야한다고 생각했다. 그런 의미에서 최종적인 골이라 표현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 내가 가지고 있는 걸 다 표현하려고 했다." 오다기리의 말이다. 그리고 그는 2007년 배우 카시이 유우와 결혼했다. 2010년과 11년엔 아들 둘을 낳았다. 그야말로 아빠가 된 것이다. 방황과 오랜 헤매임, 그리고 고뇌의 길 끝에서 그는 한 가정의 가장이 되었다. 하지만 이후 그의 길이 지금까지 걸어온 길과 반하는 건 아니다. 그는 다시 방황하고 걷기 시작했다. <오다기리 죠의 도쿄타워>이후 오다기리 죠는 아오야마 신지 감독의 인디 아트영화 <새드 베케이션>을 찍었고, 끊임없이 산책하는 미키 사토시 감독의 영화 <텐텐>에도 출연했다. 그러니까 그에게 고뇌의 길은 끝나지 않았다. 그는 어느 날 나타나 우리를 기가 막히게 웃겨줄 것이고 돌연 다른 사람으로 변신해 고독의 향수를 내뿜을 것이다. 배역에 자신을 내어주고 깊은 울림을 연기하는 그를, 나는 그래서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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