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그린 건 인간같은 아이에요."
좋아하는 구절이 있었다. '슬프고 멋있는 사람.' 나라 요시토모의 트위터에서 그가 이번 달 좋았다고 골라놓은 책 대여섯 권 중 맨 아래 즈음 깔려있던 책의 제목. 진을 수집하며 나카메구로를 돌다 그 책을 찾은 우연에 주저없이 가방에 넣었고, 별 거 없이 굴러가는 일상의 지난하고, 굽이친 어제의 아픔이 묻은 쿨함이 좋았다. 만난 적도 없으면서, 어쩌면 내 편이라 생각했는지 모른다. 누군가와 만나고 헤어지고, 가끔은 마주하면서도 그 사람을 몰라 오해의 어제는 아직도 남아있다. 요즘 일본에서 꽤 화제가 되고 있다는 애니메이션 '영상연구회는 건들이지마.' 아니메, 메카 피규어를 좋아하는 여고생 셋이 애니메이션 제작이 이르는 이야기는, 틀을 벗어난 '카와이', 별 거 아닌 편견의 도발로 인기가 있다는데, 만화를 그린 오오와라 스미토는 "왜 주인공이 여자냐, 여자 아이답지 않다는 이야기, '카와이'하지 않은 '카와이'라 말하지만, 제가 그리는 건 '인간같은 아이였어요"라고 말했다. 인간같은 아이. 만화의 한 장면엔 '대부분의 사람들이 세세한 것들을 봐주지 않아도, 나는 나를 구해야해'란 대사가 있고, 오해로 드러나는 나의 어떤 모습에 나는 이제 조금 자신이 생겼다. '슬프고 멋있는 사람', 그런 건, 결코 내 편이 아니고, 어쩌면 가장 가까운 타인인지 모른다. '나는 나를 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