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의 시간 기록자들' 북토크 @서교동 cafe b_hind
지난 3월 교통비가 0원을 찍었다. TV를 켜고 코로나19 로 시작하는 날들은 어딘가 다른, 멈춤 혹은 갇혀버린 시간같아 어리둥절하기만 했는데, 카드 청구서에 적힌 0이란 숫자에 나는 새삼 나의 오늘을 바라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회사를 나와 생활하기를 5년 여. 매일이 매일같던 날에 이름은 커녕 아무런 흔적도 남지 않았지만, 코로나는 돌연 나의 '아무것도 없는 하루'를 바라보게 했다. 외출을 하는 날엔 전에 없던 긴장이 느껴졌고, 방안엔 마스크가 쌓여갔고, 누군가를 만나 이야기를 하고 돌아온 날엔 목이 따끔하게 아리곤 했다. 0이란 숫자가 전해주는 '텅빔'의 충격이 크기도 했지만, 나는 그제야 나의 지난 5년여를 돌아보기 시작했다. 세상엔 시간이 지나 알아차리는 '보통의 하루'가 있다. '도쿄의 시간 기록자들'은 그런, 뒤늦게 알아차린 14개의 오늘을 살아가는 이야기다. 그저 우리가 바빠서 몰랐을 뿐, 무심코 지나온 어제는 내일과 만나 한 편의 '이야기'를 완성한다. 그걸 우린 '우연'이라 회상할까. 도쿄의 장인 14인은 그런, 오늘의 우연을 살고있었다.
이 책은 도쿄 젊은 장인들의 '하루'를 들여다본 한 권이다. 올림픽을 맞이해, 혹은 새로 바뀐 연호의 시대를 시작하며 도쿄는 대대적 변화를 겪고있고, 와중에 난 그곳의 장인이 궁금했다. 변화를 모른다는, 시대의 부침에도 꿋꿋이 이겨내는 그들의 오늘에 내일의 힌트가 있을 거라 생각했다. 지속 가능성을 이야기하기 시작한 시절에 그들의 삶은 하나의 답안처럼도 느껴졌다. 하지만 코로나를 맞닥들인 이곳에 이동은 제한되고, 만남은 마스크를 동반하고, 일상은 일상이기 위해 애를 쓴다. 앞만 보고 걷던 세상이 길을 잃고 방황을 하고있다. 책을 준비하며 난 당연히 코로나 생각은 하지 못(않)았지만, 어쩌면 그렇게 이 책은 길 잃은 '오늘'의 이정표라고도 생각한다. 장인의 삶이 미래를 예상해주지는 않지만 그들에겐 탄탄한 어제가 있고, 정직한 오늘이 있고, 흔들리지 않는 내일이 기다린다. 남아있는 전통이란 아마 오늘을 살아가기 위한 전통. 무엇 하나 알 수 없는 시절이어도 나의 어제는 알 수 있고, 타인의 오늘은 나의 내일일지 모른다. 밀레니얼 시대의 장인을 통해, 내 안에 잠자는 '내일'과 만나러 간다.
**오는 19일 서교동 작은 카페 '비하인드'에서 저의 첫번째 책, '도쿄의 시간 기록자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제목이 좀 거창하지만 14명의 도쿄에 살아가는 젊은 장인들의 이야기이고, 그 역시 좀 무게를 잡고있지만 실은 그저 평범한 서로 다른 '나'를 살아가는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코로나로 세상 모든 건 짙은 안개에 휩싸인 듯 무엇 하나 알 수 없어버렸지만, 세상엔 종종 가장 가까운 곳에서 보이는 '내일'이 있습니다. 미래는 막연하지만 내일은 손에 잡힐 것도 같은 것 처럼요. '도쿄의 시간 기록자들'은 그런 가장 작은 미래를 차곡차곡 살아온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이상하게 자꾸만 변화하는 도쿄에서 변화를 모르는 장인의 삶은 어쩌다 가장 알 것 같은 미래상이 되어버렸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여행이 돌연 멀리 떠나버린 듯한 시절에, 그곳에서 보이는 것들은 분명 있습니다. 아무리 도시가 변해도, 어떤 예상 못한 사건이 찾아와도 가장 지속 가능한 내일은, 아마도 '사람'입니다. 여러분의 '내일'을 기다리겠습니다.�
북토크 신청하러 가기. @cafe b_hind. '강연'이라고 되어있지만 보다 캐쥬얼한, 가벼운 시간입니다.
https://www.aladin.co.kr/events/wevent.aspx?EventId=2123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