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NEWSZINE

잃어버린 2020,
하지못한 이야기

팬데믹 시절, 다시 도쿄를 그리는 '가이드 스토리북'을 시작하며

by MONORESQUE


모두 16개의 1백 여 분 분량의 글이 되어버렸지만, 사실 이곳에 담긴 글들은 어느 2020년 여름 날 이후의 기록입니다. 38년 역사의 책방이 돌연 폐점 소식을 알려왔던 늦여름, 그 황망함은 머물 자리조차 없었지만 반 년이 지나 그곳엔 새로운 책방을 예고하는 입장료를 받는 '분끼츠'가 문을 열었습니다. 무심코 열어본 트위터엔 상점가 한켠에 나붙은 '78년간 감사했습니다'란 문장이 눈에 밟히고, 혼자 몰래 좋아했던 키치죠지의 핀란드 카페 'moi'도 지난 봄 20여 년의 세월의 마침표를 찍었습니다. 내가 알던 도쿄의 이상한 이별들. 하지만 그건 어김없이 새로운 시작의 첫 걸음이기도 해, '아오야마 북센터'의 뒤를 '분끼츠'가 이어가는 것처럼 지금 도쿄엔 시대와 시대가 교차하는, 하나의 시절이 지고 또 하나의 시절이 시작하는 묘한 '교차'의 시간이 흘러갑니다. 2019년 연호도 바뀌어 헤세이가 아닌 이제는 벌써 레이와 03년. 도시는 곳곳 100년에 한 번이라는 재개발에 들썩이고, 그저 우연일지 모르지만 어쩌면 이런 게 '도시'의 오늘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도쿄는 지금, 다시 도쿄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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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책의 시작은 '잃어버린 2020의 도쿄를 말하다'란 문장 안에 있습니다. 100년에 한 번일 것 같은 '교차의 타이밍'에 혼자 흥분해, '지금의 도쿄'를 기록해야 겠다는 맘으로 3년 전 골든위크가 한창인 도쿄에서 새 시대의 아침을 맞았습니다. 헤세이가 마지막을 고하는 20190431과 레이와가 새 아침을 건네는 20190501. 붐비는 인파를 헤치고 책방의 주인을 만났고, 평소 좋아했던 라이브 하우스의 '창립자'와도 길지 않은 대화를 나눴고, 동해 번쩍, 서해 번쩍의 '도쿄'를 보내곤 했습니다. 하지만, 100년의 한 번이라는 재개발도, 혼자 흥분했던 '교차'의 설렘도 무색하게 이곳엔 몇 번의 '불매 운동'이 스쳐갔고, 지금은 모두가 코로나에 '내일'을 잠시 접어둡니다. 하려던 일들의 하지 못함들, 가려던 길에 가지못함. 코로나 뉴스에 헉헉대는 지금, 비자마저 끊겨버린 이 와중에 '도쿄'가 무슨 소용일까 싶지만, 문득 그런, 실패와 포기, 예정되로 되지 못하거나 예정할 수 없게된 시절의 '도쿄'를 묶어보자고 생각했습니다.


'다시, 도쿄를 걷다'는 그런 상처묻은 시작의 이야기이고, 빛바랜 도쿄의 기억입니다. 그리고 어쩌면 그게 지금 우리의 '오늘'일지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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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올림픽이 2020이지 못하게 됐던 지난 4월, 일본에선 한 권의 도쿄 가이드북이 화제가 되었습니다. 1980년대 창간해 40년에 달하는 전통을 가진 '지구를 걷다'의 도쿄 편입니다. 본래 '지구를 걷다'는 해외 여행 전문 가이드인지라, 도쿄가 등장한 것 자체가 이슈였습니다. 배경에는 물론 지구촌 축제를 기대하는 2020의 설렘이 묻어있었지만, 돌연 취소된 소풍처럼 김빠진 행사가 되어버린 올림픽은 책 한권을 몽땅 날리게 합니다. 하지만 그런 곡절 속 '지구를 걷다'가 꺼내든 건 '여행'이 아닌, 출발과 돌아옴의 자리였던 우리의 일상이었습니다. 무려 5백 페이지에 달하는 책엔 도쿄 사람도 모르는 도쿄 마을의 이모저모가 적혀있고, 외국인을 생각하고 완성됐을 기본 교통 안내 페이지는, 이동의 자유를 잃은 지금 묘한 울림마저 줍니다. "저희는 초기부터 지금까지 '독자가 무사히 집으로 돌아올 수 있기를'을 가장 큰 축으로 하고있습니다. 편집장 미야타 타카시의 이야기입니다. 여행은 지금 일상을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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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대부분 에세이 식으로 쓰여졌지만 때로는 팩트가 도드러지는 글도 있고, 어느 건 사적이기 그지없어 블로그 조각글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굳이 나누지 않고, 정리하지 않고, 흩어진 일상의 파편처럼 느껴질 수 있도록 의식했습니다. 얼마 전 아는 지인은 '도쿄 가이드북 내줘'라고 이야기도 했는데, 내심 앞으로의 가이드북을 생각하기도 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 우리에게 할 수 있는 게 있다면, 그건 아마 기억하는 것, 잊지 않는 것, 여행의 설렘을 간직하고 다시 떠나는 일일것입니다. 파괴된, 무너진 것들이 이야기하는 건, 분명 있습니다.

https://youtu.be/tbiWIVGDsJc

�‍♂️너와 나의 도쿄에서.


헤더 사진_©️ 濱田英明 hideaki hama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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