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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12월 32일

카페는 가끔 나의 하루가 된다

카푸치노에 일어나는 아침은, 스타벅스 재팬의 '공간 너머 공간'의 일상들

by MONORESQUE


오래 전 합정도 오피스텔에 살던 시절, 보그에서의 2년차를 보내던 무렵 나의 아침은 스타벅스의 카푸치노와 플레인 스콘이었다. 당시 살던 곳은 합정역과도 상수역과도 비슷하게 멀고 또 가까웠는데, 대부분 서둘러 황급히 집을 나선 난 택시를 잡아타고 카푸치노를 손에 들고 회사로 향했다. 물론 그 사이에는 매장 앞에 잠시 택시를 세우고 커피를 사고있는 사치스런 시간이 바보같이 묻어 있었지만. 그 커피 한 잔에 나의 하루는 겨우 아침을 맞이했다. 하지만 상수동'시절 난 왜 그 많은 카페 중에서 그곳의 문을 열었을까. 물론 아침 8시면 오픈한다는 현실적 이유도 있었지만, 왜 그건 내가 회사를 가는 길목에 있었을까. 어쩌다 나의 일상이 되어버리는 공간(들)에 대해 생각한다.


e0076481_6093657e3440d.jpg 하라쥬쿠의, 킷사뗑을 모티브로 한 스타벅스.


'폴인'과 함께 진행중인 '2021의 도쿄를 바꾸는 공간들' 그 두 번째 이야기는 스타벅스이다. 일본의 스타벅스는 종종 한국과 비교하며 애증의 대상이곤 했는데, 그건 그들의 감각적인 브랜딩이나, 월등히 맛나는 디저트 메뉴 때문은 아니었고(물론 그렇기도 하지만), 무언지 모를 이상한 편안함, 낯설지만 반가운 설렘, 내것이 아닌데도 내것처럼 느껴지는 묘한 비일상적 공간에 있었다(고 이제는 생각한다). 그러니까 그곳엔 늘, 커피가 아닌 커피와 함께있고 싶은 시간이 흐르고 있었는지 모른다. 별 용건이 없는데도, 만날 사람이 없어도 스타버스란 카페가 그리는 일상은 가장 나의 것이고, 가장 나의 것이 아니기도 했다. 이걸 아마, 첫 번째 에피소드였던 쿠마 켄고는 '이공간(異空間)의 실현이라 불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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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오사카 우메다, 카와고에의 노렌을 건 스타벅스. 스타벅스 재팬은 리져널 스토어란 카테고리로 지역과의 이어짐의 작업을 하고있어요.


2만원에 육박하는 커피를 파는 로스터리 나카메구로와 처음으로 모바일 예약제를 도입한 긴자 마로니에와 수화를 공용어로 쓰는 세계 다섯 곳 밖에 없는 사이니지 스토어 코쿠리츠 점과 매장에 꽃이 피고 연못이 물 소리를 내는 오모테산도 힐즈 스타벅스를 이야기했지만, 일살에 숨쉬는, 카페에 자라나는 우리 일상 속 가장 속살같은 이야기를 하고싶었는지 모른다. 그저 단 하나 자랑할 수 있다면, 이건 여기저기 널려있는 정보를 모아 조합한 글이 아니고, 스타벅스 재판에 기획 의도와 설명하고 코로나 이후 조심스럽다는 이유로 충분한 협조를 받지는 못했지만, 그런 시간과 세월을 함께 호흡하며 완성한 글이다. 내 안에 살아있는 기억과 그곳에 살아가는 오늘의 멀고도 가까운 콜라보랄까.. 더불어 18년간 스타벅스 재판의 공간을 만들었던 공간 디렉터 타카시마 마유와의 인터뷰가 다음 주 공개된다. 비즈니스의 내일이 아닌 일상을 살아간은 그곳에 호사스런 마케팅적 전략은 없지만 내일을 길어낸는 부단한 아침의 햇살이 그치지 않는다.


그리고 내가 생각했던 제목은 '카페는 가끔 나의 하루가 된다' 였던가. 병원 앞 스타벅스에서 또 한 잔의 카푸치노를 주문한 어느 늦은 아침에.




기사 보러가기_스타벅스에서 18년간 공간(매장) 디자인을 해온, 공간 디렉터 타카시마 마유 와의 인터뷰도 공개되어 있습니다.

https://www.folin.co/story/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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