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 누구를 볼 것인가?
작년 여름 미국 사용자 조사 프로젝트에 참여했습니다.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고민하고 배운 점을 나누려 합니다. 해외 사용자 조사 역시 같은 사용자 리서치고, 대상이 해외에 사는 사람일 따름인데요. 국내 사용자 조사와 다른 점이 있다면 시간과 비용이 크다는 점, 언어와 문화의 장벽이 있다는 점 같습니다.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을 타깃으로 하면서 해외 사용자 조사 프로젝트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국내 기업이 해외 사용자를 조사하는 것 뿐 아니라, 외국 기업이 국내 사용자를 조사하는 일도 많습니다. 크게는 두가지 목적에서 조사를 수행하는 것 같습니다. 하나는 신제품을 위한 시장 탐색 목적입니다. 역사적, 문화적 배경이 다르기 때문에 사람들이 생각하고 행동하는 방식도 다릅니다. 국가마다 정책, 기술 인프라도 다릅니다. 지형, 기후적 환경도 제품 선호나 사용하는 방식에 영향을 미칩니다. 이런 차이점을 인지하고 새로운 제품을 출시해야 실패 비용이 적기 때문일 것입니다. 또 하나는 출시한 제품 평가 및 개선 목적입니다. 국가에 맞게 서비스를 손질하여 품질을 높이려는 것입니다. 언어 품질에 특히 신경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United 항공사 / 대한 항공 하단 내비게이션. 직역투의 부자연스러운 표현이 보입니다.
서비스를 외국어로 번역했을 때, 자연스럽지 않은 부분을 개선하여 사용자에게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습니다. 시각 요소 역시도 마찬가지로 의도와 다르게 받아들여지고 있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페이스북의 ‘좋아요' 엄지 표현이 그리스에서는 모욕의 의미라고 합니다. 사용자 조사를 통해 서비스에서 의도하지 않았던 방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표현을 개선하여 사용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해외 조사는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드는 만큼 반드시 현지에서 사용자를 직접 만나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을 거칩니다. 최적의 비용 대비 효과를 볼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탐색하게 됩니다.
원격 사용자 조사를 도와주는 서비스도 있고, 온라인 서베이, 다이어리 스터디 등 직접 현지에 가지 않고도 사용자를 만날 수 있는 방법이 많습니다. 리서치의 핵심 목적, 핵심 질문이 무엇인지 되짚어 보며 ‘꼭 가야 얻을 수 있는 해답인지'를 물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해외 조사에서 언어, 문화적 차이가 장벽이 되는 만큼, 이를 도와줄 적절한 내부 인력이나 협력사가 있는지도 확인합니다.
숙고를 거친 뒤 해외 조사를 하기로 결정 했다면, 기존의 리서치나 데이터를 활용하여 현지에 가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정보를 최대한 많이 파악합니다. 기존에 어떤 리서치가 이루어졌는지 확인해야 가서 새로운 발견점이 무엇인지 알 수 있고, 같은 조사를 반복하면서 비용이 낭비되는 것을 막기 위함입니다. 같은 사용자를 다루었거나, 같은 제품, 같은 지역/환경을 다룬 리서치를 검토하면 조사 프로세스를 설계하는 데에 도움이 됩니다. 기존에 해외 조사를 수행했던 사내 동료에게 조언을 얻는 것도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입장에서 시설 예약, 녹화, 통역, 시간 활용 등에 대한 실용적인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번 프로젝트에서 큰 이슈가 되었던 부분입니다. 조직 내부적으로 해당 지역을 선택한 근거를 제시해야 하고 설득하는 과정이 있기 때문에 적절한 데이터를 준비해야 합니다. 지역 선정에 차질이 생길 경우 전체 일정이나 비용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에 사전에 많이 신경써야 하는 부분입니다. 국가 선택보다 도시 선택이 어려울 때가 많습니다. 중국이나 미국이 매출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경우가 많아서 '미국 사용자를 조사하자!'라고 하더라도, 미국 주 개수만 50개입니다. 주 하나 크기가 대한민국 크기랑 비슷하거나 더 큰 경우가 많습니다. 하나의 주에서 2개 도시만 찍어도, 한국에서 서울에서 부산이나 대전 왔다 갔다 하는 것과 비슷하지요. 다양한 도시를 전부 찾아가서 조사하면 참 좋겠지만, 시간과 비용이 이를 허락하지 않습니다. 우선순위를 매겨서 가장 중요한 도시를 선정 해야겠습니다.
도시를 선정할 때 던져보면 좋은 질문을 몇가지 생각해 보았는데요.
예를 들어, 모빌리티 서비스의 경우 기후, 지형, 대중 교통 인프라 영향을 많이 받고 동부, 서부 차이가 큽니다. 차이가 많이 나는 두 지역을 모두 가면 좋겠지만 시간 상 어려운 경우, 한 지역에서 조사를 하고 동,서부 동시 온라인 서베이를 통해 보완하는 방식도 있습니다. 가전 제품은 주거 형태, 가구 형태 영향을 받을 것이고 대도시와 교외 지역 주거 형태에 차이가 있습니다. 어떤 주를 가더라도 도심과 1시간~1시간 30분 거리에 교외 거주지가 함께 있어 제품 사용에 영향을 주는 경우 둘을 비교해 볼 수 있습니다.
현재 제품의 주요 고객 층을 파악하려 한다면, 매출 비중이 높은 지역이 해당 사용자를 찾는 데 유리 하겠지요. 주요 대도시에 새로운 서비스/제품을 다양하게 경험해보고 사용하는 사용자가 있을 확률도 높겠습니다. 아니면 지금 제품을 사용하지 않는 사용자 중에, 앞으로 공략하고 싶은 고객을 만나고 싶을 수도 있습니다. 타깃으로 삼는 사용자를 정의해, 그 유형의 사용자를 만날 수 있는 지역으로 선정해야 하겠습니다.
뉴욕, L.A. 등은 미국을 대표하는 최대 도시입니다. 트렌드를 파악하기 좋고 무난한 대표성을 가집니다. 다양한 도메인에서 조사가 활발하게 이루어졌고 진행 중인 곳이라 리서치 시설도 잘 되어 있고 기존 자료도 풍부한 편입니다. 반면 기존 연구와 중복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합니다. 특수 지역에 알고자 하는 타겟 사용자 군(인종, 연령)이 잘 맞아 떨어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해당 도시에 리서치 시설, 리크루팅 업체가 잘 되어 있다면 새로운 정보를 발굴하기 좋다고 생각됩니다.
데이터를 활용해 도시 선정에 도움을 받았습니다. 매출 데이터를 보고 미국에서 해당 제품 군이 가장 많이 팔리는 지역을 파악했습니다. 후보 도시 몇 개를 세웠고 후보 도시에 대한 추가 조사를 진행했습니다. 미국의 지역 별 인구 통계적 특성을 Statistic Atlas 웹사이트를 통해 조사했습니다. 웹사이트에서 주 별로 연령, 인종, 소득 정보를 미국 전체 평균과 비교해 볼 수 있고, 도시를 주 평균과 비교해 볼 수 있습니다.
Texas 주는 미국 평균 대비 Hispanic 인구, 어린 아이가 있는 젊은 가구, 건설업 종사자 비율이 높습니다.
동시에 후보 도시에 대한 정보를 다양하게 수집했습니다. 어떤 특징이 있고 어떤 산업이 발달 했는지, 역사적으로 어떤 배경을 가진 도시인지, 어떤 사람들이 주로 거주 하는지, 도시 내 지역 구분은 어떻게 되는지 등입니다. 실생활에 밀접한 정보를 찾기 위해 유튜브 영상, 뉴스, 도시 공식 사이트, 순위 사이트, 인스타그램, 인터넷 커뮤니티 위주로 조사를 했습니다. 도시가 어느 정도 확정되고 나서 도심 지역, 리서치 시설 위치를 확인하고 후보 숙소를 정했습니다.
리크루팅 스크리너를 거쳐, 대상자를 최종 선별하는데 디지털 다이어리와 간단한 추가 설문을 활용하였습니다. 현지 조사를 일단 가면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추가 조사를 하기 쉽지 않습니다. 최대한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인터뷰 대상자를 찾기 위해 신중을 기했습니다.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의 사용자를 보고 싶었기 때문에 디지털 다이어리로 사용자 간 라이프스타일이 겹치지 않는지 보고, 성실도도 가늠해 보았습니다.
Day One App 리뷰. 아이콘을 탭해서 사진이나 노트를 입력하고 시간, 기후, 위치가 찍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몇 가지 다이어리 앱을 살펴보고 <Day One>이라는 어플을 사용했는데요. 안드로이드, 아이폰에서 둘 다 사용이 가능하고, 다이어리를 작성할 때 날짜, 위치가 자동으로 기록됩니다. 사용법도 간단하여 초보자도 쉽게 사진, 노트를 첨부할 수 있습니다. pdf 형태로 파일을 내보내서 공유가 간편한 것도 장점이었습니다. 실제로 어떤 사용자는 다이어리 스터디가 끝난 뒤에도, 이 어플로 계속 일기를 쓴다고 이야기 했습니다. ^^; 디지털 다이어리의 장점으로 사용자의 생활 반경, 주거 환경, 여가, 주변 사람들과의 인터랙션을 미리 파악하여 현지에서 조사하는 시간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다이어리 기간은 주말을 포함해서 잡는 것이 평일, 주말을 비교해 볼 수 있어 좋았습니다.
대형 마트가 크고 많아 대형 마트를 3군데 이상 순회하며 여가 시간을 보내는 남성 사용자도 있었고, 50대~70대 사용자가 주말을 근처 바닷가에 가거나 캠핑을 가는 등 한국보다 활동적인 특성을 사전에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국가 별 공휴일이 다르기에 조사 일정을 잡을 때 휴일을 미리 고려하면 좋습니다. 예를 들어 미국에는 9월에 Labor Day가 있는데요. 그 주말에 다들 여행을 떠나고 없어서 인터뷰를 잡기도 어렵고, 리서치 시설도 운영하지 않습니다. 현지 모더레이터나 리크루팅 업체를 컨택할 때 이런 부분을 미리 알려주기도 합니다.
해외로 사용자를 만나러 가는 게 어떤 면에서 설레는 일입니다. 그 시간이 유용한 인사이트로 남기기 위해, 기존 자료를 꼼꼼하게 검토하고, 목적에 맞는 지역과 사용자를 선정하는 데에 다양한 데이터를 활용하는 게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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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자료]
- 6 Key Questions to Guide International UX Research, by Liang Zhang
- Why you should do user experience research internationally, Nomensa Blog
- Nine Tips for Planning User Research in Foreign Countries, by Carina Kuhr
- International UX Research Best Practices, by MIKI KONNO
- What We Talk About When We Talk About International UX Research, by KLI
- Usability Testing in China, by Chui Chui Tan
- [pxd talks 49] How google design global services
- 먼 곳에 사는 사용자를 조사하는 방법, by SEUNGYOON 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