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에 빠져 살았습니다.
프랑스 남부 프로방스 지방 어느 목동의 이야기를 그린 알퐁스 도테의 별,
내가 그 별과 만난 것은 중학교 2학년 때의 일이었습니다.
그즈음 나에게도 가슴 두근거리는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천국으로 들어가는 영혼처럼, 별똥별 하나가 내 가슴속에 내려앉아
자리를 잡고 말았습니다.
내가 친구의 누나를 좋아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그 친구의 집은 언덕바지에 있었습니다.
예닐곱 개 돌계단을 올라가면 대문에 입춘대길이라 쓰여진 한지가 붙어있었고,
어린아이 혼자서는 열기 힘든 거대한 솟을대문을 들어서면 넓은 마당과 함께
오른쪽으로 사랑채가, 왼쪽으로는 머슴들이 기거했던 행랑채가 있었습니다.
안채는 마당에서 토방까지 높이가 대단했었습니다.
뒤꼍은 대나무 숲으로 가려져 아늑했으며,
장독대 옆 돌 틈에서 흘러나오는 샘터가 하나 있었습니다.
별들이 쏟아져 내리는 밤이면 은하수를 따라 여행하던, 길 잃은 별들이 그 샘터에 내려와
새벽 동이틀 때까지 노닐었고, 별들은 샘물을 은빛으로 가득 넘치게 만들곤 했었지요.
초저녁 별들이 하나 둘 앞다투어 물속에 제 얼굴을 비추일 때쯤, 그 아이 누나는 샘터에서
별들과 시간을 보내곤 했었답니다.
그녀의 모습을 한 번이라도 더 보기 위해 나는 그 아이 집에 시도 때도 없이 들락거렸고,
그 아이의 누나는 그런 내 마음도 모르고 나를 어린아이 취급을 했었답니다.
그때는 세 살 차이가 어찌나 크게 느껴졌던지요……
그런 와중에 내가 알퐁스 도테의 별을 만났던 것입니다.
주인댁 아가씨를 짝사랑하던 목동의 이야기를, 내 이야기처럼 읽었습니다.
그 순수하고 순결하고 아름다운 별 같은 사랑을, 나도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나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편지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나의 스떼파네트에게!
별을 보았습니다.
내 가슴에 별이 하나 내려와 앉았습니다.
그 별 속에서 나의 귀여운 아가씨를 보았습니다.
그냥 바라만 봐도 좋은,
나의 스떼파네트를 보았습니다.
나의 스테파네트,
하늘이, 별이, 이렇게 곱고 찬란해 보인적은
지금껏 한 번도 없었습니다.
나는 꿈을 꿉니다.
초저녁 별이 푸른 서쪽하늘에 나타나 반짝입니다.
스떼파네트와 언덕에 앉아
밤새워 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그런 꿈을 꾸었습니다.
뤼브롱산에 뜨는 별과, 화룡산에 뜨는 별은 같은
별 이겠지요?
하지만 나의 스테파네트
당신은
끝내 내게 와주지 않는군요……
그렇게 수없이 많은 편지를 쓰고도 부치지 못했지만 내 기억 속에 그녀는,
프로방스 어느 목동의 어깨에 기대어 곤히 잠을 자는,
어느 별에서 내려온 순수하고 귀여운 요정 에스테렐르 로 남아있습니다.
그 시절 나에게 편지는, 사랑이고 관심이고 기다림이었습니다.
편지를 띄울 상대는 있었지만 끝내 부치지 못한 그 편지를,
나는 지금도 후회하지 않습니다.
적어도 그 편지를 쓰는 동안 나는 설렘과 부칠수 있다는 희망으로 행복했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