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살아 있지 못한 자
개인적으로 미생의 팬이다. 처음 미생을 접한 것은 드라마다. 만화는 그 드라마를 다 보고 나서, 따로 사서 읽었다. 그렇다고 내가 상사에 근무해 본 것은 아니다. 심지어 그와 정반대인 매우 지루할 수 있는 업무를 맡고 있다. 그럼에도 뭐랄까. 각각의 사업아이템이 고난과 역경과 뒷이야기를 이겨내고 성공할 때, 전우애와 다름없이 끈적한 직장동료와의 애정이 이윤과 직장 내 정치질을 뛰어넘어 눈물로 승화될 때의 감동. 이것이 여전히 나를 넷플릭스의 노예로 만들고 있는 것 같다. 아마 드라마 미생 각 에피소드를 돌려본 것만 치면 열댓 번, 정주행은 대여섯 번 정도 마친 지금에 와서야 시즌2가 책으로 발행된 것을 알게 되었다. 서두에 팬이라는 말은 지울까.
결국 정규직이 되지 못한 장그래. 정의롭게 퇴사당한 오 과장. 외로움에 사무친 김대리. 이들은 온길 인터내셔널이라는 작은 중소기업의 일원이 되어 다시 뭉친다.
처음 오 과장에게 중국 철강 무역 사업 건을 제안한 김동수 전무와 김부련 사장 셋이 자본을 모아 회사를 차렸지만, 중소기업의 경영은 빠듯하기만 하다. 그러던 중 중국발 철강 이슈로 수출입 길이 막힐 위기에 처한다.
한편 사사건건 김부련 사장과 부딪히던 김동수 전무는 주된 거래처인 동일특수강을 자신의 꽌시 업체인 홍시와의 관계 때문에 다른 거래처에 빼돌린다. 이를 알게 된 김부련 사장과 오 과장은 미련 없이 김동수 전무를 쳐낸다. 하지만 중국통인 김전무의 부재로 철강 쪽 정보가 너무 부족해졌고, 이에 장그래는 아직 원 인터에 있는 장배기에게 도움의 손길을 청하지만 장백기는 나름 난처한 상황이다.
안영이는 결국은 대리로 승진했지만, 중국발 철강 이슈가 너무 강했다. 게다가 줄 서기에 실패한 철강팀 부장. 결국 철강팀은 해체의 순을 밟고, 내심 외인부대로 여겼던 영업 3팀으로 가게 된 것. 장백기는 성실한 자신의 노력과 선행의 결과가 이렇게 돌아온 것에 대해 자괴감을 느낀다.
김대리의 외로움과 함께 부서원의 공백으로 힘들어하던 천과장은, 장백기 등 에이스 동료들이 반갑기만 하다. 하지만 다른 길을 보고 있는 천과장. 회사 내 회사인 CIC를 추진한다.
결국 계약이 종료된 거래처 소개를 위해 온길 인터를 찾은 영업 3팀. (구) 철강팀이 넘겨준 거래처들은 과연 온길 인터의 앞날에 동아줄이 되어줄 것인가. 그리고 여전히 CIC를 망설이는 장백기와 이를 설득하겠다는 천과장의 영업 3팀의 미래는 어찌 될 것인가.
직장 판타지라는 장르가 어떤 즐거움을 주는지는 모르겠다. 마법과 용이 난무하는 판타지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존재 자체도 의심스러운 새로운 세상을 보는 즐거움을 준다. 공포는 그 해소에서 오는 카타르시스를, 로맨스는 현실에서는 불가능하지만 너무나 아름다운 사랑의 모습을 준다. 그러면 직장판타지가 주는 즐거움은 무엇일까.
내가 미생을 보면서 느낀 것 중 하나는, 지극히 현실적인 회사의 모습과 함께 내가 모르는, 이 세계가 굴러가는 흑백 배경 같은 모습과 그 배경 속에서 유일하게 컬러풀한 색감과 역동감으로 움직이는 우리네 사람들의 모습이 좋아 보였다는 것이다.
나 역시도 그러한 거대한 톱니바퀴 안에서, 하나의 톱니 아니면 그 톱니 사이에 작은 기름칠 정도의 미미한 역할이라도 결국엔 이 세계가 굴러가는데 일조하고 있다는 사실. 그리고 조금 상투적일지라도, 언제나 진심의 힘은 통하고, 노력의 결과는 성공이며, 정의의 종국에는 승리가 올 것이라는 기대감에 미생을 그리도 다시 돌려보는지 모르겠다.
미생 2가 드라마로 제작될 예정이라는 루머만 얼핏 들었었다. 이렇게 책으로 나온 지 몰랐었기에 시즌2를 볼 생각도 못했다. 이렇게 서평의 기회가 왔기에 또 어쩔 수 없이 앞의 책들을 모두 사서 읽어버렸다. 읽는 내내 즐거웠지만, 조금 슬픈 것은 차라리 이번 기회가 없었더라면 종결까지 나온 뒤에 한 번에 읽을 수 있지 않았을까라는 사실이다.
본 서평은 서평단 참여로 출판사로부터 서적을 증정받아 작성하였으며, 지극히 주관적인 견해로 적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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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로그 셋방살이 중입니다. '작가의 서재' 방만 제 관할입니다. ㅠㅅ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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