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에는 호수가 300여 개나 된다. 시내를 돌아다니다 보면 크고 작은 호수가 끊임없이 나타난다. ‘어? 이거 아까 그 거기?’라고 믿고 싶겠지만 다른 호수일 가능성이 크다. 하노이에 호수만큼 많은 게 있으니 바로 에어비앤비 숙소 되시겠다.
많아서 좋긴 한데 너무 많아서 ‘결정장애’에 빠진다. 점심 먹으러 나갈 때만 발병하는 줄 알았는데. 하노이 에어비앤비는 어디서 자야 하지?
가정집의 빈방 혹은 빈 층을 에어비앤비로 돌린다. 보통 호스트가 같은 건물에 거주한다. 사랑방(사랑채) 손님이 되는 거다. 방 하나만 내주는 경우도 있지만 굳이 저렴한 하노이까지 와서 어색함을 감수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하노이에서는 하루에 3만원 이하로도 훌륭한 곳을 얻을 수 있다. 검색 조건에서 ‘집 전체(entire property)’를 체크하면 된다.
현지인의 거주 형태를 슬쩍 경험해보고 싶으면 가정집 타입이 좋다. 옆집 아줌마가 언제 빨래를 돌리는지, 식사를 준비할 때 어떤 냄새가 나는지, 저녁에 다들 언제쯤 자는지 등을 알 수 있다. 오래된 건물이라면 하노이 특유의 생활 양식을 체험하는 보너스도 생긴다. 단, 사진 속의 이국적 매력은 현실에서 불편함으로 자주 둔갑하곤 한다. (경험상 사진이 예쁠수록 불편하더라는… 모기도 많…)
아파트공화국에서 온 한국인에겐 역시 아파트가 편하다. ‘셀프 체크인’, ‘엘리베이터’, ‘24시간 출입’ 조건으로 검색되는 숙소는 대부분 아파트나 오피스텔 형태다. 잠금 장치가 ‘도어락’이라고 하면 새로 짓거나 리노베이션한 아파트일 가능성이 높다. 너한테 딱 맞는다는 소리다.
통상적으로 시설 면에서 집합주택 쪽이 가정집보다 낫다. 에어비앤비 ‘전업 호스트’가 운영하기 때문에 관리 상태가 뛰어나다. 가정집으로 향하는 골목은 음침한 경우가 있는데 집합주거 형태(아파트, 건물 등)는 대부분 밤길도 환하다. 1층에 관리인이 24시간 상주해서 안전하고 편하다. 1박에 6~7만원 이상이면 하노이 부촌의 주상복합 숙소도 잡을 수 있다. 단지 내에 수영장, 짐(Gym)이 딸린 그런 곳.
단기 여행자는 호안끼엠 호수 근처가 편리하다. 관광 명소가 몽땅 구시가(Old Quarter)에 몰려있다. 숙소와 관광지가 가까우면 여러모로 편하다. 단, 유동 인구가 많아서 번잡하다. 물가도 다른 지역보다 비싸다(물론 서울보다는 싸다). 밤 늦게까지 시끌벅적한 맥주거리(Ta Hien)에선 최대한 멀리 떨어져야 한다. 구글맵에서 구시가의 언저리가 추천할 만하다.
바찌에우(Ba Trieu; 호안끼엠 남쪽), 바딘(Ba Dinh; 호안끼엠 서쪽), 동다(Dong Da; 호안끼엠 남서쪽)도 나쁘지 않다. 바찌에우는 젊은 취향의 옷가게와 로컬 맛집이 몰려있다. 바딘(혹은 낌마)은 일본인 구역으로 비교적 깨끗하고 한국인 관광객 필수 코스인 롯데마트(롯데센터 지하)와 가깝다. 동다는 로컬 맛집이 밀집해 있다. 세 지역 모두 호안끼엠까지 택시로 대략 15분 내외, 3천원 정도로 갈 수 있다.
쭝화(Trung Hoa)와 미딩(My Dinh)은 코리아타운이다. 한식당이 많다는 장점과 한식당밖에 없다는 단점이 혼재한다. 부촌인 탓에 물가가 비싸다. 미딩은 호안끼엠에서 꽤 멀다. 택시로 30~40분, 1만원 가량 소요된다. 퇴근 시간 러시아워에 걸리면 최악이다. 두 곳 모두 여행자보다는 주재원에게 어울린다. (하노이에서 오래 살면 한식만 먹게 된다…)
여러 명이 머물 곳을 찾는다면 숙박 인원수가 아니라 반드시 침대 숫자를 확인해야 한다. 비커플 혼성 그룹 4인이라면 ‘4인 숙박 가능’이 아니라 ‘침대 4개’가 되어야 한다. 에어비앤비 메신저로 호스트에게 문의하면 된다. 대부분 잽싸게 알려준다.
장기 여행자는 세탁기가 있어야 편하다. 무료 세탁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도 있는데 경험상 흰옷과 기타 옷을 한꺼번에 빨아서 곤란했다. 대개 세제는 직접 구비해야 한다. 편의점에서 판다. 하노이에는 24시간 편의점이 적으니까 도보 가능 거리에 편의점 유무를 호스트에게 확인하는 편이 낫다. 제일 일반적인 24시간 편의점은 써클K.
체크인 후 숙소가 마음에 들지 않을 수 있다. 사진과 실제 시설이 영 딴판이거나 있다고 했던 물품이 없는 경우도 간혹 발생한다. 에어비앤비는 24시간 내에 취소할 수 있다. 물론 호스트와 실랑이가 불가피하다. 한 번에 너무 길게 잡지 말고 짧게 끊어서 예약하는 게 현명할 수도 있다.
전업 호스트는 본인이 운영하는 숙소를 여러 사이트에 올리기도 한다. 에어비앤비는 물론 아고다 홈즈, 부킹닷컴, 호텔스닷컴 등에 동일 숙소가 다른 가격에 제공될 수 있으니 혹시나 몇천원이라도 아끼고 싶다면 많은 사이트를 검색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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