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 C.S.Lewis -

by 재민 Jan 17. 2023

퇴사하고 연봉이 줄었지만,
더 행복한 이유.

내 인생이 남들과 다름에 감사합니다.

to. 같은 과 후배에게


먼저 축하한다는 말로 시작해야 할 것 같네. 1월이 되고 새해가 되면서 연봉이 올랐다는 이야기는 들었어. 세계적으로 2023년은 작년보다 경기가 힘들어진다는 소식 속에서도 참 다행이다. 안 그래도 꼰꼰 건축 동기들도 만족스럽게 연봉이 인상되었다는 소식을 전해주었어. 내가 꼰꼰 건축에 남아있었다면 벌써 대리 2년 차가 되어있었겠다.


하긴 꼰꼰 건축에 있을 때는 삶이 안정적이긴 했어. 매달 나오는 월급과 매해 올라가는 연봉과 연차 덕분에 편하게 살 수 있었지. 그때 나의 목표는 지금과 달랐거든. 영국에서 건축 학부와 석사를 하고, 메이저 건축사 사무소에 들어가고, 동기들보다 한 해 더 빠르게 진급하면서 연봉이 20%나 인상되고. 계속 남들과 비교하고 더 빠르게 가려고 욕심부렸던 것들이 생각나네. 나는 비교적 늦은 나이에 취업했으니 초조하고 조급하기도 했지. 결국 오래 버티지는 못했지만 말이야.


1월 수입으로 따지면 내 연봉은 올해 대폭 감소했어. 독립출판 작가 일과 프리랜서 디자이너 일은 꼰꼰 건축을 다닐 때만큼 큰 월급을 주진 못해. 그런데도 이직이 아닌 순수한 퇴사를 한 내가 신기했지? 서울에 왔을 때 왜 퇴사했는지 궁금해했잖아. 제대로 대답 못했는데 사실 나는 내 삶을 살고 싶었거든. 현재 나에게는 직장을 다니는 게 사회가 규정한 삶을 살고 있다고 느끼게 했어. 그래서 연봉이 마이너스 될 걸 알면서도 퇴사하고 다시 취업하지 않고 있다.


그런데 조금씩 만들어 나가는 나의 삶이 만족스러워. 누군가의 기준이나 샘플을 따라가는 게 아니라 스스로 삶을 개척하는 현재가 마음에 든다. 인생이 남들과 다름에 감사할 정도라니까. 다르기 때문에 가치 있고 내가 선택했기 때문에 온전히 내 것이라고 느껴져. 여기서 연봉만 인상되면 완벽하긴 하겠다.


내가 다녔던 꼰꼰 건축과 다르게 너희 사무소는 코펜하겐의 문화를 따라간다고 했으니 더 좋은 환경에 있으리라 생각이 들어. 현재 삶에 만족한다는 것을 축하해. 네가 만족하는 환경을 찾은 것 같아 기쁘다. 하지만 이렇게 살다 언제든 삶이 네 것이 아니라고 느껴지면 너 자신을 믿고 너만의 선택했으면 좋겠다. 네 삶이 아닌 삶을 참고 견딘다고 나중에 좋은 삶이 오는 건 아니니까. 그냥 언제나 네 삶을 살아도 된다고 말해주고 싶어서.

후배님! 아주 오랜만에 만났는데도 취업도 잘하고 네가 만족하는 삶을 살아주고 있어서 기뻤어. 지금도 아주 잘 사고 있으니 앞으로도 네 맘대로 살라는 말만 남길게. 한국에 또 들어오게 되면 연락줘. 그럼, 이만.


from. 재민

끝.


작가의 이전글 나는 낮보다는 밤에.

매거진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