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앞에서 죽음을 생각한다.
누군가의 부고를 받게 되면 생각이 많아진다. 남겨진 가족들은 죽음을 온전히 정리하는 동안 겪을 슬픔을 서로 위로하며 그 죽음을 애도할 것이다. 어떤 이들은 영화나 소설에서 처럼 독한 감정을 나누기도 하겠지만 말이다. 특히 장례미사를 참례하고 나면 내가 겪었던 죽음들, 또 겪게 될 죽음들을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정리와 비움을 새기며 남아있을 나의 시간과 마주한다.
마음에 새겨둔 성가 가사가 있다. '인생은 외로움 속의 한 순례자 찬란한 꿈마저 말없이 사라지고 언젠가 떠나가리라. 인생은 나뭇잎 바람이 부는 대로 가네 잔잔한 바람아 살며시 불어 다오 언젠가 떠나가리라.(순례자의 노래) / '천년도 당신 눈에는 지나간 어제 같고 마치 한토막 밤과도 비슷하나이다.(천년도 당신 눈에는)
언제가 나도 죽음의 시간에 도착할 것이다. 카톨릭 신자인 나는 탄식과 안타까움과 고통과 후회와 두려움 없이 영원한 생명의 그 시간을 의연하게 맞을 수 있기를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