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판 얼씬거리는 ‘두 얼굴’의 기자들

신분 상승의 도구로 언론을 이용하는 자

by 류재민

지역의 일꾼을 뽑는 지방선거가 50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이번 달 말이면 여야의 공천 작업이 어느 정도 마무리됩니다. 지금은 ‘예비후보’ 신분이지만, 당내 경쟁(경선)을 거쳐 공천을 받으면 ‘예비’라는 꼬리표가 떨어집니다. 정식 ‘후보’가 되는 겁니다.


각 당의 ‘대표 선수’가 되면 선거사무소(캠프)를 차리고 함께 선거를 치를 참모진을 꾸립니다. 국회의원 선거나 대통령 선거 때도 절차와 순서는 비슷합니다.


이때 각 캠프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곳이 공보실입니다. 캠프를 홍보하고 대변할 역할을 해야 하는 만큼 기자 출신 언론인이 주로 참여하는데요. 색안경을 쓰고 보거나 무조건 비난할 일은 아닙니다.


언론계에서 활동했던 경험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더 좋은 사회와 나라를 만들겠다는 소신과 철학은 높이 평가해야 합니다. 또 그런 꿈을 가진 후보의 참모 역할도 얼마든지 할 수 있으니까요. 자신이 도왔던 후보가 당선돼 보좌할 기회가 생긴다면 목표를 달성한 셈이죠. 그러다 직접 제도권에 입성한 기자들도 비일비재합니다. 국회만 봐도 언론인 출신 의원들이 꽤 많습니다.


그럼 어떤 기자들이 문제일까요? 신분 상승의 도구로 언론을 이용하려는 자들입니다. 선거철만 되면 정치판을 기웃거리거나 얼씬대는 기자들이 꼭 있습니다. 아주 노골적이고, 상습적인데요. 특정 후보 캠프에 들어갔다 낙선하면 버젓이 ‘기자’로 복귀합니다. 정말 아무렇지 않게요. 그러다 또 다음 선거 때가 되면 같은 일을 되풀이합니다.


어느 순간 권력의 맛에 취해 ‘곡학아세’하는 정치 기자들을 보면 긴 한숨이 나옵니다.

아무런 죄책감도 없이 돌아오는 ‘그들’을 보면서 동료나 후배 기자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요? 겉으로 내색만 하지 않을 뿐이지, 속으로는 ‘사이비’ ‘기레기’ ‘사쿠라’ 같은 욕이란 욕은 다 할지 모릅니다.


기자는 한번 정치권이나 선거판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그걸로 끝이었습니다. 과거에는 그랬답니다. 직접 출마하든, 어느 후보의 참모로 가든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는 심정으로 회사에 사표를 냈다고 합니다. 지금은 어떻습니까. 옆집 마실 갔다 오는 양, 산책하러 갔다 오는 양, 너무나 쉽고 편하게 돌아와 다시 기자 행세를 합니다. 그들이 쓰는 ‘기사’는 과연 공정할까요?


물론, 기자로서 '일탈'과 '외도' 이미지를 극복하려고 ‘노오력’하는 이들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대부분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미 ‘주홍글씨’가 새겨져 있기 때문입니다. 조금이라도 편향적인 기사를 쓰게 되면 단번에 그 주홍글씨는 더 진하게 드러날 뿐입니다.


캠프에서 후보자를 도와 당선시켜 ‘좋은 자리’로 가는 건 그나마 낫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정부의 요직으로 가는 기자들도 있습니다. 청와대든 정부 부처든. 정권이 자기네 입맛에 맞는 기자를 데려다 그 기자가 있던 언론을 하수인으로 다루려는 속셈입니다. 더러는 입맛에 맞지 않는 ‘까칠한’ 언론사 출신 기자도 기용합니다. 그걸 연결고리로 길 들이려는 수작이죠.


그런 자리를 ‘좋다’고 가는 기자들을 저는 왕왕 봤습니다. 기껏해야 1~2년입니다. 그러고 나오면 어딜 가겠습니까. 도로 친정인 ‘언론사’로 올 겁니까? 권력의 단물이란 단물은 있는 대로 ‘쪽쪽’ 빨아먹고.

언론인이 어느 날 갑자기 대통령의 비서관이 되고, 정부 부처의 대변인이 되며, 특정 정당의 전사가 되거나 대기업의 홍보 담당자로 변신하는 모습을 우리 국민들이 볼 때, 국민들은 현재 언론인들이 수행하고 있는 사실 보도라고 하는 것이 정말 사실에 근거한 것인지, 그들이 과연 정말로 강자를 향해 큰 소리로 짖어 대고 필요하면 언제든지 거칠게 물어뜯는 국민을 위한 감시견(watchdog)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 2019년 1월 19일 《미디어오늘》 <현직 언론인 청와대 직행 유감> 중

막상 그런 사람들은 요직에 진출해도 후배 기자들을 챙기지도 않습니다. 무슨 덕을 보려는 것도 아닌데 말이죠. “이제 너랑 나는 ‘급’이 달라”하는 것처럼 어깨와 목에 깁스만 잔뜩 하고 다닙니다. ‘하늘 같은 선배’는 이미 땅바닥에 곤두박질친 지 오래인 줄 모르고.


때로는 그들이 측은할 때도 있습니다. 한때는 ‘정론 직필’로 ‘정의 사회 구현’을 해보겠다고 현장을 누비던 ‘열혈 기자’였을 테니까요. 어느 순간 권력의 맛에 취해 ‘곡학아세’하는 정치 기자들을 보면 긴 한숨이 나옵니다. 이번 지방선거 때도 분명히 나타날 겁니다. 네? 혹시 저를 의심하는 건가요? 에이. 설마요. 저는 오늘도 선거 취재에 열심인 동료와 후배들을 열렬히 응원하는 '현직 기자'입니다. 진짜예요.


쉿, 이건 비밀인데요... 사실 저한테 "오라"고 하는 곳도 없어요. ㅋ


*이미지 출처: 픽사 베이(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