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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재민 Mar 17. 2024

잃어버린 꿈을 찾아주는 정다운 흥신소

리어카 끄는 노파

“어르신께서는 꿈이 뭐예요?”

리어카를 끌고 가던 쾌한은 등을 돌려 뒤따라오던 노파에게 물었다. 

“뭐요? 꿈?”

“네, 꿈이요. 어르신도 꿈이라는 게 있을 것 아니에요?”

“그런 게 어딨어요. 이젠 나이 먹어서 그런지 잠을 잘 때도 꿈은 안 꿔집디다.”

“아유, 그러지 말고 한번 잘 생각해 보세요. 분명히 이루고 싶은 꿈이 있을 테니까.”

“이 나이에 꿈이 있으면 또 뭐 하게요. 흐흐흐.”

하지만 노파는 진지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쾌한의 얼굴을 보자 곰곰 생각하는 듯했다. 

“글쎄, 꿈이라고요. 우리 손녀딸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 자라는 거, 그게 꿈이겠네요.”

“아니, 어르신. 손녀 잘되는 거 말고요. 어르신 본인이 이루고 싶은 꿈을 말씀드리는 거예요.” 

“그런 거 없수다. 리어카나 조기 조 앞에 세워두고 이제 가 보시구랴.”

노파는 손사래를 쳤다. 

쾌한은 겸연쩍은 듯 머리를 긁적이며 리어카를 한쪽에 세웠다. 

“어르신께서도 분명히 꿈이 있을 겁니다. 꿈이 있다면 포기하지 마시고, 도전해보세요. 아직 늦지 않았어요.”

“고맙소, 젊은이. 내 오늘 젊은 양반 덕분에 꿈이라는 것도 꿔 보는구먼.”

쾌한은 노인에게 조심히 가라고 인사하며 뒤돌아 오던 길을 향해 다시 걸었다. 그때였다. 노파가 쾌한을 부르며 헐레벌떡 뛰어왔다. 

“젊은이, 생각났네, 생각났어.”

“네? 뭐가요?”

“젊은이가 생각해 보라는 꿈 말일세. 생각났다고.”

“아, 그래요? 그게 뭔데요?”

“난, 학교에 가고 싶었어. 여태껏 한글도 모르고 까막눈으로 사는데, 죽기 전에 기역니은은 읽고 쓰고 싶어. 그게 내 꿈일세.”

“아, 그렇군요. 정말 꿈다운 꿈이네요. 어르신, 그 꿈 꼭 이루실 거예요. 걱정하지 마세요.”

노파는 쾌한이 걱정하지 말라는 소리가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그러다가 이내 고맙다며 돌아서서 리어카 쪽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차가운 리어카 손잡이를 움켜쥐고, 힘겹게 리어카를 들어 올렸다. 쾌한은 겨울의 한복판을 향해 걸어가는 노파의 뒷모습을 먼발치서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곤 들릴락 말락 혼잣말했다.   

‘어르신, 걱정하지 마세요. 꿈은 반드시 이루어질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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