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에 꽂혔는지 모르겠다. 밑도 끝도 없이 감히 ‘소설’이란 걸 썼다. 소설 작법을 배운 적도 없는 사람이 어쩌자고. 무작정 쓰기 시작했다. 햇수로 2년여. <슬기로운 기자생활>을 펴낸 푸른영토에서 계약하자고 했고, 지난 3월 <청자가 사라졌다>(푸른문학)라는 이름으로 출간했다.
판매량은 시원찮다. 나는 괜찮다. 세상에 나온 책이라고 다 베스트셀러가 되는 건 아니니까. 돈을 벌자고 글을 쓰고, 책을 낸 게 아니니까. 하찮은 글은 아니니까. 재밌게 읽어주는 독자가 있으면 족하다. 감사하다.
다만 들인 공이 아까웠다. 출판사 대표님께도 판매고를 올리지 못한 죄송함도 있다. 동네 책방을 살리고 싶은 마음도 들었다. 북콘서트를 결심한 이유는 여기에 있다. 5월 마지막 날, 천안 ‘가문비나무아래’에서 저녁 7시부터 1시간 정도 진행할 예정이다.
추천사를 써 주신 이희성 단국대 교수님께서 흔쾌히 대담자로 나서 주셨다. 동네 주민인 기타리스트 강지숙 여사께서도 친히 공연을 맡아 주셨다. 동네 책방을 살리는 일에 지역 작가와 지역 대학교수와 지역 예술인이 힘을 모았다. 참가비는 1만원. 나한테 떨어지는 금전적 이득은 1원도 없다. 다 동네 책방 수입으로 들어간다. 가뜩이나 어려운 동네 책방 운영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기를 바란다.
선착순 50명만 받는다고 한다. 솔직히 그 인원이 채워질지 모르겠다. 명색이 작가로서 최초 북콘서트인데, 내심 많이 와 주셨으면 좋겠다. 어쭙잖은 글이지만 책도 많이 사 주셨으면 좋겠다. 동네 책방이 살아야 지역 작가도 살고, 그것이 곧 지방소멸을 극복하는 밑거름이 아니겠나.
5월 31일 밤, 천안 동네책방에서는 아름다운 달과 별이 뜰 겁니다.
책 소개를 잠깐 하자면. 한일 정상회담을 앞두고 일본 총리에게 선물할 고려청자가 도난 당하는 사건을 발단으로 시작한다. 총선을 1년 앞두고 여야의 치열한 공방과 기 싸움이 치열하게 전개된다. 동시에 사건마다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정부와 지도자의 무능을 우회적으로 꼬집었다. 실제 범야권의 압승으로 끝난 이번 총선 결과도 ‘점쟁이’처럼 때려 맞췄다.
더불어 우리나라 전통문화 유산 중 하나인 고려청자가 탄생하기까지 과정을 허구로 그렸다. ‘마 씨’ 가문이 도자기와 청자를 빚기 위해 노력한 지난한 역사를 토대로 문화재의 가치와 전통문화의 계승 보존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독자들에게 전달하고자 했다. 소설가 나우주 작가님의 추천사도 뼈를 때릴 정도로 울림을 줬다.
기자라는 명함을 떼고, 작가라는 이름으로 여는 첫 행사다. 오랜만에 보고 싶은 얼굴이 꽤 많다. 이참에 한번 보고 싶은 마음도 굴뚝 같다. 큰 대접을 할 자신은 없지만, 그래도 서운하지 않은 행사로 준비해 보련다. 그것이 초보 작가의 첫 북콘서트를 보러 왕림한 독자와 지인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일 테니. 계절의 여왕이라 불리는 오월이 가기 전에, 날 보러, 청자가 사라졌다를 보러, 오세요.
덧. 총선도 끝났으니 출마하려는 거냐는 의심도 덜 받겠지. 작은 동네 책방입니다. 화환 놓을 구석도 없으니 정중히 사양합니다.